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대신 '매니저'라 부르는 현대차..호칭파괴가 트렌드?

조회수 2019. 9. 16. 11: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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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현대·기아차는 대대적인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달부터 5급 사원부터 부장까지 6단계로 이뤄졌던 기존의 일반직 직급체계는 G1~G4에 이르는 4단계로 단순화된다. 더불어 호칭체계도 '매니저'와 '책임매니저' 2단계로 축소시켰다. G1, G2는 매니저, G3,G4는 책임매니저에 해당된다. 이와 별개로 팀장, 파트장 등의 보직자는 기존처럼 직책을 호칭으로 사용키로 했다.

출처: 인터비즈 편집
자료: 현대자동차그룹

현대·기아차는 이미 지난 4월 기존 이사대우와 이사, 상무까지의 임원 직급 체계를 상무로 통합해 기존 사장 이하 6단계 직급을 4단계로 축소시켰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이러한 임원 인사제도 개편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직급과 호칭체계 변화를 통해 직원들이 연공이 아닌 업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하고, 수직적 위계구조가 개선돼 의사결정 속도와 업무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O님', '프로', '매니저'...CJ, SK, 삼성 등의 대기업들은 이미 시행중인 '호칭파괴제도'

'호칭파괴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기업은 비단 현대·기아차뿐만이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웬만한 대기업들은 이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부터 호칭을 직급에서 '프로페셔널', '시니어프로페셔녈', '프린스플프로페셔널' 등 '프로'로 통일했다. LG전자도 같은 해 직급을 사원, 선임, 책임 3단계로 단순화시키고 호칭도 '선임님', '책임님'으로 개편했다.

SK텔레콤에서는 2006년부터 주요 직책을 제외한 전 직원의 직급과 호칭을 '매니저'로 통합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매니저'라는 호칭에서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방식으로 다시 한번 바뀌었다. SK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SK하이닉스 역시 기술사무직의 호칭을 'TL'로 변경했다. '기술 리더(Technical Leader)'와 '능력 있는 리더(Talented Leader)'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자하는 취지다.

출처: 동아닷컴

이렇게 대기업 전반에 퍼진 호칭파괴문화의 시발점은 CJ였다. CJ는 2000년에 대기업 최초로 직책을 불문하고 '님'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CJ그룹의 CEO 이재현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도 포함해 서로를 'OOO님'으로 부르는 것이다. CJ가 시도한 이후 아모레퍼시픽, 제일기획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 역시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바뀌어가는 호칭문화에 명함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대리', '과장', '팀장', '차장' 등의 직급이 표시되어 있던 이전 명함과 달리 이제는 '매니저', '프로' 등의 새로운 호칭이 표시된다. 명함만으로는 나이나 근속연수를 예상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굳이 전통적 호칭문화 깨려는 이유는...? '수평적 조직문화의 확산'

지금껏 유지하던 전통을 내던지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왜 이렇게 전통적 호칭체계를 깨려고 하는 것일까?

'수평적 조직문화의 확산', 호칭파괴문화를 도입한 기업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는 기업의 핵심적인 경쟁력이 됐다.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유명한 현대·기아차가 호칭파괴제도를 적용하며 내세운 것 역시 '수직적인 위계구조의 탈피'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OO님', '매니저','프로'등의 호칭을 통해 직원들이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고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호칭파괴제도 도입 기업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수평적인 의사소통으로 구성원들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보고체계 역시 간소화시켜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을 기대한다.

이렇게 상명하복식의 관료주의 탈피를 꾀하는 호칭파괴제도가 잘 정착된 것으로 꼽히는 사례는 카카오다. 수평적 사내 문화 형성을 위해 카카오는 설립 초기부터 '영어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다음과 합병이 된 후에도 이어지고 있는데 카카오의 여민수, 조수용 대표 역시 대표님이 아닌 '메이슨'과 '션'으로 불린다. 카카오 설립자 김범수 의장의 호칭은 '브라이언'이다. 이러한 호칭 문화는 회사 내의 활발하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일등 공신이 됐다.

수평적 호칭제도 정착 위해선 조직문화 뒷받침돼야...

그러나 이런 호칭파괴문화를 '도입'만 한다고 다가 아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전국 96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호칭 파괴 제도를 시행한 기업은 11.6%, 도입하지 않거나 도입을 해도 다시 직급체계로 회귀한 기업은 88.3%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도입한 후 다시 직급체계로 회귀한 기업의 수치다. 또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962개사 중 65.4%에 달하는 기업들은 호칭파괴제도가 실효성이 낮다고 답했다.

출처: 사람인 공식 홈페이지

실제로 한화그룹은 지난 2012년 SK텔레콤과 같이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했다가 제작년부터 전통적인 체계로 돌아와 '부장', '차장'등의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KT 역시 2009년 호칭을 매니저로 개편했다가 2014년 CEO가 바뀌며 다시 직급체계로 되돌아온 사례다. KT의 경우에는 직급이 줄어들어 승진 기회와 그에 따른 인센티브 기회가 감소한 것에 대해 직원들의 반발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과거 회귀' 사례들은 수평적인 호칭문화를 도입하더라도 해당 기업의 조직문화가 수직적이라면 소용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리 상사를 OO님, 매니저라 불러도 수직적 위계질서가 확실한 분위기라면 호칭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수평적 호칭제도를 제대로 정착시키고자 한다면 이를 위한 근본적 조직문화 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인터비즈 임현석, 신혜원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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