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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커피시장 1위 '이 브랜드' 내리막길 걷는 중?

조회수 2019. 9. 16.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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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이 만드는 맥심 커피는 명실상부 국민 커피로 통하는 제품이다. 1976년 세계 최초의 커피믹스 제품을 만들었고, 1989년에 내놓은 모카골드 믹스커피는 지금도 개별 스틱 기준으로 1초에 200개 씩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 탕비실 상비 제품이 된 진 오래다.


맥심은 설날이나 추석엔 선물세트로도 인기를 끌었다. 한 해를 시작하며 주변인들에게 정성을 담아 주는 선물로서 의미도 깊었다. 명절선물인 만큼 고급제품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맥심의 인기에 힘입어 동서식품은 국내 인스턴트-조제 커피 시장의 최강자가 된 지 오래다. 인스턴트 커피 시장 점유율은 약 80% 수준으로, 동서식품의 매출은 연 1조 5000억 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견실한 기업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론 최근 들어선 시장 전망은 암울하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영원한 절대강자는 없는 것일까. 동서식품은 이러한 시선을 뒤집고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원두커피, 캡슐커피, 홈카페..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믹스커피

동서식품은 1968년 설립돼 1970년 미국의 크래프트사(당시 제너럴푸즈)와 커피제조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인스턴트 커피인 '맥스웰하우스'가 탄생했으며 잇달아 인스턴트 커피의 단짝이라고 할 수 있는 식물성 커피크리머 '프리마'를 내놓았다. 국내서 커피 시장을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1974년 제일제당 사장을 지냈던 김재명 명예회장이 동서식품을 창업주인 고 서정귀 사장으로부터 인수하면서 커피믹스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했다. 김 명예회장은 '일반인들이 커피를 빠르고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없을까?'라고 고심하다가 세계최초로 커피알갱이, 프림, 설탕이 합쳐져 포장된 '맥심 커피믹스'을 발명했다.

동결건조 기술을 사용하여 기존의 가루형 커피들과는 다르게 알갱이 형태를 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둔 이 커피믹스는 배합비율이 맞춰진 채로 나와 항상 같은 맛을 제공하고 제조도 편리하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 경쟁자가 없는 국내 시장에서 맥심은 승승장구했고 시장 점유율은 80%까지 치솟았다.

출처: 주식회사 동서 공식 홈페이지 캡처

커피믹스 시장의 가능성을 목격한 네슬레와 롯데등의 업체들도 뒤이어 유사 상품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동서식품의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커피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면서 동서식품의 아성에도 균열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동종업계와 비교할 때 매출규모로는 작지 않지만 영업이익은 2017년 2114억원, 2018년 2127억원 으로 사실상 정체에 빠졌다.

이는 무엇보다 커피믹스 시장이 계속 움츠러들고 있어서다. 2018년 7월 발간한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액상커피와 인스턴트 커피는 매출 상승세를 보이는 데 반해 믹스커피로 불리는 조제커피(볶은 커피 또는 인스턴트커피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혼합한 것)는 매출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1분기를 기준으로 비교해보았을 때 조제커피는 2016년 2660억 원, 2017년 2501억 6900만원 그리고 2018년 1분기 2400억 원대의 시장으로 차츰 줄어들고 있다.

출처: 맥심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다방 커피', '자판기 커피'로 사랑받던 믹스커피가 흔들리는 이유는 믹스커피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주자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두 커피의 인기가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믹스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커피 전문점과 디저트음료 시장이 커지고 액상커피와 인스턴트커피(원두를 갈아 넣은 스틱커피)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홈카페가 트렌드가 됨에 따라 집에서도 갓 추출한 커피 맛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가 증가했고 그 영향으로 캡슐커피도 커피믹스를 위협하는 형국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커피믹스의 잦은 섭취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가 속속들이 발표되며 커피믹스를 찾는 소비자들이 줄었다. 커피믹스에 함유된 당류는 커피믹스 한 봉지의 약 절반 가량에 달하며 카페인 함량도 높아 비만과 당뇨병 환자들은 섭취를 최대한 줄일 것이 권고되기도 했다.

동서식품의 방향 전환...다른 성공 사례 쓸 수 있느냐가 관건

믹스커피로 유명세를 떨친 동서식품이지만 현재는 인스턴트 커피인 '카누', 설탕을 줄이거나 설탕 대신 꿀을 넣은 커피를 출시하는 등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다른 상품에 더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커피맛이 획일화 돼 있다는 비판과 관련해선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카누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은 것도 현재 시장상황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카누 시그니처 미디음 로스트를 스틱당 2.1g으로 출시해 대용량으로 큰 컵에 담을 수 있게끔 만든 제품이다. 카페에서 나오는 아메리카노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동서식품이 지난달 마포구에서 운영한 팝업 카페 모카 라디오

젊은층의 감성에 어필하기 위해 팝업 스토어를 만든 점도 인상적이다. 동서식품은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모카라디오라는 팝업 카페를 운영했다. 7월 17일까지 운영한 팝업 카페는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서 제품의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덧입히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한편 동서는 최근 아이스크림 유통 수입 및 유통 사업에 나서서 이목을 끌었다. 동서식품 모회사인 동서는 앞서도 에비앙과 몬델리즈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레드불 등 등 수입을 통해서 활로를 모색해온 바 있다. 동서는 지난달 미국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헤일로탑크리머리를 선보인 것. 파인트 제품 1개 가격이 1만 원을 넘을 정도로 고가 제품이다.

커피믹스 시장의 절대강자인 동서식품을 가진 동서로서도 시장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해 상품 다각화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절대강자 조차도 시장의 긴장할 수밖에 없는 트렌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터비즈 신유진,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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