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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억 짜리 '버핏과의 점심' 돌연 취소한 이 사람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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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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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한 끼 식사는 무엇일까?’


바로 투자의 대가이자 세계적 부호인 워런 버핏과 함께 하는 ‘버핏과의 점심’이다. 올해로 20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버핏과의 점심은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경매에 부쳐, 경매 수익금 전액을 샌프란시스코의 빈민구호단체인 글라이드 재단에 기부한다. ‘버핏과의 점심’ 입찰가는 2만 5000달러(약 3000만 원)에서부터 시작한다.

2019년도 버핏과의 점심 경매가 역대 최고가에 낙찰됐다. 낙찰가는 456만 7888달러(한화 약 54억 원). ‘억’ 소리 나는 이 경매의 낙찰자는 암호화폐 트론(TRX)을 만든 저스틴 선(Justin Sun, 孙宇晨)이다. 그가 버핏과의 점심에 사활을 건 이유는 바로 버핏이 암호화폐 비관론자이기 때문이다. 버핏은 그동안 암호화폐에 대해 ‘무가치하다’, ‘쥐약이다’, ‘조개껍데기에 불과하다’ 등의 표현으로 비판해온 바 있다. 선은 암호화폐 기업 트론(Tron)을 이끄는 CEO인 만큼, 버핏에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버핏이 3시간 만에 암호화폐를 구입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그에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진척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적어도 저스틴 선이 이 값비싼 점심 이틀 전, 약속을 갑작스럽게 연기(postponement)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스틴 선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부금은 전달하였으나 부득이 오찬이 연기되었음을 밝히며, 곧 스케줄을 재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재조정된 날짜에 대한 언급이 없다.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사실상 '취소'된 상황이다.)

저스틴 선, 그는 누구인가?

출처트론 공식 홈페이지 인터비즈 제작

저스틴 선(이하 선)은 암호화폐 업계의 신성이자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중국 북경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동아시아학 석사 과정을 거쳤다. 그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음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인 ‘페이워(陪我, PayWo)’를 발표하였고, 암호화폐 업체 리플(Ripple)에서 중화권 수석대표로 일한 경력이 있다. 또한 2015 포브스(Forbes) 선정 중국 30세 이하 기업가 30인에도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선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경력은 후판(湖畔, 호숫가라는 뜻. 한국식 발음은 ‘호반’) 대학 1기생이라는 것. 후판대는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회장이 차세대 기업가 양성을 목표로 2015년 설립한 비즈니스 스쿨이다. 그는 후판대 1기생 가운데 유일한 1990년 대생이다.


현재는 베이징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암호화폐 기업 트론(Tron)의 창업자이자 CEO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커리어, 기행인가 독창성인가.

출처Tron Foundation 공식 유튜브 캡쳐 인터비즈 제작

어린 나이에 눈에 띄는 커리어를 쌓은 선이지만, 그를 둘러싼 평가는 극명히 갈린다. 혹자들은 그를 두고 ‘마케팅의 신’이라 부른다. 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그를 ‘사기꾼’이라 비난하기도 한다. 왜 그를 둘러싼 대중의 평가가 상반된 걸까?

첫 번째는 그가 미국으로 출국한 시기이다. 선은 공교롭게도 중국 정부가 ICO(Initial Coin Offering.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를 금지하기 이틀 전인 2017년 9월 2일 중국을 떠났다. 이에 중국 내에서 저스틴 선의 ‘해외 도피’ 의혹이 뒤따랐다. ‘90後(1990년대에 태어난 중국의 젊은 세대를 뜻하는 말) 최고의 인재’에서 졸지에 ‘90後의 사기꾼’으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두 번째로는 그가 개발한 트론(Tron)의 암호화폐 단위인 트론(TRX)이 스캠(사기)이라는 의혹 때문이다. 의혹의 이유는 백서 표절 논란 때문이었다. 트론의 백서(트론에 대한 소개 및 보고서 개념)가 IPFS와 파일코인(Filecoin)의 백서를 표절했다는 내용의 글이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제기된 것이다. 논란과 관련해 선은 “백서를 각국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내용이 누락됐다. 중국어 해석본에는 더 자세한 내용이 있다."라고 트위터에 해명했다. 그러나 트론의 표절과 관련된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트론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백서를 아예 삭제해 버렸다.

저스틴 선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 아니다. 올해 3월 선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테슬라 자동차 추첨 이벤트를 열었다.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리트윗한 팔로워 1명을 추첨해 차를 제공하겠다는 것. 하지만 일부에서 투표의 정당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먼저 그가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Tweet Randomizer Tool’을 사용하였는데, 과정에 대한 실시간 스트리밍 혹은 정보 공개 없이 당첨자의 정보만 밝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그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트위터 내에서 투표가 공정했느냐는 의문이 확산되자 그는 사태 진압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였으나, 내가 또 다른 혜택을 제공하기로 결심했다. 2020년에 있을 트론의 경영진 회담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와 왕복 비행기 티켓을 주겠다.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하다.”라고 밝혔으나, 사람들은 그의 시혜적 태도를 문제 삼았다. 또한 트론 회의 참석은 테슬라 자동차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대단한 기회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실리콘밸리의 '싸움닭', 오너리스크 주의해야…

트론의 기업 로고

출처바이두

그는 스스로를 ‘싸움닭’이라 정의했다. 온라인상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개발자들과 설전을 벌인다.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말로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때문에 그의 설득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탈 중앙화된 파일 공유 서비스인 비트토렌트를 인수한 것도 블록체인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일반인들이 손쉽게 사용해왔던 서비스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비트토렌트에 파일을 업로드할 경우, 사용자에게 자체 발행 토큰(BTT)을 보상으로 제공한다. 파일을 빨리 다운로드하고 싶은 경우라면 BTT를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토큰 이코노미를 적용하여 성공시킨 거의 최초의 블록체인 플랫폼 사례다.

게다가 버핏과의 점심 경매를 낙찰받는다는 것은 암호화폐 업계에서 누구도 상상치 못한 마케팅 전략이다. 전 세계 미디어에 트론과 그의 이름이 노출된 것을 광고비로 환산하면 수백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그가 한 끼 식사에 지불하고자 한 54억에 비해 훨씬 큰 수익이다.

다만 그를 보면 떠오르는 속담이 있다. ‘입이 방정’이라는 것. CNN도 그를 두고 “Someone needs to tell Justin Sun that there's no shame in unplugging.(누군가 그에게 전기 플러그를 뽑는 것(SNS에 접속하지 않는 것을 뜻함)은 창피한 게 아니라고 말해줄 필요가 있다.)”라고까지 표현했을 정도다. 그는 버핏과의 점심 낙찰 소식이 발표되기 전부터 SNS에 “큰일을 해냈다”라며 이 사실을 암시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버핏과의 점심 사실을 홍보했다. 그러나 약속을 이틀 앞두고 건강상의 이유로 약속을 미루겠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 그는 ‘신장 결석’ 때문이라고 했다. 역대 최고가를 갱신한 버핏과의 점심인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망도 매우 컸다. 사람들은 그에게 병원진단서라도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만 했고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스틴 선의 SNS에 올라온 사과문

출처웨이보

이후 7월 23일, 선은 자신의 웨이보(Weibo, 중국의 SNS)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자신의 이기적이고 미성숙한 언행에 대해 사과했고, 자신의 노력이 기대하지 못한 결과를 낳은 ‘실패한 마케팅’이라고 평가했다. 선은 덧붙여, 앞으로 한동안은 SNS나 인터뷰를 줄이고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트론의 주가는 15% 급락했다. 모든 암호화폐 기업의 주가가 낮아진 시기이긴 했지만, 하락세가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트론뿐이었다.

저스틴 선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능통한 기술자이자, 400여 명의 직원들을 이끄는 트론의 CEO이다. 그는 자신의 언행이 기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오너 리스크(Owner Risk)’에 대해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린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계속해서 자신의 부주의로 물의를 빚는다면 그저 ‘실리콘밸리의 철부지’일뿐이다.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어깨 위의 무거운 짐을 기억해야 한다. 리더의 언행은 자신의 지위와 신뢰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활과 직원들의 생계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비즈 박윤주 윤현종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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