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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비즈

"연 매출 2400억" 다이어트 도와주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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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파운드(약 27.2kg) 감량. 아이 넷 엄마로 사느라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을 잃었을 때 눔을 시작했습니다. 인생을 통틀어 나 자신을 이토록 사랑했던 적이 있나 싶습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사용자들이 "인생을 바꿔줬다"고 말하는 앱이 있다. 건강관리와 체중 감량을 도와주는 눔(Noom) 이야기다. 체중 관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아직 생소한 이름일 수 있지만, 이미 전 세계 누적 사용자가 4800만 명에 이르는 주목 받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다. 연 매출은 2억 달러(약 2400억)로, 지난 2년간 월 매출 기준 100배 성장했다. 지난 5월엔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5800만 달러(약 7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투자까지 유치했다.

이 앱은 다른 다이어트 코칭 앱과 무엇이 다르길래 사용자들의 마음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까지 사로잡으며 가장 '핫'한 스타트업으로 떠오른 걸까. DBR 277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미국 전역에 방영된 놈의 TV 광고의 한 장면

출처DBR
때수건 팔던 사업가와 구글 수석 엔지니어..미국 의료 사각지대에서 '기회' 발견해

눔의 창업자이자 본사 CEO인 정세주 (39) 대표는 대학생 시절부터 외국의 희귀 음반 CD를 수입, 배급하며 연 매출 10억 원을 올리던 사업가였다. 돈은 부족함 없이 벌었지만 더 큰 시장에 대한 갈증을 느낀 그는 돌연 다니던 학교를 중퇴하고 미국행을 택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시작한 뮤지컬 사업은 실패했고 빚더미에 오른 그는 생계유지를 위해 뉴욕 코트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국산 때수건, 방향제, 수세미 등을 닥치는 대로 시장에 팔았다. 그렇게 무일푼에서 다시 창업 자금 1000만 원을 모아 일어섰다.

정세주 대표

출처DBR

타지에서 고군분투하던 정 대표는 사촌 동생을 통해 구글 수석 엔지니어 아텀 페타코프를 만났다. IT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돕는 제품 개발에 관심이 있던 엔지니어 아텀과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사업을 구상 중이던 사업가 정 대표는 ‘기술이 아직 바꾸지 못한 시장’을 찾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이 주목한 건 헬스케어 시장이었다. 미국은 국민의 '의료 접근성'이 낮다. 의료 인프라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그래서 일상에서 사용자들의 건강관리를 돕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회사의 미션도 정했다. ‘모든 곳에 있는 사람들이 더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하자’.

처음 만든 건 러닝머신을 뛰며 TV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제품이었다. 운동이 즐거워지면 더 자주 찾고 건강관리를 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개발에만 1년 반을 쓰며 너무 많은 돈과 시간을 쓴 탓이다. 결과물을 내놓고 시장의 수요가 있는지부터 타진하는 게 순서였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만든 게 2008년 선보인 헬스 트레이닝 앱 ‘카디오 트레이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센서(만보기)와 GPS를 바탕으로 실시간 운동량과 운동 경로를 측정하는 앱이다. 이 앱은 미국을 중심으로 1500만 회에 걸쳐 다운로드됐고, 2009년에는 구글이 선정한 ‘베스트 구글 안드로이드 앱’ 4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업에 탄력이 붙으면서 2011년 5월 다이어트 앱 '눔 코치'를 출시했다. 정 대표는 카디오트레이너의 데이터를 살펴보던 중 90%에 가까운 사용자가 그냥 걷기 운동만 한다는 것, 또한 사용자들의 관심사가 ‘피트니스’보다는 ‘다이어트’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체중 감량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단순 운동 관리를 넘어 식단 관리까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기존 앱의 기능에 식사기록 기능을 더했다.

월 10달러에 모바일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도하고, 체중 감량을 도와주면서 시작한 눔 코치는 2014년까지 구글 플레이스토어 건강관리 부문에서 3년 8개월 연속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공격적인 광고나 마케팅 없이도 새로운 앱에 호기심을 갖는 얼리어댑터들을 빠르게 흡수했다.

작심삼일 깨는 편리한 플랫폼, '뚝배기' 단위로 식사 기록하면 AI가 코칭

눔의 엔지니어들은 다이어터들의 작심삼일을 막기 위해 식사 기록을 편리하게 만드는 작업에 매진했다. 생활습관 교정과 체중 감량을 위해선 기록이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눔은 의지가 약해서라기보단 '불편해서'라고 판단했다.

먼저 방대한 푸드 DB를 구축했다. 영양사들을 고용하고 현지 아르바이트들이 ‘수기 입력’하는 식단의 종류와 칼로리를 검수하면서 DB를 쌓아나갔다. 사용자가 DB에 빠진 식단을 제보하면 그 즉시 업데이트했다. 음식량은 'g' 대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위를 사용했다. 미국 앱에선 미국인들이 익숙한 ‘골프공’, ‘주사위’ 단위를 사용하고, 한국 앱에서는 ‘뚝배기’, ‘반찬 그릇’ 등의 단위를 사용하는 식이다.

출처DBR

식단을 기록하면 칼로리 밀도(중량 대비 칼로리)가 낮은 순으로 초록, 노랑, 빨강 등 신호등 색깔로 구분하여 AI의 코칭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I는 빨강 음식의 비중이 25%를 넘으면 초록 음식을 더 늘려보도록 권장한다든지, 총 섭취 칼로리가 권장량을 초과하면 먹는 양을 줄이거나 걸음걸이 수 등 운동량을 늘려보도록 코칭을 제공한다. 이처럼 방대하고 정확한 푸드 DB,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한 UX/UI를 바탕으로 회사는 안정 궤도에 오른 듯 보였다.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발판 삼아 한국, 일본, 독일 등에서 글로벌 판을 연이어 선보인 결과 전 세계 누적 사용자도 4000만 명까지 늘었지만, 문제는 수익모델에 있었다. 가입자들이 잠시 이용하다 떠나는 경우도 많았고, 월 10달러의 앱 유료 결제 모델만으로는 외형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가격을 4배 올렸는데..사용자는 오히려 더 늘어나

성장 엔진이 멈출 무렵, 정 대표는 서비스의 품질, 프리미엄화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뛰어난 기술도 중요하지만 다이어트는 개인의 '심리'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줄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비스 도입에 앞서 3단계에 걸친 '린 스타트업' 방식의 서비스 개선이 있었다. 사람이 코칭 서비스에 개입하면 정말 동기부여에 '효과가 있을지'를 검증하기 위해 1단계 이메일 상담, 2단계 그룹 운영, 3단계 사람 코치의 과정의 실험을 거쳤다.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가 에릭 리스(Eric Ries)가 개발한 '린스타트업 방식'은 '만들기-측정-학습'의 피드백 순환을 기초로 한다

출처DBR

처음엔 고객서비스(CS) 담당자에게 사용자 20명을 대상으로 1대1 상담을 진행하도록 했다. 직접 메일로 회원들을 독려하고 다이어트 고충에 공감해주며 궁금증에 대해 피드백을 주자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업무량이 급증으로 지속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도입한 게 그룹 운영이다. 비슷한 체중 감량 목표나 생활습관 등을 가진 회원들을 그룹으로 연결해 운동이나 식단 등을 공유하고 서로 의지를 북돋아주도록 했다. 각 그룹에서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는 사람을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 지정해 멤버들을 독려하고 식사, 운동을 공유하게 하는 리더 역할을 맡겼다.

문제는 낮은 참여율. 눔은 그룹 운영에선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구성원의 참여율이 높고 잘 활성화되는 그룹들의 특징을 관찰해 AI의 코칭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다. AI 정확도가 올라가자 눔은 사용자에게 1 대 1 사람 코치를 붙이되 AI가 사람을 보조하게 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프리미엄 서비스는 2015년 10월 시작됐다. 사용료는 월 10달러에서 45달러로 올랐다. 하지만 가입자는 오히려 늘었다. 사용자들이 저가의 표준화된 서비스보다 더 비싸더라도 오로지 ‘나’를 위한 맞춤형 코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방증이었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 회원들과 코치의 만족도를 해치지 않으면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코치 대 회원 비율은 미국 본사 기준 1대 350이다.

출처DBR

AI와 사람의 하이브리드 방식은 다음과 같이 운영된다. AI는 ‘아침에 뭐 드셨어요? 좋은 식단이네요’ ‘술 드셨어요? 과음 후에는 물을 많이 마셔 주세요’ 등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질문과 답변을 담당한다. 매일 반복되는 대화의 93%에 해당한다. 그 외에 연민·격려·공감 등 정서적 교감, 개인 맞춤형 목표 설정 등과 관련된 나머지 7%는 사람 코치가 맡는다.

정서적 교감의 예는 다음과 같다. 사용자가 밤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치킨을 먹었다고 해보자. 그때 왜 먹었냐고 다그치거나 기계적으로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는 운동을 하세요'라는 답변만 돌아온다면 교감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것이다. 눔은 다이어트를 계속할 수 있게 응원하고 사용자의 멘탈을 관리하기 위해 절대 질책하지 않는다.



대신 "나한테 알려준 것만으로 너무 잘했다. 치팅 데이를 가졌다고 생각하고 대신 내일 점심은 샐러드를 먹어보면 어떨까"라고 격려한다. 이어 치킨을 먹게 된 이유와 상황에 대해 자세히 묻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한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람 코치의 회원 관리에도 여러 기술이 적용된다. 그중 하나가 채팅창을 하나로 통합한 '스마트박스'다. 눔 코치가 350명의 회원을 관리한다고 생각해보자.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350명의 질문 중에 어떤 것에 대답을 해야 하나 혼란스러울 것이다. 스마트인박스는 이런 고민을 덜어준다. AI 알고리즘이 사용자들 메시지의 우선순위를 분석해 중요한 순서대로 꽂아주기 때문이다. 또, 식단 기록을 하지 않고 활동이 없는 회원에겐 말을 걸어보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정 대표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민감한 부분에 대해 기계적인 답변이 돌아오면 거부감이 들고 짜증이 날 수 있다. 사람 코치가 전체 상담의 7%만 담당하더라도 사용자가 100%라 느끼고 교감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인력' 관리가 서비스 품질 관리의 핵심!

인공지능에 사람 코치를 붙이자 직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7년 1월 정직원이 77명이었지만, 6월 기준 1100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최소 300~35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인건비 부담은 있지만, 숙련된 인력이 나감으로써 입는 손해가 더 크기 때문에 코치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서비스 질을 관리하기 위해 눔은 채용과 교육 등 인력 관리에 힘쓴다. 채용 공고가 나가면 식품영양학, 스포츠, 심리 상담에 전문성이 있는 이들의 지원이 이어진다. 눔 코치 합격률은 0.6%에 불과하다. 관련 지식이 많은 것보다 눔의 교육, 신기술 도입, 플랫폼 업데이트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까다롭게 사람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소통 역량 역시 중요한 채용 기준이다. 처음에는 서면, 그다음은 전화, 마지막은 모바일로 얼마나 잘 소통하는지 시험한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교육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매주 두 차례 시행하는 교육은 사실 정기집회 내지 케이스스터디에 가깝다. 코치 8명이 모여 각자 담당하는 회원들의 케이스를 공유한다. 모든 회의에는 슈퍼바이저(supervisor)가 참석해 코치들이 나누는 여러 케이스 중 행동과학 이론에 비춰 적절하게 대처한 경우는 칭찬해주고 부적절한 답변은 바로잡아준다. 단, 어떤 식의 접근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주되 절대 정답을 먼저 말해주지 않는 게 원칙이다.

전 세계 1100명의 코치는 경험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트라이브 리더-커뮤니티 리더-킹덤 리더-코칭 매니지먼트' 등급으로 나뉜다. 코칭 매니지먼트 집단이 가장 숙련된 코치들로 구성돼 있으며 전 세계에 약 89명이 있다. 이들이 주로 슈퍼바이저로서 '코치들의 코치'가 돼 교육을 담당한다.

출처DBR

멈춰 있던 눔의 매출은 2016년 이후 퀀텀점프(Quantum Jump) 했다. 전사적인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의 결과, 눔은 매주 5% 성장을 52주 연속 이어갔고 2016년 말 대비 2017년 말 12배 성장, 2017년 말 대비 2018년 10배 성장이라는 비약적인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눔의 성장 배경에는 사용자 경험 개선에만 몰두하는 B2C 접근이 있었다. 사실 눔 말고도 미국에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많지만, 실제 사용자를 직접 공략하는 회사는 드물었다. 눔은 무조건 실사용자를 우선순위에 두고 제품을 구상하고, 수없이 많은 A/B 테스트를 반복해 서비스를 개선한 결과 이러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B2C 시장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아 최고의 서비스로 인정받은 뒤, 이를 기초로 정부나 보험사, 제약사 등 B2B 고객들과 파트너십을 넓혀가는 것이 눔의 지향 방식입니다.

눔은 기업 고객 입맛에 맞춘 주문형 생산을 하지 않는다. 기업에 끌려다니면 공급자 위주로 생각하게 돼 사용자 편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뚝심 있게 철학을 밀어붙인 결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갖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법인만 해도 2017년 이후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 있는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눔은 올해는 브라질 등 남미로의 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최근 LVMH의 최대주주인 베르나르 아르노의 기술 벤처투자사의 투자를 계기로 유럽 시장 공략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77호

필자 김윤진 동아일보 기자 

인터비즈 김아현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출처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39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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