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광고 없이 매출 '1조 931억원'된 비결은?

조회수 2019. 9. 2.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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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혹은 거리를 걷다보면 어디선가 ‘이 곳’의 향기가 난다. 바로 러쉬다. 러쉬는 1995년 영국에서 설립된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다. 매장 밖에서도 맡을 수 있는 강렬한 향과 화려한 색채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러쉬는 작년 한해 매출이 9억2930만달러로 한화 약 1조 931억원에 달한다.



미국, 독일, 한국, 일본 등 50개국 9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러쉬는 천연재료로 만든 수제비누와 형형색색의 입욕제로 우리나라에서 역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러쉬의 한국법인인 러쉬코리아의 작년 매출액은 약 762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 성장했다. 지난 3,4년간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러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두 번의 매각 경험을 딛고 태어난 천연 화장품 회사 '러쉬'

영국의 두피 전문가 출신 마크 콘스탄틴과 뷰티 테라피스트 출신 리즈 위어는 1977년 영국의 소도시인 풀(Poole)의 중심가에 러쉬의 전신인 ‘콘스탄틴 앤 위어’라는 작은 공방을 열었다. 이곳에서 과일과 채소, 식물, 꽃 등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바디버터, 풋로션과 같은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팔았다.



설립 초기에는 콘스탄틴 앤 위어의 ‘환경친화적 제품’이 대중들에게 낯설게 다가와 외면받았지만 영국의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더바디샵(THE BODY SHOP)의 창업주 아니타 로딕을 만나면서 운명이 달라졌다.

당시 더바디샵과 계약을 맺고 페퍼민트 풋로션, 코코아 바디버터 등을 납품했는데 이는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며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업규모가 커지자 콘스탄틴과 위어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직원들을 채용했다. 풀 지역의 주민들로 구성된 직원들은 후에 러쉬의 공동창업자이자 핵심 임원들이 되었다.

콘스탄틴 앤 위어는 더바디샵 외에도 여러 곳에 거래처를 뒀는데, 더바디샵은 콘스탄틴 앤 위어의 제품이 인기 제품으로 떠오르자 독점 공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견차이가 커져 결국 1984년 더바디샵에 콘스탄틴 앤 위어를 1100만파운드(한화 약 189억원)에 매각한다.

출처: 러쉬 공식 홈페이지

그 후 1987년, 콘스탄틴 앤 위어의 핵심 멤버들은 ‘코스매틱스 투 고(Cosmetics to Go)라는 화장품 통신판매업체를 설립했다. 한 달간 판매할 제품 물량을 준비해 소비자들로부터 전화와 우편 주문을 받았는데 이틀 만에 준비한 물량이 모두 품절될 정도로 판매율이 높았다. 그러나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할 만한 주문 시스템과 물량을 갖추지 못해 코스매틱스 투 고 역시 매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여러 번의 사업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콘스탄틴 외 6명의 멤버들은 1994년 다시 한 번 새로운 천연 화장품 회사를 설립한다. 브랜드 이름은 고객들의 제안에 맡기기로 해 공모에 부쳤다. 스코틀랜드에 거주하는 한 주부의 의견을 택해 ‘신선한’, ‘싱싱함’을 뜻하는 러쉬(LUSH)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 1995년부터 러쉬는 새로운 회사의 이름이자 정식 브랜드의 이름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걷는다...보통의 화장품 회사와는 다른 러쉬만의 차별점

화장품 업계는 치열한 마케팅 경쟁으로 유명하다. 물론 제품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화장품 패키지와 광고모델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때문에 대부분의 화장품 회사들은 더 특별한 패키지를 디자인하고 인지도가 높은 광고모델을 기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러쉬는 이러한 화장품 회사들의 일반적인 마케팅 전략을 거스른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1. 포장 최소화로 일석삼조 효과

화장품과 같은 뷰티 산업은 패키지를 매우 중요시하지만 러쉬는 '패키징 프리(Packaging-free)' 브랜드다. 러쉬는 '포장 최소화'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매장에 상품을 진열할 때 비누나 입욕제와 같은 고체 상품들은 포장 없이 덩어리째 진열하고 포장이 불가피한 제품들만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해 포장한다. 또한 마스크 팩이나 보습제 등을 담는 용기는 100% 분해되고 매장으로 빈 용기 5개를 가져오면 새제품 1개와 바꿔주기도 한다.

출처: 러쉬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이러한 포장 최소화 원칙의 목적 중 하나는 비용 절감이다. 콘스탄틴은 포장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자 했다. 화장품 가격의 40-50% 정도는 제품의 포장이 차지하는데 이렇게 가격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포장을 버리는 대신 더 좋은 질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포장 최소화는 비용절감뿐 아니라 후각과 시각을 활용한 오감 마케팅도 가능케 했다. 러쉬는 입욕제와 수제비누의 강한 향 덕분에 매장 100미터 밖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포장이 없어 제품의 강한 향이 매장 밖까지 퍼지고 알록달록한 제품 고유의 색감이 시각을 자극한다.

출처: DBR
'환경보호를 위해 거추장스러운 포장을 집어던지자'는 의미의 퍼포먼스

이러한 효과들과 더불어 러쉬가 포장 최소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환경 보호 목적이 크다. 플라스틱 포장을 버리고 '환경 보호'를 추구하며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러쉬는 작년부터 세계 곳곳에 환경 보호를 위해 매장 전제품을 '패키징 프리(Packaging-free)'한다는 컨셉의 '네이키드 샵(LUSH Naked Shop)'을 열고 있다. 또한 2007년부터 매년 시행하고 있는 '고 네이키드(Go Naked)' 글로벌 환경 캠페인은 불필요한 포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양의 쓰레기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진행된다.

2. 광고보다는 화장과 관련한 좋은 콘텐츠 공유


러쉬는 단 한번도 TV광고를 하거나 유명인을 모델로 기용한 경우가 없다. 많은 비용을 들여 톱스타를 내세운 광고를 하는 대신 화장에 대한 좋은 콘텐츠를 제작해 공유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콘텐츠들이 꼭 자사의 제품과 관련되어있는 것이 아니다. 자사 제품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라면 공유하고 자사의 제품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제품의 효과에 집중한다기보다 제조과정과 재료에 대한 내용을 담는다. 이렇게 제작한 콘텐츠는 자사 콘텐츠 공유 홈페이지인 'LUSHPLAYER'와 공식 SNS 등을 통해 공유한다.

출처: LUSHPLAYER 공식 홈페이지
러쉬의 콘텐츠 공유 홈페이지 LUSHPLAYER

3. 제조공장은 '키친', 화장품 제조는 '요리'?!


러쉬는 화장품의 원재료들을 '식자재'처럼 관리한다. 천연재료로 신선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을 요리에 비유해 제품제조공장을 '키친'으로 부른다. 실제로 제품을 제조하는 사람들은 먹을 수 있는 과일, 채소, 허브 등의 재료로 제품을 만들고 요리를 하는 것처럼 과일즙을 내고 조각내 가는 방식으로 제조한다.

출처: 러쉬 공식 유튜브

식재료를 원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제품의 사용기한은 매우 짧은 편이다. 사용기한이 가장 짧은 팩은 유통기한이 28일이고 그 외 제품들의 평균 사용기한은 1년 내외이다. 사용기한이 여유로운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매장에 전시한 지 4~5개월 된 제품들은 판매하지 않는 것이 러쉬의 원칙이다.


매장에 제품을 진열할 때도 화장품 매장이 아니라 식품가게처럼 진열해놓는다. 마크 콘스탄틴은 코스모폴리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진열방식은 유럽의 식품가게와 비슷하다. 손님들이 과일이나 치즈 가게에서 향과 신선도를 보고 찾듯 화장품 가게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러쉬의 윤리 철학, "우리의 원재료는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러쉬의 특이한 점은 회사 내에 '윤리구매팀'이 있다는 것이다. 윤리구매팀은 회사의 구매담당자들이 윤리적인 재료를 구매하는지 감시하고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전략을 계획한다. 러쉬는 동물 실험의 잔인함이 이슈가 되자 동물 실험을 하는 납품업체와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실제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 반입을 금지한다'라고 하자 중국 시장 진출을 거부하기도 했다.

출처: 동아닷컴

또 화장품 업계 최초로 '팜 오일'이 들어가지 않은 비누를 생산했다. 비누에 들어가는 팜 오일 소비로 인해 오랑우탄이 살 수 있는 터전인 열대우림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2010년부터 3년 동안 '팜프리 캠페인'을 진행했다.

외에도 러쉬는 환경, 인권과 동물권을 보호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소비자들의 기부를 독려하는 제품을 내놓는다. 러쉬의 로션 제품인 '채러티 팟'은 부가세를 제외한 판매금의 100%가 비영리 소규모 단체에 기부된다. 러쉬코리아 역시 동물보호단체인 '카라'와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증진을 위한 협회 '민족과 여성 역사관' 등에 기부금을 전달하며 활발한 기부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엄격한 윤리적 경영과 진정성이 담긴 캠페인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러쉬. 이들만의 차별화된 접근법 덕분에 다양한 세대로부터 사랑받는 전세계적 뷰티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인터비즈 신혜원, 임현석
inter-biz@naver.com
출처: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39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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