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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8개월동안 생리대 개발한 '이 남자'

조회수 2019. 9. 7.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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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업드림코리아의 이지웅대표와 임직원들

2년 8개월.


소셜벤처 (주)업드림코리아 이지웅 대표와 그의 팀원들이 <산들산들 생리대> 를 제작한 기간이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묻는다. 도대체 왜 ‘여성의 월경을 경험해보지 못한 남자’가 2년 8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생리대 개발에 몰두한 까닭이 무엇이냐고.

<산들산들 생리대>는 와디즈에서 투자형/리워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누적 약 2억 2천만 원의 펀딩액 달성을 시작으로 최근 SSG, 쿠팡, 티몬 등 온라인 쇼핑몰까지 유통채널을 확장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실제로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는 기존 생리대보다 높은 흡수력과 편안한 착용감이 돋보인다는 긍정적인 후기를 남기는 등 그 반응도 뜨겁다. 이쯤되니, 궁금하다. 평범한 대한민국 남성 이지웅 대표가 생리대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Q. 산들산들 생리대를 제작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2015년 편모 가정 아이들을 만나는 멘토링을 했었습니다. 그때 아이들에게 ‘너희가 경제적으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했어요. 예상과는 달리 ‘생리대가 비싸다'라는 대답을 들었죠.


부끄럽지만, 그 당시 저는 여성의 월경이 단 하루면 끝나는 줄 알았어요. 알아보니 청소년의 경우 평균적으로 7일에서 9일 정도 월경을 하고 하루에 약 7장 이상의 생리대를 사용하더군요.


생계가 힘든 가정의 아이들에게 비싼 생리대 가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이지웅 대표

이지웅 대표는 처음엔 단순히 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사줘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지속성이 낮다고 판단, 생리대 제작을 구상하게 되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은 생리대 제조 시장에 막혀 잠시 프로젝트를 포기했었다.

A. 그러다 2016년 ‘깔창 생리대' 이슈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잠시 중단됐던 생리대 제작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죠. 처음 구상한 프로젝트는 저가형 생리대 제작이었어요. 그러나 SNS을 비롯한 여러 곳에 자문을 구해보니 무조건 저렴하기보단 안전하고 사용이 편리한 생리대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하시더라구요. (웃음)

Q. 제품 퀄리티가 높아질수록 가격도 높아질 텐데요.

A. 네 맞아요. 지속적인 제품개발을 하다보니 많은 비용이 발생했어요. 처음 취지와 맞지 않게 아이들에게도 생리대 비용을 받아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되었죠.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생각한 게 소비자가 한 팩을 사면 한 팩이 기부되는 구조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즉, 소비자가 두 팩값의 생리대 가격을 내는 것이죠.


Q. 소비자의 반발이 걱정되시진 않으셨나요?


A. 왜냐하면 저희는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제조 방식으로 '유통 거품'을 뺀 제품이기 때문에 시중에 출시된 생리대 한 팩 값보단 상대적으로 저렴해요. 거기다 기능적으로도 좋은 품질의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으니 분명 소비자도 아이들도 모두가 만족한 비즈니스 모델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취약계층 아이들을 돕고자 하는 저의 마음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분명 계실 거라고 확신했어요.

생리대를 시중에 출시하기까지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특히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부족한 자금'


자금 확보를 위해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은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었다.

Q. 2년 8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제품을 개발하기위해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었을 것 같습니다. 초창기 자금 확보를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조달하셨다고요.


A. 네. 투자형/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 각각 1회씩 진행했습니다. 처음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했었죠.

사실 의문이 앞섰습니다.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아니었으니까요. ‘과연 사람들이 투자할까?’ 생각했죠.(웃음) 그래서 독특한 투자조건을 설계했어요. 누적이익금이 5억이 될때마다 투자 원금의 1/3을 배당하겠다고요. 물론 스타트업 시장에서 매력적인 투자조건은 아니죠.



하지만 생리대는 시장에서 자리를 한번 잡으면 빠르게 생산되는 제품이니까요. 이런 점들이 투자자분들의 공감을 얻었던 것 같아요. 당시 한 주당 3만 원이었는데 기적적으로 한달 만에 1억 3천만원으로 펀딩 마무리를 했어요. 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제품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어렵게 자금을 조달했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그를 좌절하게 하기도 했다.

A. 자금만이 문제는 아니었어요. 생리대를 만드는 기간 동안 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 문제들이 많았거든요. 대표적으로 ‘생리대 휘발성 유기화합물’ 이슈와 ‘ 라돈 생리대' 사태를 꼽아볼 수 있어요.


이런 사태들이 터지면 그에 맞는 제품검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 출시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거든요. 사실 이 부분은 예상하지 못했었죠. (웃음)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한 팀원들 그리고 그를 응원하는 주변 사람들이었다.  생리대가 완성되면 제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40명의 제품 테스터들이 제품 리뷰를 한다. 


나아가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알게 된 여성 투자자들이 본인들의 월경 패턴을 공유해주기도 했다. 이들을 보며 이지웅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주)업드림코리아는 나만의 회사가 아니에요.”


Q. “...나만의 회사가 아니다”라는 말이 참 공감되는 것 같습니다. 생리대 하나에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간 것 같아요.

A. 맞습니다. 40명으로 구성된 테스터이자 프로젝트 멤버들은 변호사, 간호사, 일반 직장인 등 정말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제가 특별히 어떤 비용을 지급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이 분들이 자발적으로 매번 모여서 더 완벽한 생리대를 만들기 위해서 저마다의 의견을 내시죠. 이를 기반으로 제품 개선점을 계속 찾았습니다.

Q.월경패턴을 공유해주신 투자자분 사례도 인상 깊습니다. 좀 더 말씀해주세요.


A. 저는 투자자분들한테 ‘남자'가 아닌 여성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사람'이에요. (웃음)

그래서 투자자 본인 혹은 딸의 월경 패턴을 저에게 공유해주신 문들이 많았어요. 연령별로 월경의 양/특징/생리통 등의 정보들을요. 그렇게 수집된 월경 패턴이 1000건이 넘어요. 어느새 어마어마한 ‘월경 데이터베이스'를 저희가 확보하게 된 것이죠. 지금은 이 데이터들을 팀원이 따로 관리해요.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습니다. “당신은 월경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남자인데 어떻게 생리대를 만드느냐" 전 이렇게 대답해요. “이 생리대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닌 팀원을 비롯한 나와 동행하는 이들이 만든 것”이라고요.

Q. 그럼에도 (주)업드림코리아처럼 사회적 미션을 가진 소셜벤처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게다가 대표님의 경우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기업을 운영하면서 ‘수익'에 대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 앞서 말했지만, 금전적으로는 항상 힘들었습니다. 특히 작년 10월 정말 큰 위기였어요. 그때가 생리대 출시를 앞두고 있었는데 라돈/유기화합물 이슈로 다시 제품 검사를 진행했어야 했으니까요.

이미 자본금이 바닥난 상태였습니다. 그때 임직원들에게 얘기했어요. 구성원의 반은 나가야 하고, 최소 인원으로 회사가 운영되어야 할 것 같다고요. 재미있게도 저희 임직원들이 만장일치로 ‘그 누구도 나가지 말자. 대신 월급을 나눠갖자’라고 말해줬습니다. 그렇게 4개월을 말 그대로 버텼습니다.

다산다난한 시간들을 통해 2019년 6월 드디어 생리대가 출시되었고 많은 이들이 반겼다고 한다. 6월 와디즈 리워드 크라우드펀딩 성공을 시작으로 SSG, 쿠팡 등 대형 커머스 MD의 러브콜을 받았다. 나아가 올해 하반기 미국의 쇼핑몰인 아마존을 통해 해외 수출까지 앞두고 있다. 그는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주고자 최근 10만 장이 넘는 생리대를 기부했다.

Q. 얼마 전, 특별한 기부활동을 하셨다고요.


A. 저와 팀원들의 오랜 소원이었어요. 산들산들 생리대가 대중 앞에 출시되면 정말 미친 듯이 생리대 기부해보자고. 그래서 코레일/굿네이버스/다문화 센터 등 많은 사회적 기관에 10만 장이 넘는 생리대를 기부했어요. 생리대와는 별개로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책가방을 전달했고요.


그냥 이런 발자취를 보면서 생각해요. ‘아, 우리가 이제까지 이렇게 힘들게 왔지만 쓸데없는 일을 하진 않았구나.’ 여기서 오는 만족감이 정말 커요.


물론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 투자도 더 받고자 해요. 이제까지의 경험과 노하우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할 겁니다.

Q.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주) 업드림코리아에서 목표와 앞으로의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A. 저와 팀원들은 3가지의 신념이 있어요.

첫 번째,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재미있는가? 

두 번째, 이 일로 어떠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세 번째, 비즈니스 모델로 지속 가능한가? 

이 신념을 갖고 소셜벤처의 선례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사업 초기에 정말 힘들었거든요. 이제 어느 정도 사업안정화가 됐으니까 저희처럼 공익적 목표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을 도와주고 싶어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저희한테 응원해주셨던 분들께 소소하지만 밥 한 끼 대접하고 싶고요. (웃음)

작성자 / 문영주 와디즈 투자마케터

인터비즈 이다희 정리

interbiz@naver.com

출처: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39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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