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보다 저렴한 "250만원짜리" 자동차?

조회수 2019. 9. 4.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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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타타그룹, 구글, 테슬라, 자포스, 사우스웨스트, 탐스슈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 기업들의 단 한 가지 공통점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겠다는 것 외에 지역사회와 사회구성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의 ‘목적이 이끄는 기업(purpose maximizer)’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세계는 이 같은 목적이 이끄는 조직에 열광하고 있다는데요.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에서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합니다.



◆ 목적이 이끄는 조직의 상징으로 떠오른 인도의 타타그룹

인도 타타그룹은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현지에서는 IT, 제철, 자동차, 화학, 호텔 등 다양한 산업에서 2016년 말 118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정도로 매우 규모가 큰 그룹이다. 1868년 잠셋지 타타(Jamsetji Tata)가 창업한 후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인도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됐지만 갑의 횡포를 통해 협력업체 또는 소비자들을 착취하거나 소수의 오너들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직원을 괴롭히는 장면을 떠올리면 큰 오산이다.


타타그룹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철학이 기업의 모든 활동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배 구조부터 제품개발 및 혁신까지 타타그룹이라는 조직 전체에 퍼져 있다. 일례로 지배 구조를 보면 타타그룹의 66%에 달하는 지분이 타타 패밀리가 출자해서 만든 신탁회사에 속해 있을 만큼 공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신탁회사가 그룹의 대주주로서 기업의 여러 활동을 감독하면서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회사가 아니라 사회적 공헌을 토대로 성장하는 회사가 되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다.

출처: 타타그룹 홈페이지
타타그룹은 인도의 대표적인 신뢰 기업이다

이처럼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는 타타그룹의 경영철학을 반영하듯 그룹 웹사이트에 가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장면이 그룹에서 실천하는 다양한 사회적 공헌활동이다. 그리고 회사를 소개하는 메뉴(About us)를 클릭하면 다른 회사처럼 제품과 사업 소개 혹은 재무 정보가 아니라 회사의 목적의식과 가치를 표현하는 ‘Values and Purpose’가 먼저 나온다.


이를 클릭하면 “타타그룹은 우리가 활동하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At the Tata group, we are committed to improving the quality of life of the communities we serve)”라는 문구가 뜬다. 이 기업이 지향하는 목적의식을 분명히 나타내는 것이다.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들과의 근본적인 차이는 목적의식을 실천하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적이며 다양한 활동을 실제로 전개해왔다는 점에 있다. 타타그룹은 낙후된 지역에 깨끗한 물을 제공하고,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교육활동과 기술교육을 지원하며,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광범위한 사회적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매해 2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출처: 타타그룹은 CSR 활동도 매우 활발하게 하고 있다
타타그룹은 CSR 활동도 매우 활발하게 하고 있다

어떤 제품을 개발할 것인가에서도 타타그룹의 경영 철학이 그대로 드러난다. 타타그룹은 2008년 지구상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 '나노(Nano)'를 개발했다. 사실 타타 나노에는 에어컨이 없고 사이드미러도 운전석 쪽밖에 없다. 그러나 이 차가 만들어진 배경을 알면 타타 나노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당시 CEO였던 라탄 타타는 비 오는 날 퇴근길에 4인 온 가족이 낡은 스쿠터 한 대에 올라타 아슬아슬하게 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라탄 타타는 오토바이 가격으로 더 안전한 차를 만들겠다고 생각했고 개발이 시작됐다.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원가를 최대한 절감해야 했고 당연히 많은 시행착오와 개발 비용이 들었다. 처음에는 오토바이 정도의 가격으로 출시하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비용을 개발하는데 사용한 상태였다. 하지만 라탄 타타는 당분간 적자를 보더라도 인도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2008년 당시 10만 루피(약 250만 원)라는 혁신적인 가격에 '나노'를 출시한다. 200만 원대의 자동차를 개발하는 혁신 과정도 목적의식과 사회적 공헌이라는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고 차체가 약해서 충돌테스트에서는 최초로 0점을 받았지만 인도인들의 이동권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편으로는 인도의 타타그룹을 세계에 알기 위한 영리한 마케팅이라고 보는 시각도 없지는 않지만 브랜딩만을 위해 이런 무모한 일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나노의 충돌테스트 장면. 운전석 보조석 모두 단 한 개의 별도 받지 못했다.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일하는 가장이라면 낡은 스쿠터가 아닌 편안한 자동차에 가족을 안전하게 태우고 싶을 것이라는 CEO의 생각을 알고 그 생각을 실행하는 회사의 직원이 된다면 야근을 하더라도 조금 덜 피곤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작은 노력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그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 우리는 동기부여를 받고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이 같은 내적 동기부여(intrinsic motivation)는 보너스나 인센티브 같은 그 어떤 외적 동기부여(extrinsic motivation)로 살 수 없는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혁신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어설픈 인센티브보다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일에 대한 의미와 목적의식을 고양시키자.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직원들이 업무를 일(job)이라고 느끼면 혁신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업무를 소명(calling)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혁신을 위해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그래서 IDEO의 창업자이자 <유쾌한 크리에이티브>의 저자 톰 켈리와 데이비드 켈리는 “모든 혁신은 휴머니즘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제품의 질을 개선하려고 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표보다 이를 통해 고객의 삶을 개선하려 한다는 목적의식이 있을 때 조직 구성원은 혁신 활동에 훨씬 몰입할 수 있다.

◆ 기업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소비자

왜 많은 소비자들이 이토록 목적이 끄는 조직에 열광할까? 소비자 입장에서 목적의식이 중요해진 이유는 그들이 기업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엔론(Enron)과 타이코인터내셔널(Tyco International)처럼 잘 나가던 기업의 리더들이 저지른 끔찍한 비리와 부정행위,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배신은 소비자를 큰 혼란에 빠뜨렸다.



우리는 ‘내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그런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구나’라는 충격과 동시에 ‘어쩌면 나도 그들의 범죄행위에 간접적인 도움을 준 공범이자 피해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소비자가 대기업에 가진 일종의 피해의식과 죄책감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분노로 변하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시티그룹 등 ‘그래도 이런 회사는 믿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금융사들이 조금이라도 더 큰 이익을 취하기 위해 온갖 불법적인 행위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는 큰 충격에 빠졌다.



많은 기업이 회복하기 힘든 불신의 늪에 빠졌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윤만 추구하는 파렴치한 기업 대신 철학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려 노력하는 기업을 찾기 시작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불법행위를 일삼는 기업들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커졌다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들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우려 및 부의 불균형도 소비자들이 목적이 이끄는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중요한 이유다. 삶이 윤택해지면서 소비자들은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자신의 소비가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수많은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소비자들은 일종의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죄책감은 자연 친화적인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식 있는 기업’을 선호하는 ‘의식 있는 소비자’들을 만들어 낸다. 



의식 있는 소비자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자신이 매일 하는 소비 행위가 경제적 약자를 돕고 이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기를 원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염원을 반영하듯 고객들에게 ‘우리 회사의 옷을 사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필요한 만큼 옷을 사서 떨어질 때까지 입으라’고 이야기하는 파타고니아나 ‘여러분이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면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증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탐스슈즈 같은 기업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목적이 이끄는 기업에 열광하게 됐다.

출처: 탐스코리아 홈페이지
탐스 슈즈도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 이윤보다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헌하는 것이 목적인 기업들

그렇다면 경영자들이 사회적 공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조직 구성원들이 점점 직장과 자신의 일을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한 활동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이와 동시에 중요한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로 여기게 됐다는 데 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이 단순히 이윤만 추구하지 않고 지역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에게 의미 있는 공헌을 한다고 느낀다면 이들의 업무 몰입도나 조직에 대한 충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 성과에도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타타그룹의 목적의식을 통한 사회적 공헌의 중심에는 그룹의 전임 CEO였던 라탄 타타가 있었다. 그는 2013년 MIT 경영대학에서 발간하는에 기고한 글에서 “오늘날 세계에는 이윤보다 한 차원 높은 목적의식을 가진 기업이 매우 필요하다(The world urgently needs business that have a higher purpose than profits)”라고 말하며 많은 리더들에게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기업을 운영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그는 “이윤 극대화는 기업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나 목적이 아니라 단순한 결과다. 행복이 목적의식, 의미 있는 일, 그리고 깊은 인간관계로부터 얻어지는 부산물인 것처럼 이윤이 기업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행복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자기도취에 빠져서 결국 불행해지듯 기업이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목표를 넘어서 목적의식을 가지고 활동하지 않으면 수많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목적의식은 기업 전략도, 사회적 책임도, 기업의 미션도 아닌 영적이고 윤리적인 소명이며 그 기업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며 기업 운영에서 목적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매거진 DBR 169호
필자 정동일

필자 약력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


인터비즈 문현지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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