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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자였던 '이 나라', 최빈국 된 이유는?

조회수 2019. 9. 11.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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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지금보다 부유하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것이 갖춰진 나우루 공화국 사람들의 삶은 결국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한때 자원대국으로 세계 최고 부자나라에 등극했던 나우루는 이제 섬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한 국가의 존망, 풍요와 빈곤, 나아가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어떤 요인들로 빚어지는 것일까요? 프리미엄 경영매거진 DBR에 실린 글을 함께 읽어보시죠.



여러분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태어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태어날 곳을 스스로 택할 수 있다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은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절대 태어나고 싶지 않은 나라가 있나?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관은 이렇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국토는 좁은데 이마저 반으로 쪼개져 있고, 국토의 70%는 산이라 농사도 지을 수 없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뿐인 나라 등…. 한마디로 부정적이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다. 국토는 좁은데 반으로 갈라졌고, 국토의 70%는 산인 데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인구밀도가 높아 경쟁이 치열하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미국이나 호주처럼 땅덩어리가 크고, 지하자원은 많고, 사람이 적어 경쟁이 적은 그런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은 과연 합리적일까? 여기서 소개할 책은 그런 것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책이다. <총, 균, 쇠>의 저자로 유명한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나와 세계>에서 인류학자의 시각으로 잘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가 왜 이런 경제적 격차를 갖게 됐는지 들여다본다.

미국의 인류생태학자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

나우루 공화국의 비극



섬나라 나우루 공화국은 태평양을 지나던 새들이 도중에 똥을 싸고 지나가는 매우 작은 섬이었다. 주민들은 물고기를 잡고 작물을 기르며 근근히 살았는데 섬의 특성상 가뭄이 잦아 고통을 겪어야 했다. 유럽의 침략을 받기도 하고 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나우루 공화국의 풍경이 바뀐 것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발견된 대규모 인산염 덕분이다. 새들이 싸고 간 똥들이 모이고 쌓이면서 인산이 됐는데 이는 화약과 비료의 주 재료로 쓰이는 귀한 자원이다. 나우루에서 대규모 매장층이 발견되면서 나우루 국민들은 180도 다른 삶을 살게 된다. 

1980년 나우루 공화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로, 당시 미국의 1만 91달러보다 2배나 많은 수준이었다. 자원을 내다팔며 소득이 늘어나자 나우루 정부는 파격적인 복지 정책을 폈다. 학비, 병원비는 모두 무료다. 세금도 없다. 결혼하면 방 두 개짜리 집을 준다. 우리 돈 기준 1억 원 가량을 매년 전 국민에게 지급한다.


모든 것이 갖춰지고 일할 필요가 없어지자 사람들이 방탕해지기 시작했다. 나우루는 우리나라 대비 100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나라다. 하지만 사람들은 절대 걷지 않았다. 몇 발자국만 걸으면 되는 거리에도 항상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 식사 준비나 청소 등 자질구레한 일들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맡겼다. 물건을 사러 가서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창문만 열어 구입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일하지 않는 것은 물론 걷기조차 하지 않자 나우루 공화국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만한' 사람들이 됐다. 평균 혈압도 세계 최고다. 20세 이상은 3분의 1이 당뇨고, 70세까지 생존한 사람 중에는 70%가 당뇨다. 건강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국민들은 잔병에 시달렸다.

모든 것이 보장된 환경에 살면서 나우루 공화국 사람들은 점점 비대해졌다

세계 최고 부자나라로 등극하게 했던 인산염이 바닥을 보이면서 나우루 공화국은 몰락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내다팔 수 있는 자원이 없는 데도 고삐 풀린 호화생활은 중단되지 않았고 정부 역시 복지를 줄이지 않았다. 그래도 소비를 감당할 수 없자 이번에는 세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경제사범이나 테러리스트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엉뚱한 정책을 펴기도 했다. 마피아의 돈 세탁을 돕거나 불법자금 거래를 알선하기도 했다.


9·11 테러 등에 참여했던 테러리스트들이 나우루로 도피하는 등 일이 커지자 미국이 나서서 테러리스트 지원국을 고립시키겠다고 발표했고, 나우루 공화국 역시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고 만다. 2003년 인광석의 고갈이 공식화했다. 30년 전 2만 달러가 넘었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 기준 2500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름 넣을 돈이 없어 버려진 고급 차가 거리에 넘쳐났지만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현재 나우루 공화국은 세계에서 가난한 나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빈국이다.


설상가상으로 무분별한 인광석 채굴로 섬 높이가 낮아진 데다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섬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나우루 공화국이 통째로 바다에 잠겨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부자와 가난함을 결정하는 기준



나우루 공화국 사례는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저자는 이를 인류문화적으로 한층 더 깊게 파고든다.


저자는 네덜란드를 거쳐 잠비아에 간 적이 있다. 지리적 측면에선 잠비아가 네덜란드보다 확연히 가진 게 더 많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이 풍부하다. 수력 에너지가 무궁무진하고 구리도 많다. 날이 더워 농산물도 여러 번 수확할 수 있고 내란을 겪은 적도 없다. 평화롭고 안정된 국가다.


반면 네덜란드는 겨울이 엄청 길고 땅은 해수면보다 낮고 천연자원도 전혀 없다. 독일과 접경지역이라 침입도 많이 당했다. 하지만 두 나라는 소득 면에서 100배나 차이가 난다. 도대체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세계지도상 네덜란드(blue)와 잠비아(red)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위도다. 대체로 온대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이 열대지역 국가보다 부유하다. 개별 국가 안에서도 그렇다. 미국의 북동부인 뉴욕과 오하이오주는 열대에 가까운 남동부 미시시피주 혹은 앨라배마주보다 훨씬 부유하다. 브라질도 그렇다. 적도에서 한참 떨어진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같은 온대지역은 잘살고 적도 부근 도시들은 못산다.


두 가지 측면 때문이다. 하나는 낮은 농업생산성이고 다른 하나는 열악한 공중보건이다.


우선 농업생산성을 놓고 보자. 열대 토양은 비옥하지 않은 박토다. 이탈리아와 미국 등 온대지역 농지는 심토로, 비옥한 편이다. 미국과 이탈리아 온대림에서 산책을 하면 나뭇가지와 낙엽이 자주 눈에 띈다. 이들이 땅에 떨어져 천천히 썩어가며 토양에 오랫동안 유기물 같은 영양분을 방출한다.


이는 빙하가 반복해 오르내린 덕분이다. 빙하는 수백만 년 동안 22번 정도를 왔다 갔다 했다. 빙하가 내려갔다 되돌아갈 때마다 바위가 부서지며 새로운 흙을 만들었고 그때마다 새로운 영양분이 더해졌다. 세계 주요 농산물 수출국을 보라.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와 네덜란드, 아르헨티나와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모두 온대지역이다.

수백만 년 동안 빙하가 반복해서 오르락내리락 하며 바위를 부수고 흙을 뒤엎은 덕분에 온대지역에는 비옥한 토양이 펼쳐질 수 있었다

반면 열대지역은 얼음으로 뒤덮인 적이 없어 영양분이 풍부한 흙으로 재생되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유기물은 높은 온도 때문에 신속하게 분해된다. 잦은 비 때문에 영양분이 토양에 스며들지 못하고 강으로 씻겨 내려간다. 열대지방은 동식물 종이 온대지방보다 훨씬 많다. 이는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병원균과 벌레, 곰팡이의 종류도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도 된다.


또 다른 하나는 열악한 공중보건 때문이다. 최고의 공중보건 대책은 추운 겨울이다. 매서운 추위가 기생충과 세균을 죽인다. 온대지방의 전염병은 주로 천연두와 홍역 등인데 이들은 한 번 걸리면 다시는 걸리지 않는다.

열대 질병은 면역력이 생기지 않고 자주 재발하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작용한다

열대질병은 다르다.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말라리아 같은 재발성 질병 (recurrent disease)이다. 기생충병과 말라리아, 에이즈의 영향으로 잠비아의 기대수명은 41살이다. 기대수명이 짧다는 것은 숙련된 기술자나 행정가로서 생산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뜻이다. 열대성 질병으로 사망률이 높고 유병률이 높다. 말라리아로 죽지는 않더라도 몸이 허약해져 상당 기간 일을 못 한다. 42세 이후 몸이 자주 아픈 까닭에 같은 연령의 한국 노동자보다 적게 일한다.

한편 자식은 많이 낳게 된다. 생산가능 인구보다는 생산 활동을 하지 않는 아이들이 더 많다. 여성들은 임신 중인 기간이 많기 때문에 이 역시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열대지역에서 최근 성장한 국가들은 한결같이 공중보건에 적극 투자한 국가들이다. 농업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대대적으로 투자를 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대만과 홍콩, 모리셔스 등이 그렇다.

보건, 자원, 제도… 국가 존망의 변수



미국 CIA는 국가 실패를 예측하는 데 관심이 높다. 국가가 망하면 이민을 떠나거나 테러리스트가 돼 세계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가 존망의 변수가 무언지 오랫동안 연구했다.


가장 큰 변수는 유아사망률이다. 이는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여성이 항상 임신하거나 젖먹이에게 젖을 먹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 소수의 생산 가능 성인이 다수의 비생산적인 자녀를 부양해야 한다. 높은 유아사망률은 정부가 허약하고 비효율적이라 아동의 질병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조기 경보다. 공중보건의 투자 효과는 엄청나다. 열대국가는 높은 기온 때문에 산업장비가 빨리 녹슬고 부식되는 경향이 있다.

유아사망률은 국가 존망의 중요한 변수다

바다가 없는 것도 가난에 한 역할을 한다. 볼리비아, 몰도바, 라오스와 아프가니스탄, 네팔과 우즈베키스탄은 전형적인 내륙국가이다. 내륙국가는 바다를 끼고 있는 국가에 비해 운반 비용이 7배 정도 더 든다. 내륙뿐인 볼리비아는 남아메리카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국가이고 아프리카는 48개국 중 15개가 내륙국가다.


천연자원도 국가의 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긍정적 역할보다 부정적 역할이 많다. 천연자원은 축복보다는 저주의 요인이다. 왜 그럴까?  


첫째, 자원은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지 않고 일부 지역에 매장돼 있다. 이런 차이가 내란과 독립운동으로 이어진다. 매장된 지역은 이런 부를 다른 지역과 나누고 싶어 하지 않는다. 광물자원이 풍부한 콩고의 동부지역에서 분리독립 운동이 만성적으로 벌어지는 이유이다.


부패와 비리를 조장하기도 한다. 다이아몬드와 황금이 풍부한 국가들이 유난히 부패와 비리로 몸살을 앓는다. 높은 임금을 받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한다. 하지만 자원은 언젠가는 고갈되기 마련이다. 석유가 풍부한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광물이 풍부한 콩고, 다이아몬드의 생산지 시에라리온, 은이 풍부한 볼리비아가 대표적이다.

풍부한 자원은 저주가 될 때가 많다

환경 문제와 인구 과잉도 국가의 존망에 큰 영향을 준다. 그린란드의 바이킹이 사라진 것은 토양의 파괴와 추위 때문이고, 마야의 멸망 역시 삼림 파괴와 토양 침식, 인구 과잉 문제 때문이다. 세계화가 된 지금 한 나라의 가난은 그 나라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민과 테러의 근원지가 되거나 다른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르완다, 부룬디, 네팔, 아이티, 마다가스카르, 파키스탄 등…. 생태적으로 취약한 이들의 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인 것이다.


제도적 요인이 빈부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다. 같은 지리적 요인을 가졌어도 제도는 빈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과 북한, 동독과 서독이 그렇다. 카리브해의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은 같은 섬의 서쪽과 동쪽을 위치하고 있는데 도미니카공화국이 아이티보다 6배나 부유하다. 제도 때문이다.

출처: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

그렇다면 좋은 제도란 무엇일까? 좋은 제도는 국민 개개인에게 뭔가를 생산하고자 하는 의욕을 자극함으로써 국부의 증강을 유도하는 경제, 사회, 정치적 제도를 뜻한다. 이들 국가는 우선 부패가 없다. 구성원들이 열심히 일한 대가를 차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개인재산권을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 법치국가이고 주식, 벤처 자본시장, 부동산시장 같은 금융시장이 있다. 정부가 효율적이고 자본이 원활하게 흐른다.


역사적으로 제도가 발전한 국가는 인구밀도가 높은 정주사회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주사회의 출현으로 농업이 발전했고 잉여 식량을 생산해 저장할 수 있게 됐다. 길들일 수 있는 야생식물과 동물이 많았다. 농업을 상대적으로 빨리 받아들인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일찍 복잡한 제도를 개발할 수 있었다. 농업이 일찍 발달한 곳이 중앙정부의 역사가 길고 그런 국가의 일인당 평균소득이 높다. 농업의 역사가 국가 빈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농업이 일찍부터 발달한 곳일수록 중앙정부 역사가 길고 1인당 평균소득이 높다

1960년대 한국, 가나, 필리핀 모두 가난한 국가였다. 대부분 학자는 가나와 필리핀은 곧 부유해질 것으로 생각했다. 따뜻한 열대지역이라 식량 재배가 쉽고 천연자원도 많기 때문이다. 6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이 제일 잘살고 나머지는 지금도 가난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은 농업, 금속도구와 중앙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일찍 발달한 지역 중 하나인 중국과 인접해 있다. 이것이 한국만 부유해진 이유다.


건강하게 삶의 질을 유지하며 오래 사는 법


저자는 1964년 뉴기니 섬에 갔을 때 현지 주민들의 건강한 체형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비만은 한 명도 없었다. 남자 여자 모두 호리호리하고 근육질에 보디빌더 같았다. 이들은 대부분 직접 재배한 것을 적게 먹었다. 원주민들은 90%의 칼로리를 고구마만으로 섭취했다. 당뇨나 심장질환은 전혀 없었다. 이들의 사망원인은 말라리아와 이질 같은 전염성 질병, 영양실조와 기아, 육체를 많이 사용하는 생활방식에서 비롯됐다.


뉴기니 섬의 일부는 인도네시아, 일부는 파푸아 뉴기니가 점하고 있다

오늘날은 다르다. 파푸아뉴기니는 완전 도시화, 서구화됐다. 비만이나 과체중인 사람이 자주 눈에 띈다. 게다가 포트모르비즈 근처에 사는 부족은 세계에서 당뇨병 유병률이 가장 높은 집단이다. 와니겔라족은 50년 전만 해도 당뇨환자가 한 명도 없었지만 지금은 무려 37%에 이른다. 이탈리아보다 7배나 높다. 서구식 생활방식이 원인이다.


중동아랍 국가도 그렇다. 수세대 전 가난했던 이들에게 당뇨환자를 찾긴 어려웠지만 현재 산유국 국민의 15~25%가 당뇨병 환자다. 전통사회를 떠나 서구세계로 이주한 사람들도 당뇨에 취약하다. 미국이나 유럽으로 이주한 중국인, 인도인, 일본인은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당뇨를 비롯한 비전염성 질병에 걸린다. 정주생활, 적은 육체활동, 고칼로리 섭취와 과체중, 지나친 음주, 염분과 당분의 과도한 섭취 등이 이유이다.


역사적으로 소금을 구하기는 아주 어려웠다. 뉴기니 사람들은 특정 식물 잎을 채취해 그 잎을 태워 재로 만들고 그 재를 정성껏 모아 소금을 만들었다. 염분이 함유돼 짠맛이 나지만 고약한 맛도 동시에 났다. 염분을 간절히 원했지만 충분히 구할 수 없었다. 이들의 일일 염분섭취량은 50㎎이었다.

뉴기니 사람들에게 소금은 귀한 물질이었다

현재 미국인은 하루 10g을 먹는다. 빅맥 하나에만 1.5g의 소금이 있으니 원주민이 한 달 섭취하는 소금량이다. 치킨누들수프에는 2.8g이 들어 있다. 두 달 섭취 소금량이다. 가장 많은 소금은 아시아 식당에서 파는 매콤한 국수로 무려 17g의 염분이 들어 있다. 국수 한 그릇에 뉴기니 원주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섭취하는 염분이 담겨 있는 셈이다.


염분 섭취가 고혈압의 주요 원인이란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일본 아키타현이 세계에서 가장 소금을 많이 먹는다. 하루 평균 27g이다. 그래서 이 동네는 고혈압이 일반적이고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빈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세계에서 소금 섭취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유명했던 일본 아키타현은 1970년대(일평균 20g) 이후 '짜지 않은 식생활' 캠페인을 벌여 2010년대 들어 절반 가까이(11g) 줄이는데 성공했다

당뇨는 생활습관에서 오는 병이다. 당뇨유병률과 주식시장 등락은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주식시황이 호황이면 부자가 됐다는 기분에 더 많이 먹어 체중이 증가하고 당뇨병 증상이 나타날 위험성이 더 커진다. 1870년 프로이센 군대가 파리를 포위하고 식량 공급을 차단했다. 그러자 당뇨증상 발현이 중단됐다.


전통적인 생활방식에서는 간혹 배 터지게 먹는 순간과 굶는 기간이 반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풍요로운 순간 칼로리를 지방으로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능력을 지닌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인슐린은 과도한 칼로리를 지방으로 저장할 수 있게 해주는 호르몬이다.


지금은 언제나 음식이 차고 넘친다. 쓸데없이 지방을 체내에 축적할 필요가 없다. 그런 능력이 오히려 약점이 되고 말았다. 기근으로부터 가장 먼저 벗어난 사람은 유럽인이다. 식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초기 유럽인들은 당뇨를 많이 앓았을 것이고 그 때문에 당뇨 요인을 지닌 사람들은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유럽의 당뇨가 줄어든 이유 중 하나이다.


인류학은 매크로하게 사건과 현상을 본다. 시간과 공간의 축을 늘리고 넓혀서 본다. 그렇게 되면 똑같은 사건과 현상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기존에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잘살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춘 괜찮은 환경이란 생각을 했다. 일상에서 자주 하는 일에 좀 더 조심을 해야겠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예전 뉴기니 사람처럼 살 수 있다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겠다는 통찰도 얻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매거진 DBR
필자 한근태

비즈니스인사이트 최한나 정리

businessinsight@naver.com

출처: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39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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