삼성전자 '미국 청년 선호도 6위' 만든 '이 사람'은 누구?

조회수 2019. 9. 19. 17: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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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젊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글로벌 광고업체인 '무실베이니아(Moosylvania)'가 발표한 '2019년 밀레니얼 세대 선호 100대 브랜드(Top 100 Millennial Brands 2019)'에 따르면 미국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는 아마존이다. 애플과 나이키 월마트 등이 뒤를 이었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싶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삼성전자가 6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0위권 순위에 들어간 기업이자 구글, 아디다스,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을 모두 제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달 15일, 미국 뉴욕에 위치한 IT 전문 시장조사업체 '브랜드키즈(Brand Keys)'가 미국 내 16세 이상 65세 이하 성인 5만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고객 충성도 상위 100대 기업(2019 Loyalty Leaders 100)'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3위를 차지해 스마트폰 부문에서 가장 높은 소비자 충성도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동아일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노스 산호세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국내에서도 그렇게 젊고 힙한 느낌의 브랜드가 아닌 삼성이 어떻게 미국 현지 젊은 층이 선호하고 높은 고객 충성도를 지닌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 단순히 높은 기술력에 기반한 혁신적 제품을 팔아서? 물론 기술도 중요하지만 밀레니얼을 사로잡으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삼성은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밀레니얼의 소비 취향과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들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인 피오 슝커(Pio Schunker)를 영입하고 밀레니얼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연구소를 만들고, 사회 공헌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특히, 오랜 공을 들여 피오 슝커를 영입한 것은 업계에서도 신의 한 수라고 일컬어진다. 피오 슝커는 어떤 인물이며 그가 삼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피오 슝커, 그는 누구인가?

출처: 비즈N동아
피오 슝커(Pio Schunker)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무

2015년 3월,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의 마케팅 강화를 위해 '피오 슝커(Pio Schunker)'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글로벌 통합 마케팅 담당으로 스카우트했다. 피오 슝커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벤츠(Mercedes-Benz), 코카콜라(Coca-Cola) 등에서 20년 이상 활약하며 클리오, 에미, 칸 광고제 등에서 수차례 상을 받은 마케팅 전문가다. 그는 2003년부터 10년간 코카콜라 북미 마케팅 부서를 지휘한 인물로 영상 마케팅 분야를 포함해 모바일 및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마케팅 영역 전반의 질적 향상을 견인한 최고의 전문가란 평을 받는다.


피오 슝커를 영입한 삼성전자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삼성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과 전 세계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삼성만의 유일무이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삼성 합류 직후 삼성의 역사와 기본 원칙들에 대해 배우면서 삼성이 단순한 기술 회사가 아니라 실제로는 인류에 도움이 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며 "삼성의 메시지를 만드는 것은 결국 회사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생생하고 매력적인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이 아니라 철학을 판다

피오 슝커는 갤럭시 S8의 공개를 앞둔 2017년 3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삼성전자 체험 마케팅 센터인 '삼성 837'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이 단순한 기술 회사를 넘어 '인간 글로벌 브랜드(human global brand)'를 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밀레니얼과 그다음 세대에게 삼성을 어필하기 위해 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가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가 되는 것이고 그다음이 브랜드 로열티(Brand loyalty)를 키우는 것이다. 슝커는 "이제는 제품이 아니라 문화와 감정을 파는 시대"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단순히 제품만으로 어필하는 것은 부족하다"라며 "'감정'을 파는 시대에 맞춰 기업이 추구하는 철학을 소비자들과 공유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슝커는 삼성전자가 감정을 파는 회사로 변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기술과 스펙 중심이었던 기존의 마케팅 접근법을 제품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소비자의 일상생활에서 제품이 가지는 맥락에 중점을 두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을 위한 혁신이 아닌 사람들의 삶 속에서 삼성의 제품으로 인해 벌어지는 혁신의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삼성을 사랑받는 '인간 중심'의 브랜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출처: 삼성 유튜브 채널
'Mobile World Congress(MWC) 2017'

또한, '삼성'하면 떠올릴만한 뚜렷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고객 설문과 내부 조사 등으로 삼성의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했고 그 결과 '기술적 진보를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란 답을 얻었다. 피오 슝커의 영입 이전부터 진행됐던 삼성의 정체성을 찾는 일은 피오 슝커의 합류를 계기로 브랜드 체계화 작업으로 이어졌다.



삼성의 브랜드 체계화 작업은 2016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MWC) 2017'에서 내부적으로만 공유되던 회사의 철학을 외부로 알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여기서 공개된 삼성의 광고 영상은 세계 최초의 MP3부터 첫 패블릿 제품인 갤럭시 노트, 스마트워치 등 그동안 삼성이 선보였던 모바일 기기들과 제품에 투영된 철학을 담았다. 이후의 신제품 광고에서도 삼성의 정체성과 철학을 담은 영상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출처: 삼성 유튜브 채널
삼성 브랜드 광고 일부

피오 슝커는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 팀에 합류한 후로 삼성이란 브랜드를 강력한 기술 플레이어에서 진정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제품 자체보다도 '소비자의 삶을 바꾸기 위해 어떤 장애와 불가능도 뛰어넘고 도전하는' 삼성의 정체성을 소비자와 공유하기 위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We made what can't be made(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만든다)', 'Do what you can't, SAMSUNG(삼성,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등의 문구를 브랜드 광고에 자주 등장시켰다. 이를 통해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지니던 모호한 이미지를 덜 수 있었다.

삼성, 무엇을 하고 있나?

피오 슝커는 삼성에서 주로 브랜드 광고 캠페인, 사회 공헌 활동, 체험 마케팅 등을 담당했다. 2016년 2월 뉴욕에 개장한 마케팅 센터인 '삼성 837'은 삼성의 브랜드 정체성을 마케팅에 녹여내려던 피오 슝커의 마케팅 방향에 맞춰 2017년 3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품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체험존을 들이고 가격표는 떼어버린 것이 리모델링의 핵심이다. 제품을 음악, 스포츠, 요리, 패션 등과 결합한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함으로써 제품 전시장이면서 체험장이 될 수 있는 '디지털 놀이터'로 만들었다.

특히, 피오 슝커는 2016년 갤럭시 노트 7의 배터리 폭발 이후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갤럭시 S8 언팩 행사에서 '타조(Ostrich)'가 등장하는 광고를 선보였는데 이 광고를 통해 그가 지향하는 바가 잘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고는 하늘을 날지 못하는 타조가 삼성전자의 VR 기기인 기어 VR을 착용하고 눈앞에 펼쳐진 가상의 하늘을 날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실패를 겪다가 결국 마지막엔 비행에 성공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Ostrich'는 타조 외에도 '문제를 외면하려 드는 사람'과 '현실도피자'라는 뜻도 지니는데 삼성 기기를 착용하고 비상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갤럭시 노트 7사태를 외면하지 않고 열심히 분투해 실패를 딛고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방증한다.

출처: 삼성 유튜브 채널
삼성 갤럭시 S8 브랜드 광고 일부

또한, 마지막에 등장하는 'We make what can't be made(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만든다)', 'So you can do what can't be done(그러니 당신도 불가능한 것을 할 수 있다)' 등의 문구를 통해 삼성의 브랜드 철학과 고객을 연결함으로써 고객으로 하여금 일체감을 느끼게 만든다. 실패를 겪다가 결국 날게 되는 타조의 모습을 통해 갤럭시 노트 7 사태가 한계를 향한 도전의 과정 중 하나라는 점을 은밀하게 드러내며 삼성이란 브랜드로부터 '불가능을 향해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 타조 광고는 칸 국제 광고제인 '2017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 7개 부문에서 금상 3개, 은상 2개, 동상 2개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피오 슝커가 그리는 삼성전자의 마케팅 방향성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은 올 4월 공개된 갤럭시 폴드(Galaxy Fold) 광고 영상이다. 신제품을 홍보하는 영상을 만들 때 제품의 새로운 기능이나 이전보다 발전된 성능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달리, 갤럭시 폴드 광고 영상에선 제품의 설명 대신 댄스 아티스트의 역동적인 춤이 대부분이고 마지막 몇 초만 갤럭시 폴드를 보여준다. 슝커는 이에 대해 "갤럭시 폴드가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인 만큼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의 아이디어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고객들과 효과적인 방식으로 감정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80년대 음악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음악과 갤럭시 폴드의 '접힘'과 '펼침'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춤을 통해 제품의 스토리를 전달한 것이 이 광고의 특징이다.


이외에도 삼성은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와 소비 성향을 연구하기 위해 컴퓨터공학, 마케팅, 디자인, 심리학 등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이뤄진 '라이프스타일 랩(LRL, Lifestyle Research Lab)'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미국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SNS인 스냅챗(SnapChat)의 유명 인플루언서 CyreneQ와 파트너를 맺고 신제품 출시 소식을 전달하는가 하면 Z세대에게 갤럭시 노트 9을 홍보하기 위해 유명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한 '/make' 시리즈 캠페인은 올해 유튜브 웍스(YouTube Works)의 '고객의 인사이트를 가장 잘 포착한 캠페인(Best translation of an audience insight)' 부문의 우승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갤럭시 노트 9으로 일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방법 등을 공유한 '/make' 시리즈는 당시 업계 안팎으로 최고의 마케팅이란 호평을 받았다.

인터비즈 장재웅, 김동섭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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