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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비즈

'수시채용의 물결', 공백기 사라져 좋다 vs 공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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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양하다'의 반대말은 무엇인지 쓰시오.

삼성 직무적성검사 GSAT 문제 中

3월과 9월, 일년에 두 번 공개채용이라는 '연례행사'가 시작된다. 사실 그룹사 중심으로 진행되는 공개채용 제도는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는 제도이다. 한국 산업이 성장기를 지나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서구식 채용방식인 수시채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각종 제도와 시스템도 서구화되기 시작했으며 AI(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고도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혁신을 도모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더이상 대규모 공채에만 의지하지 않고 수시로 전문가를 영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년들은 이러한 수시 채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수시 채용의 부작용은 없을까? 부작용이 있다면 어떻게 보완돼야 할까? 해당 질문의 답을 DBR 279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한국의 뿌리깊은 공채문화

한국 기업의 공채의 시작은 1957년 삼성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였다. 그로부터 시작되어 주된 채용방식으로 정착된 것이다. 실제로 2017년 경영자총협회의 채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의 정기 채용은 67.9%로 직무별 수시 채용(32.1%)에 비해 대규모 공채가 2배 이상 많게 진행되었다. 수시 채용이 주된 채용 방식인 서구와 상반되는 모습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이 같은 차이는 채용에 대한 우리나라와 서구 간 시각차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조직에 적응해 향후 리더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중시하며 직무 전문가보다는 제너럴리스트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앞서 소개한 조사에서 실무 면접의 평가 기준으로 업무 지식(30%)이 1위를 차지한 데 비해 임원 면접에서는 조직적응력(24.4%)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서구 기업의 경우 직무마다 최고의 전문가를 찾아내려는 경향이 강하다. 구글 경영진 중 한 명이 인터뷰에서 "최고의 기술자가 갖는 가치는 평균적인 기술자의 300배에 달한다. 공대 졸업반의 기술자 전체를 표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단 한 명의 비범한 기술자를 선택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 기업이 조직력을 중시해 평균 수준의 허들을 통과한 '적정 인재'를 선호하는 데 비해 서구 기업은 비범한 '핵심 인재'를 뽑기 위해 탁월한 기준을 제시한다(raising bar)는 것이다.

한국과 서구 취업의 채용 문화가 다른 본질적인 이유

우리 기업들이 공채, 조직 적응력과 인성을 중시하는 한국적 채용 방식을 유지하는 이유는 우선 사람 중심의 입사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서구 기업들이 직무에 따라 인재 시장을 형성하는 데 반해 우리는 기업마다 가진 인재상에 따라 사람을 뽑고 평가와 보상을 실시한다. 이러한 현상 뒤에는 크게 두 가지의 문화적 배경이 숨어 있다.

첫째, 한국은 집단주의적 색채가 짙은 문화이다. 홈스테드 연구소의 문화차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개인주의 점수는 18점으로, 미국(91)은 물론 일본(46), 중국(20) 등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었다. 이처럼 집단주의가 강한 사회의 조직은 구성원 간 상호의존성이 높아 구성원의 충성심을 중시하고 적응력이 높은 인재를 선호하게 된다.

둘째, 한국의 경우 '저신뢰사회'로 분류된다. '내가 만난 사람들을 대부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다'는 물음에 긍정적으로 응답하는 수준이 한국의 경우 27점으로 일본(39점), 미국(35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구성원 간 신뢰가 낮으면 절차적 공정성을 따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저신뢰사회의 사람들은 채용 평가 과정이 투명한지, 객관적인 선발 도구가 적용됐는지를 보다 관심 있게 보는 경향이 있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면접 등 다단계 채용방식을 활용하고, 실무면접과 임원면접을 몇 차례에 걸쳐 실시하는 것도 모두 이런 맥락에서다. 신뢰의 정도가 낮기에 서구 기업들이 보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임직원 추천 채용(employee referral)이 자리잡기 어렵다.

수시채용의 빛과 그림자: 엇갈리는 청년들의 반응

전문가들은 공채 축소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진단한다. 직무역량과 관계 없이 하나의 일관된 시험을 통해 채용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공채 제도가 스펙 좋고 시험은 잘 봤는데, 막상 직무에 대한 이해도도 낮아 일을 잘 못하는 이들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직무별 수시 채용을 강조하는 흐름이다.

현대차(좌), SK BI(우)
출처픽사베이,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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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대차,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수시 채용으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현대자동차그룹은 매년 800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공채 방식을 폐지했다. 현업 부서가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추진한 것이다. SK그룹도 최근 공개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연중 수시로 필요한 인원을 선발하는 수식 채용 방식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걸로 전해진다. 네이버 등 정보기술(IT)기업은 수시 채용을 도입한지 오래다.

대기업 중심으로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의 67.6%가 공개채용 계획을 밝힌 것에 비해 1년 사이 11.2% 줄어든 56.4%가 공개채용을 추진하는 것으로 집계된 것.

공개채용 방식이 기업 입장에서 시간적.비용적 부담이었던 것도 변화의 또다른 원인이다. 기존의 기업은 일관된 채용 시스템을 만든 후 수많은 자소서를 검토하고, 또 많은 시간을 들여 면접을 진행해야 했다. 따라서 필요할 때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선발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에 좀 더 부합하는 선택으로 보인다.

출처나이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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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나이키 유럽지역 본부의 경우 수시 채용을 통해 채용 비용을 크게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본부는 매년 필요한 500명 정도의 신규 인력 중 40%는 사내 공모를 통해 타 부서 직원을 이동 배치하고, 온라인 모집을 통해 30%를 채용했다. 이 방법이 활성화되면서 이전에 활용하던 헤드헌팅사(전문인력 중개업) 를 통한 채용은 3-40명 정도로 감소했다.

수시채용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긍정적인 여론은 "채용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어 취업 기회가 늘어날 것 같다", "지원 시기가 다양해지기 때문에 취업준비 공백기가 없어진다"며 채용시기의 유연성에 주목했다. 실제로 대학내일연구소가 진행한 <상시.수시채용 확대에 대한 생각>조사 결과에 따르면 33.8%의 취업준비생들이 수시채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채용방식의 변화에 긍정적 의견만 있는 건 아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6.7%의 취업준비생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수시채용에 있어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기업과 취업준비생의 상반된 입장 차이다. 기존의 공채 방식에 맞춰 준비해왔던 취업준비생들은 "필요한 인원만 보수적으로 책정하게 되어 취업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과연 수시채용이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사실도 이들의 걱정을 더한다. 최근 한국에서 주요 특권의 자녀들이 입학.취업에 있어 특혜를 받았던 사례가 밝혀지면서 이런 우려를 더욱 심화시키기도 했다.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의 모집직군이 다르다는 것 역시 본격적인 수시채용 도입 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공개채용 위주로 진행하는 대기업의 경우 연구개발, 기술직, 경영지원, 일반직 같은 큰 범주인 직군 단위로 모집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취업준비생의 경우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입사 전 알기 어려웠다.

반면 수시채용은 철저한 직무중심의 채용이기 때문에 지원할 직무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경험이 필요하다. 수시 채용 전환으로 발생하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무기술서 등을 통해 직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기업차원에서 공식 유튜브를 통해 채용 과정, 직무 관련 정보를 직접 전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결국 관건은 신뢰를 향상시키는 것​

출처픽사베이

수시채용을 둘러싼 우려에 대한 해결책으로 'AI 면접관' 등이 제시되고 있다. AI의 영역을 전반적인 HR(human resources, 인사)에 도입하여 공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소셜 채용 기업 링크드인(Linked-in)의 조사 결과, 채용 과정에 AI를 활용하면 비용 절감(67%)과 편견이나 오류를 줄이는(43%)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이런 방법론에 앞서 AI가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도구로서 타당한지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출처미국 채용 컨설팅사 하이어뷰 공식 홈페이지

AI를 채용에 활용한 대표적인 예는 미국 채용 컨설팅사 하이어뷰(Hirevue)다. 하이어뷰는 화상적성검사(Video assessment)와 화상면접(Video interview)을 제공하는데 기업들은 대규모 서류 전형 방식과 초기 면접 중간 정도의 절차로 활용한다.

그 중 화상면접은 구조화된 면접 기법을 온라인 화상을 통해 진행한다. 화상면접이 시작되면 자동으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고려해 다음 질문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개인 맞춤형 면접이 30분 정도 진행된다. 회사의 경영철학, 인재상 등 선발 기준을 사전에 인공지능으로 학습해 답변을 분석함으로써 응답자의 적합성을 검증한다.

한국 기업의 사례도 있다. 롯데는 지난해 채용에 AI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또한 올해 역시 자기소개서 표절검사와 필요인재 부합도를 평가하기 위해 AI를 활용할 예정이다. 한미약품, 부산은행 등 면접 전형에 AI를 도입하는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아직 전적으로 AI를 활용하기 보다 AI로부터 얻은 결과들을 보충자료로 사용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더 확대될 거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수시채용의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채용 방식의 변화가 생기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발전하는 기술을 적극 이용해 보다 효율적인 채용 방식을 기획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변화를 모색하기 앞서 취업준비생들에게 공정한 채용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이 우선이다. 결국 '저신뢰 사회'라는 한국 사회 전반의 약점을 극복해야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신을 극복하고 사람들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 남겨진 과제로 보인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79호

필자 (현) 포스코 인재경영실 그룹장 천성현

인터비즈 정리 이다희,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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