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800명 사무실 없는 '이 회사', 기업 가치 "2조 3000억"?

조회수 2019. 9. 19.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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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2조 3천억원

대기업 규모지만 사무실 하나도 없다? 그 주인공은 웹이나 앱 디자이너들의 사용자경험(UX) 디자인을 위한 소프트웨어 회사인 '인비전'이다. 뉴욕의 웹디자인회사서 일하던 클라크 발버그가 2011년 창업한 이 회사는 8년만에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 어도비(Adobe)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고객의 온라인 서비스 접근성이 증가하면서 기업이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혹은 PC 홈페이지의 구성이 중요해졌다. 이것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구성하고 화면을 어떤 식으로 디자인했는가에 따라 고객의 접근범위가 달라진다. 사용자가 그 기업이 기대하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화면 구성'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사용자 친화적'인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PC 화면을 디자인하는데 익숙한 것은 아니다. 인비전은 이러한 점을 파고들어 사용자경험(UX) 디자인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인비전 소프트웨어는 기업의 마케팅, 영업과 같은 다른 부서의 담당자들이 디자이너가 만든 프로토타입을 공유하고 화면 디자인에 대한 개선점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건네 이를 디자인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준다.예를 들면 "홈페이지의 배경색은 이 색이 더 좋을 것 같다", "로그인 위치를 이동하자" 등의 의견들이 하루 단위로 쌓이고 즉각적으로 공유되어 디자이너들이 수정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인비전 공식 홈페이지

세계부자순위 1위인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도 이러한 인비전 어플리케이션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에는 기업가치 19억달러(한화 약 2조1300억원)로 인정받기도 했다. 수천개의 기업이 이용하고 전 세계의 유명 경영인들도 애용하고 있는 인비전은 이러한 성과를 어떻게 '사무실 없이' 이뤄낼 수 있었을까? 직원 800명이 출근을 안 해도 8년째 잘 굴러가고 있는 인비전의 근무방식을 알아보자.

전직원 원격근무, “중요한 것은 업무 결과일 뿐, 그들이 어디서 근무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이들이 일하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미국, 영국, 나이지리아, 호주 등 전 세계 각지의 직원들은 공식적으로 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근무한다. 그러나 근무시간 중에도 인비전은 직원들에게 많은 자율성을 부여한다. 팀별로 회의 혹은 협업을 위해 정해둔 4시간을 제외하고는 바닷가, 비행기,카페, 집 등 어디서 일하건 상관없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원격 근무제를 시작하게 된 사연은 따로 있다. 인비전의 창업 초, 세계적 기업 구글은 뉴욕 맨해튼 사무실을 확대하고자 대규모 채용공고를 냈다. 이에 인비전은 개발자 구인난에 부딪혔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개발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캐나다와 미국의 캔자스주 등에서 기존 임금의 두 배를 주고 고용하는 것이었다. 기존의 두 배라 하더라도 뉴욕과 실리콘밸리에서 지급해야하는 금액보다는 적었다. 이렇게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채용이 가능했던 것은 직원의 대부분이 UX디자이너였기 때문이다. 노트북만 있으면 일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물리적인 사무 공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러한 창업 초기의 원격 근무제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는 비단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CEO인 클라크 발버그의 집무실도 없다. 그는 책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일을 하곤 한다. CEO마저도 일관성 있게 사무실 없이 근무를 하는 모습은 인비전의 원격근무 조직문화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인비전의 CPO(Chief People Officer) 마크 프레인은 미국의 웹사이트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매일 특정한 시간에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이 원격근무를 하는 것보다 업무효율성이 높다는 것은 보장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또한 원격근무제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양자택일(all or nothing)'이 필요하다며 "매일 아침 사무실로 걸어 들어가는 선택지가 아예 없어야만 직원들은 원격 근무제에 적응하는 저마다의 방식을 찾아내게 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아직까지도 원격근무로...? 이를 가능케한 인비전의 조직문화

직원이 800명이 되는 회사에서 어떻게 원격 근무만으로도 8년째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원격근무를 뒷받침해주는 인비전만의 철학과 조직문화를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채용과정부터 원격 근무에 적합한 인재 선정

인비전의 인사담당자들은 면접 시 전문분야 이외에 30가지 정도의 질문을 하는데 예를 들어 '원격근무를 한다면 하고 싶은 것을 10가지 이상 말해봐라', '언제 시간을 가장 낭비하는 것 같은가?'와 같은 질문들을 한다. 이는 자신의 인생에 적극적인지,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인 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채용 시 가장 선호하는 인재상은 '자기주도적' 인재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CPO 마크 프레인은 "각 분야에 맞는 인재가 있는 것처럼 근무방식에도 적합한 인재가 있다. 원격근무에 적합한 이들은 매일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질문도 있는 적극적인 사람들이다. 인비전은 자유와 유연성에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일하는 회사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직원간 라포 형성은 필수

원격근무를 하기 위해 그들이 우선적으로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직원들간에 라포(rapport, 상호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회사는 직원들간에 업무에 대해 많은 질문을 주고받고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장려한다.

라포 형성의 일환으로 인비전은 '온보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사원들은 원격근무제의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사수가 옆에 붙어 일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갈피를 못 잡곤한다. 이러한 신입직원들을 위해 인비전은 기존 직원들이 3주동안 신입사원의 업무와 근무 계획을 함께 짜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 45분씩 '스크럼 미팅' 통해 서로의 상황을 공유

게티이미지뱅크

스크럼 미팅(scrum meeting)은 따로 회의실을 잡거나 서류를 통해 업무 내용을 보고하는 방식이 아니라 구두로 업무 내용을 공유하는 회의를 의미한다. 공식적 회의로 인한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고, 구성원 간에 의견을 수평적으로 공유해 프로젝트의 효율을 높이는 스크럼 미팅 방식을 인비전 역시 활용하고 있다. 인비전의 팀원들은 매일 45분씩 화상미팅을 통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이며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일을 하며 막히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 자신의 성과와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해준다.

스크럼 미팅 나름의 원칙도 존재하는데, 휴가나 업무상 빠지는 직원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 비디오로 녹화하고, 직원들이 모두 돌아가며 발언권을 갖고 회의가 끝날 때에는 회의 도중에 팀원들간에 갈등 상황이 있었더라도 해결하고 마무리 짓는 것이 미팅의 규칙이다. 이 또한 라포 형성에 도움을 주는 조직문화라 볼 수 있다.

이들이 원격 근무를 한다고 해서 직원들 간에 물리적인 접촉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인비전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면 그에 사용되는 모든 비용을 지원해준다. 예를 들어 뉴욕의 휴가모임, 밴쿠버의 야영모임 등 다양한 목적으로 모인 모임들 모두가 지원대상에 포함된다.

출처: 클라크 발버그 공식 트위터
인비전 워크숍 모습

지난 2018년 2월에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전직원이 모여 1주일간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 세계 각지에 퍼져있던 직원들은 한 자리에 모여 회포를 푸는 자리를 가졌다. 프레인 CPO는 이에 대해 "몇 년간 함께 일하면서 서로 만난 적이 없었던 직원들이 얼굴을 마주하며 울고 웃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원격 근무 방식 속 직원들은 다른 것을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이 '일'만 잘하면 된다. 창업자 클라크 발버그는 "유저 인터페이스와 혁신적인 디자인 두 가지 모두 골방에 갇혀있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고객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커뮤니티에라도 나가야 새로운 게 나온다"고 말하며 인비전의 원격 근무에 대해 아직도 의문을 표하는 이들에게 원격(remote)은 단절(disconnected)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비전의 효율적인 원격 근무 방식은 우리에게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비즈 신혜원,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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