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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스트는 돈이 된다?"고?

조회수 2019. 9. 6.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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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통장잔고가 왜 이래..." 직장인 신모 씨(23)는 월말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눈을 비볐다.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지출해 내역을 확인해보니 한달 전 무료체험 행사로 다운받았던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앱)의 사용료 자동결제내역이 표시되어있었다. 황당한 신모씨는 어플리케이션 자동결제를 해지하고자 했으나 모바일 버전에서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모바일로 해지하는 방법을 고객센터에 문의해봤지만 PC로만 해지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다. 

귀차니스트는 돈이 된다? 무료로 일정기간 사용하는 앱 서비스를 해지하지 않고, 유료로 전환된 뒤에도 그대로 쓰다가 요금 폭탄을 맞아본 적이 있는지. 해지하는 걸 깜빡해서 말이다. 적어도 이 글을 쓰는 기자는 그렇다. 대체로는 유료로 전환하는지도 몰랐다고 항변하거나, 해지하는 방법을 찾다가 어려워서 스트레스 받다가 지쳐서 한 번더 이용료를 더 내기도 한다. 이를 일컫는 표현이 있다. 바로 '다크 넛지(Dark Nudge)'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비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기법 '다크넛지'

넛지(Nudge)란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의미로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게 개입해 사람들이 더 좋은 방향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뜻한다. 다크넛지는 이러한 넛지 개념의 역발상으로 태어난 용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즉, 다크넛지란 기업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소비자로 하여금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행태를 말한다. 이를테면 구매를 번복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일명 '귀차니스트' 소비자들을 노려 상품을 계속 구독하게끔 한다. 일단 최저가라고 설명한 뒤 추가비용은 나중에 알려주는 것도 다크넛지의 한 사례다.

소비자 입장에선 상술에 속은 것이지만 선택을 번복하기 귀찮아서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기법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큰 비용이 아니라서 넘어가는 경우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다. 다크넛지 개념을 보면 인간의 활동이 합리적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방증한다.

음원이용권 할인기간 끝난 후 정상가로 자동결제...커피 한두잔 값에 그냥 넘어가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광범위하게 접하는 다크 넛지는 아마 음원 분야일 것이다. 멜론, 지니, 벅스 등 대부분의 유명 음원사이트들은 처음 음원 이용권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몇 개월간 할인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그러나 할인기간이 지나고 나면 정상가로 자동 결제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미흡한 편이다.

실제로 2016년 한국소비자원 조사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 상담센터에 접수된 디지털 음원 서비스 관련 소비자 불만의 약 51%가 할인 행사 후 이용권 자동 결제를 포함한 요금 관련 불만인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 네이버 동영상

할인 기간 후 자동결제된 것을 인지한 소비자가 이를 해지하는 방식도 문제다. 멜론의 경우, 이용권 구매는 모바일로 간편하게 할 수 있지만 아이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자동 결제를 해지하기 위해서는 PC에 접속하는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한다. PC에 접속만 한다고 다가 아니다. 복잡한 과정 탓에 아이폰 사용자들의 멜론 이용권 해지 방법에 대한 설명 영상이 따로 블로그에 정리되어있을 정도다.

이러한 음원 사이트들의 다크 넛지 전략은 이용권의 정상가가 커피 한두잔 값에 불과해 소비자들이 굳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해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음원사이트와 유사하게 결제를 유도하는 게임 어플리케이션 역시 다크 넛지의 예시로 소개되고 있다.

최저가가 최저가가 아니다...들어가보면 +?원

최저가의 향연인 인터넷쇼핑에서 역시 다크 넛지 전략이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최저가를 비교해 클릭해보면 여러 옵션들이 붙는 경우가 많다. 최저가가 최저가가 아닌 셈이다. 결국 따져보면 옵션을 추가한 최저가 쇼핑몰의 가격은 두번째 혹은 세번째로 저렴한 다른 쇼핑플랫폼의 가격보다 비싸다.

공유숙박 예약 사이트에서 알아볼 때의 가격과 결제단계의 금액이 2~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도 다크 넛지의 한 사례다. 검색시엔 3만 원 수준에 불과했던 숙소가 날짜 등의 프리미엄이 붙고 청소비와 서비스 수수료 등의 명목을 붙여 두 배가 훌쩍 넘어가는 비용을 청구받는 경우도 숱하다.

소비자 입장에선 일단 원하는 숙소나 상품을 정하고 나면 지불저항이 낮아지는 점을 이용한 사례다. 소비자 역시 가격이 2~3배 이상 뛰는 것을 보면서 비합리적인 소비라고 인지하면서도, 이미 숙소에 마음을 정했다는 이유로 숙소요금을 받아들이게 된다. 날이 갈수록 소비유도 전략이 정교화되면서 이와 같은 비합리적인 소비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 무료체험 뒤 숨겨진 자동결제의 함정

출처: 위키피디아, 네이버/ 인터비즈 편집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는 동영상을 광고없이 시청할 수 있고, 휴대폰에 동영상이나 노래를 저장해 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다. 첫 한 달 동안은 무료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그 후부터는 유료 서비스로 전환해 매월 이용 요금이 '자동결제'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유튜브 역시 이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유튜브는 올해 2월 이러한 사안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유튜브가 한 달간의 무료 체험 기간 후 유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가입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방통위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가 있는지 사실조사를 진행했다.

전형적인 다크넛지 전략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앱을 통한 구독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서, 자동결제는 더 쉬워지고 그 결과 이와 같은 맹점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다크넛지는 단순히 소비자가 게으르거나 단순해서 걸리는 덫이라고만 할 순 없다. 기업의 소비유도기술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미묘한 감정까지도 이용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봐야한다. 충동적 구매 성향과 관성 소비에 익숙해지는 현대인의 심리적 틈새를 파고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네이버/ 인터비즈 편집

다크 넛지는 온라인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나타난 기법이기도 하다. 온라인 소비가 활성화될수록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방대해지고, 큐레이션과 구독에 더 기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비합리적인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다크넛지 기법은 앞으로도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의 비합리성에 기대는 마케팅 기법이라고 하더라도, 추가 비용 산정에 따른 확실한 근거가 없고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설정할 경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철퇴를 맞기도 한다. 무리하다는 인식이 심어지면 역풍을 맞기도 한다. 넛지도 그렇지만, 다크넛지 역시 적당한 힘으로 옆구리를 툭 치는 건 어려운 일일 수밖에.

인터비즈 신혜원, 임현석
inter-biz@naver.com
출처: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39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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