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아니에요, 중식당입니다" 재즈 울려 퍼지는 '이곳'

조회수 2019. 9. 17.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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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일반적으로 국내 중식당의 주요 고객은 중장년 남성이거나 가족 단위 고객이다. 그래서 중식당의 인테리어 컨셉은 대부분 화려하고 웅장하며 남성적이다. 그러나, 여기 이런 인식을 깬 특이한 중식당이 있다. 바로 썬앳푸드의 '모던눌랑'이다.



모던눌랑은 영어 단어인 'Modern'과 여성을 뜻하는 중국어 '눌랑(女郎)'을 합친 말로 '신여성'이라는 뜻이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모던눌랑은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중식당이다. 기존 중식당들이 갖고 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부티크 차이니즈 다이닝'을 유행시킨 모던눌랑의 성공전략을 DBR 258호를 바탕으로 알아보자.  ☞원문 기사 더보기(링크)

모던눌랑은 왜 '세련'되어야만 했을까

모던눌랑은 중국요리를 판매하는 중식당으로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첫 매장을 오픈한 2015년만 해도 흔하지 않았던 '부티크 차이니즈(Boutique Chinese)' 컨셉의 매장으로 SNS를 통해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다. 핫플레이스로 소문이 나자 30~40대 기혼 여성들의 모임 자리로도 각광받았다.



모던눌랑은 국내의 기존 중식당들에 부족했던 세련미와 트렌디함을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중국요리와 결합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 덕분에 문을 연지 1년 만에 영업이익률 24%를 달성했으며 2017년 3월에는 여의도에 2호점을 개점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모던눌랑은 '중식당'이라 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편견들을 깨는 데에 일조했다. 모던눌랑과 함께 브랜딩 구축에 참여했던 컨설팅 업체 '필라멘트'의 최원석 대표는 "이전의 중식당은 호텔 중식당, 대형 중식당, 동네 중국집으로 분류됐지만 모던눌랑은 중식당의 카테고리를 확장했다"라고 말했다. 지금이야 느끼하지 않은 중국음식을 판매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중식당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초기의 신선함은 많이 떨어졌지만 지금의 컨셉을 구축하고 차별점을 갖기 위해 고민했던 모던눌랑이 주는 시사점은 의미가 있다.

왜 여성 고객을 사로잡아야 했나

모던눌랑은 2015년 9월, 반포 센트럴시티에 첫 매장을 냈다. 강남에 위치해 얼핏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춘 곳에 매장을 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첫 매장은 사방이 차로와 지하차도, 주차장으로 둘러싸여 보행자가 많지 않은 곳이었다. 설상가상 주변에 오피스 건물도 없어서 음식점을 하기엔 최악의 장소였다. 결국 지나가던 보행자들을 자연스레 유도하는 것보단 사람들이 모던눌랑을 방문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모던눌랑을 찾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한 차별점을 만들어야 했다.

모던눌랑은 매장이 갖는 지리적 단점을 세련된 컨셉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문 고객들이 SNS로 모던눌랑을 공유할 수 있게끔 모던눌랑만의 매력 포인트를 구축해야 했다. 모던눌랑과 당시 브랜딩을 담당했던 컨설팅 업체 필라멘트는 국내·외 기존 중식당들을 철저히 분석했다. 그 결과, 해외의 유명한 중식당 브랜드들은 전통적인 스타일의 중화요리보다는 서구적 및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중화요리를 통해 수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젊은 층들의 인기를 끌고 있었던 것은 중식을 기본으로 하되 담백하고 모던한 느낌을 주는 '새로운 중국요리'라는 뜻을 가진 '누벨 시누아(Nouvelle Chinois)'였다.

매장 인테리어 역시 정통 중국풍 보다는 모던함과 세련된 느낌이 강조된 방향으로 정했다. 이는 해외 유명 중식당 현지 답사와 SNS 연관어 검색 등을 통해 최신 중식당 트렌드를 찾아낸 결과다. 일례로 모던눌랑이 참고한 중식당 중 한 곳인 홍콩의 미슐랭 2스타 중식당 '두델스(Duddell's)'의 경우 위의 사진처럼 분위기 좋은 카페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구체적인 브랜드 스토리와 일관된 메시지가 핵심

모던눌랑은 '세련되고 매력적인 인테리어와 맛 좋은 음식, 그리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공간'을 지향점으로 삼았다. 그래서 SNS를 많이 사용하는 젊은 세대, 그중에서도 '사진'을 많이 공유하는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정했다. 또한, 단순히 '젊은 여성'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컨셉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세밀하고 촘촘한 전략을 짜기 위해 온·오프라인으로 발 벗고 뛰어 시장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기존 시장에서 결여된 부분을 포착할 수 있었다. 모던눌랑이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고 초기 안착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구체적인 컨셉

초기 모던눌랑 1호점의 위치가 고속 터미널이라는 것을 고려해 '여행과 만남'이라는 컨셉을 잡고 매장 한 쪽에 기차 모형을 배치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조금 더 세밀한 시장분석을 통해 브랜드 컨셉의 구체화가 필요함을 느꼈다. 해외 인기 중식당들의 세련됨과 모던함을 한 번에 드러낼 수 있는 컨셉이 필요했던 것. 브랜딩 담당 업체였던 필라멘트의 도움으로 최종적으로 결정된 컨셉은 '1930년대 상하이의 신여성'이었다.


1930년대의 상하이는 서양 문물이 유입되면서 동양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황금기'였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맞물리던 상하이에서 당대의 여성들은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아 근대 교육을 받아 소위 '신여성'이라 불렸다. 1930년대 상하이의 이러한 배경은 '중국'과 '모던함'의 결합을 추구하던 모던블랑이 바라던 컨셉과 일치했다.

출처: 2019년 여름 신메뉴
2019년 여름 신메뉴

전통적인 중국이 아닌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지던 상하이가 매장의 컨셉이었기 때문에 비록 중식당이지만 전통적인 중국요리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결과, 모던눌랑에서는 기존에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중국요리(Chinese Cuisine)들을 선보일 수 있었다. 또한, 개방적인 컨셉 덕분에 신메뉴 도전에도 막힐 것이 없었다.



(2)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컨셉의 생생함을 전달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해서 고객들이 그 스토리를 단번에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컨셉을 구축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 있다. 두 개, 혹은 여러 개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보다는 핵심적인 하나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던눌랑은 고객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4가지 요소에 집중했다. '메뉴', '인테리어', '서비스', '기타 요소'이다. 이 네 가지가 통일되어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했다.

모던눌랑에 들어서면 고객은 마치 1930년대 상하이에 온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흐릿한 조명과 회색 벽돌과 같은 인테리어는 세련되면서도 은은한 분위기를 풍긴다. 또, 1930년 상하이 조계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됐던 재즈를 반영했는지 모던눌랑에선 정기적으로 재즈 공연을 주최해 식사를 하는 고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 이처럼 모던눌랑은 '1930년대 상하이 신여성들이 즐기던 공간'이라는 확실한 컨셉을 구축하고 이를 전달하기 위해 고객의 시각과 후각, 청각 등 모든 감각에 오로지 하나의 통일된 메시지만을 전달한다.

(3) 차별화를 넘어 고급화


모던눌랑은 구체적인 브랜드 스토리와 컨셉으로 기존의 중식당과 차별화를 두고 SNS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적인 중식당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 의식한 모던눌랑은 비록 중식당이지만 경쟁 대상은 중식당이 아닌 외식업체 모두라고 생각하고 차별화를 넘어 고급화를 꾀했다.

모던눌랑은 메뉴의 가짓수를 줄이는 대신 신선하고 이색적인 요리들로 메뉴를 리뉴얼했다. 모던눌랑의 메뉴판엔 자장면이나 짬뽕과 같은 일반적인 중식이 아닌 수제 연두부와 활전복으로 만든 '활전복 수제 연두부 찜', 다섯 가지 해산물을 올려 만든 냉면인 '차이니즈 시푸드 콜드 누들'과 같은 색다른 메뉴들로 이뤄져 있다. 이 같은 과감한 결정으로 인해 젊은 고객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었다.


이제는 세련된 중국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보행자가 적은 입지의 한계라는 특수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철저한 국내외 시장조사와 그 결과 구축해낸 '1930년대 상하이 신여성'이라는 구체적인 브랜드 스토리, 그리고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철저하게 그 컨셉에 몰입했던 모던눌랑의 전략은 외식업계 종사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목표로 한 컨셉이 고객들의 마음에 '포지셔닝(Positioning)'하기 위해선 우선 브랜드 자신부터 그 컨셉에 몰입하고 모든 요소들을 그것과 일체화해야 한다. 1호점의 성공적인 안착 이후 여의도에 개점한 2호점 역시 식당의 모든 요소들과 컨셉을 일치시켰고 그 결과, 요즘도 평일 저녁 7시면 빈 좌석 없이 손님들로 가득 찬다고 한다. 재즈 공연, 스몰 웨딩 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로 젊은 고객에게 다가가려는 모던눌랑은 여전히 도전 중이다.

인터비즈 김동섭, 장재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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