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들이고 오래사는 비결?

조회수 2019. 9. 6.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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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건주립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인 첸카이 우는 같은 대학의 로버트 스타프스키 교수와 미셸 오덴 교수, 그리고 콜로라도주립대 그웨니스 피셔 교수와 팀을 이뤄 50세 이상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종단적 연구(설문조사)인 ‘건강과 은퇴 연구(the Health and Retirement Study)’에서 나온 자료를 조사했다. 이 연구자들은 1992년 이 연구에 참여하기 시작해 2010년까지 은퇴한 2956명의 표본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65세 전후에 일을 그만뒀다는 점을 알아냈다. 또한 66세에 은퇴한 사람들의 사망률이 그보다 11% 감소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만 놓고 보면 늦게 은퇴할수록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정말 그럴까? 첸카이 우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살펴보자.

HBR: 정말 늦게 은퇴하면 더 오래 살 수 있나요?


우: 우리가 내린 결론은 그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늦은 은퇴와 낮은 사망률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사회·인구통계학적 요인이나 생활방식, 건강 요소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단지 우리가 표본에서 참가자 2956명 중 1022명에 해당하는, 건강하지 못한 은퇴자들만 살펴본 경우 1년 더 늦게 은퇴하면 사망률이 9%가량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따름입니다.

출처: stevepb, 출처 Pixabay

HBR: 그 외에 고려한 요소들로는 어떤 게 있나요?


우: 성별, 인종, 나이, 교육, 결혼 상태, 재산 등 일반적인 변수들을 고려했죠. 또 사람들을 화이트칼라, 서비스 그리고 블루칼라의 세 가지 직군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흡연과 음주, 운동, 체질량지수, 본인 스스로 평가하는 건강 등급, 장애 등 건강이나 생활방식에 관련된 더 자세한 변수들을 고려했어요. 그런 다음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같은 수많은 만성 질환도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변수들보다도 은퇴 연령이 사망률과 관련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HBR: 은퇴를 어떻게 정의하셨나요?


우: 설문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이 ‘완전히 은퇴했다’고 말한 첫해를 은퇴 시기로 봤어요. 건강한 사람의 평균 은퇴 나이는 약 65세, 그 범위는 53~78세였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의 평균 은퇴 나이는 단지 6개월 빠른 약 64.5세, 그 범위는 59~79세였고요.

오래 일하면 오래 산다고?

HBR: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는 아니잖아요. 따라서 오래 일하면 꼭 장수한다는 주장은 아니죠?


우: 인과관계를 증명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리고 증명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도 없어요.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훌륭한 기준은 무작위 시험용 제어(randomized control trial)를 적용하는 것일 텐데, 사실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다른 은퇴 연령을 지정하는 건 비윤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처사일 거예요.


‘일찍 은퇴하면 일찍 죽거나, 은퇴를 늦추면 장수한다’는 단편적인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바는 사람들이 ‘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겁니다. 사람들이 일을 통해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더 많이 참여하게 되며 동료와 대화도 나누는 등 일과 관련된 사회적 이점이 무척 많습니다. 은퇴할 때 이런 이점들을 잃어버리는 것은 가혹한 일이겠죠.

오래 일한다는 건 정신과 육체를 보다 활기차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HBR: 늦은 은퇴가 장수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뭘까요?


우: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늦은 은퇴가 실제로 육체적·인지적 기능이 쇠퇴하기 시작하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이 정신과 육체를 활기차게 해주니까요. 사회적 참여를 활발하게 이어간다면 인지적·육체적 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거죠.


사람들의 은퇴 시기가 문화적·제도적 규범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나라 문화적 기대치에 부합하는 나이에 은퇴할 때 더 행복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어요. 일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일을 삶에 꼭 필요한 부분으로 여기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늦은 은퇴가 문화적으로 바람직하리라 생각해요. 이런 관점에서 은퇴 ‘적령’은 65세가 아니라, 실제로는 조금 더 늦어질 수 있습니다.

심한 스트레스를 견디면서까지 일을 계속 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HBR: 하지만 일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은퇴할 때를 간절히 기다리거든요.


우: 11%의 사망률 감소는 모집단 평균을 낸 것입니다. 모든 개인에게 적용될 수는 없는 수치죠. 일에 신물이 나서 가능한 한 빨리 은퇴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특정 집단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빨리 은퇴하는 것이 유익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집단을 식별해 내려면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합니다.


은퇴는 종종 시원섭섭한 일로 불립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섞여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은퇴가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퇴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이는 마치 결혼이 행복한 일이지만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기도 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실제로 일이나 은퇴 연령 자체가 아니라, 그런 것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냐는 것입니다. 당신이 일이 가져다 주는 것과 같은 이로움을 주는 뭔가를 찾는다면 바로 그게 중요한 거죠.


인터뷰어: 니콜 토레스(Nicole Torres)

출처 세계적 경영저널 HBR 2016년 10월호

인터비즈 최한나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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