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면 예약 끝.. '요즘 사진관' 인기 비결은?

조회수 2019. 9. 3.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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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을 위해 '사진관'이 필수였던 때가 있었다. 요즘의 사진관은 박물관이 되어간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은 나날이 발전 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는 '진짜 사진관'이 있다. 사진 촬영이 보편적 취미가 되어버린 지금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찾는 사진관. 과연 어떤 특색이 있는 걸까?

'대중의 초상'을 담는 곳. '시현하다'

①6개월 이내에 촬영한 사진이어야 함.

②모자를 벗고 찍은 사진이어야 함.

③가로 3.5센티, 세로 4.5센티여야 함.

주민등록증 사진에 대한 제약은 이 세 가지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하나같이 흰 배경에 굳은 표정의 사진만 찍었던 걸까?’

증명사진에 대한 규정은 분명 존재했지만 그보다 더 큰 자유가 숨어있었다.

①배경 색깔에 대한 규정이 없다.(무늬만 없으면 어떤 색이든 상관없다.)

②조명 등의 사진 장치에 대한 규정이 없다.

③복장 및 화장에 대한 규정이 없다. 등이었다. 김시현 씨는 획일적으로 강요되는 단정함과 보편적인 미의 기준을 깨고 그 사람만의 아름다움을 담는 증명사진을 찍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진행한 작업이 2016년 시작된 '1000인의 증명사진' 프로젝트였다. 시현하다는 2016년부터 이색 증명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2018년 6월에는 캐논 갤러리를 통해 1000인의 초상이 전시되기도 했다.

출처: 주간동아
'시현하다'에서 촬영한 컬러 증명사진. 배경 색과 머리 모양, 표정 등이 다양하다.

보통 증명사진 촬영을 하던 때를 떠올려보면, 사진관에 도착해 옷매무새와 머리를 좀 정리하고 곧장 조명이 내리쬐는 카메라 앞 의자에 앉아 정면을 응시한다. 갑작스럽게 카메라와 마주해 어색한 상태로 ‘눈은 크게 뜨고, 턱은 조금 당기고, 앞니가 보이지 않게’ 하면서 정면을 응시한다.

시현하다의 촬영 과정은 이와 조금 다르다. 시현하다는 ‘있는 그대로’를 지향한다. 피사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촬영하되 그 사람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촬영 전 먼저 대화를 나눈다. 대화를 통해 이 사람이 어떤 분위기와 느낌을 풍기는 사람이고,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색은 무엇이며, 미처 생각지 못한 숨은 색깔은 무엇인지 등을 찾는다. 이후 배경색을 정하고, 조명, 각도 등을 달리하여 가장 그 사람 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출처: 시현하다 공식 유튜브 캡처
시현하다 사진관 내부의 모습과 김시현 대표의 모습이다.

가장 ‘나다운’ 기록을 남긴다는 건 어떤 사람들에게는 생각보다 큰 의미일 수도 있다. 시현하다의 김시현 대표는 ‘얼굴에 장애가 있거나 큰 흉터가 남아서’ 사진관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이 시현하다를 찾아와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던 순간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제 시현하다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시현하다의 인스타그램은 21만 6000여 명의 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시현하다의 촬영은 매달 100% 예약제로 진행되는데, 30초 만에 한 달 예약이 끝나버릴 때도 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시켓팅(시현하다 + 티켓팅)’이라 부를 정도다. 단순히 제출용으로 촬영하던 증명사진이 진짜 나를 ‘증명’하는 사진이 되는 공간, 이것이 시현하다를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담는 셀프 사진관, '포토매틱'

여기 또 하나의 이색 사진관이 있다. 2018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포토매틱’. 여느 사진관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곳에는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사진사’다. 우리는 흔히 전문 사진사의 손길이 필요할 때 사진관을 찾았다. 하지만 이곳은 그러한 개념을 완전히 파괴했다.

포토매틱의 홍승현 대표는 자신도 포토그래퍼이지만,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했다고 한다. 사진을 찍을 때 타인의 시선이 있는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앨범 속에는 쭈뼛거리거나 멋쩍게 웃는 사진이 부지기수였다.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내는 사진을 찍을 수는 없을까? 그래서 등장한 것이 ‘혼자 찍는 사진관’, 포토매틱이다.

촬영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카메라 앞에 서서 모니터를 보고 본인의 모습을 확인해가며 리모컨 스위치를 누르면 끝. 촬영 시간은 15분이 주어지며, 리터칭 및 인화 작업에는 약 30분이 소요된다. 어린아이들끼리도 손쉽게 촬영할 수 있을 정도다. 사진 초보자들이 쉽게 감각적인 사진을 찍으려면 컬러보다는 흑백 사진이 비교적 효과적이기 때문에 사진은 흑백으로 촬영된다. 홍 대표는 포토매틱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포토매틱의 컬러 버전 출시도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공간에서는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을 찍을 수도 있고, 남들 앞에서 하기 힘든 멋진 척 좀 해도 상관없다. 친구, 가족들과의 사진 촬영 시에는 친밀한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케미(chemistry)’를 고스란히 사진에 담을 수도 있다.

어린아이들이나 반려동물과의 촬영도 비교적 수월하다. 낯선 사람이 있으면 겁을 먹고 울어버리는 어린아이들이나, 숨거나 경계하기 바쁜 반려동물들도 친밀한 존재만이 함께 하는 공간에서는 자유로운 본연의 모습을 표출할 수 있게 된다.

꾸며진 모습보다 자연스러운 ‘나’와 ‘우리’의 모습을 포착하는 공간. 이것이 바로 예약 경쟁을 이루는 셀프 사진관 포토매틱의 흥행 요인일 것이다.

꾸미지 않지만 투박한 멋을 찾는 흑백 필름 사진관, '연희동 사진관'

출처: pixabay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필름 사진을 발견하고는 회상에 잠긴 적이 있는가?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셔터를 눌러보고 마음에 드는 것만 남긴 후 삭제해버리면 그만이다. 쉽게 찍고, 쉽게 지운다. 하지만 어린 시절 필름 사진을 찍어본 사람들이라면 필름 카메라를 들고 소중한 순간을 신중히 담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사진관에서 인화된 사진을 받아올 때까지 결과물을 알 수도 없었다. 내 손가락이 삐쭉 나온 사진, 플래시가 내 이목구비를 묻어버린 사진 등 아쉽지만 재미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쉽게 지울 수 있는 실패작이 아니라, 의도치 않게 기록된 추억이었다. 그렇게 남긴 사진 한 장의 소중함과 가치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2015년 문을 연 이곳 연희동사진관은 필름 사진을 찍는 곳이다. 그것도 국내에 몇 없는 흑백 필름 전문 사진관이다. 연희동사진관의 김규현 대표는 사진을 전공했다. 필름의 낭만을 좋아했으나 사진계는 디지털 중심으로 완전히 개편되었다. 하지만 필름의 감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김 대표는 ‘필름은 어차피 안 쓰인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사진에 맞서 필름만 외곬으로 파고들었다. 김 대표는 디지털과 실제의 명암 차는 매우 크기 때문에 디지털 사진에 흑백 효과만 주어서는 느낌이 살지 않는다고 말한다. 필름 사진의 풍부한 깊이감으로 있는 그대로에 가까운 모습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름 사진은 우리 세대의 추억으로 남은 채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사진이 점점 대중적인 취미가 되고, 누구나 쉽게 사진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필름 사진에 대한 수요는 다시 늘고 있다. 옛 시절의 향수를 찾는 필름에 익숙한 세대부터 인스턴트식 사진에 익숙했던 젊은 세대들까지 소중한 의미와 가치가 담긴 사진을 찍기 위해 다시 아날로그로 회귀하고 있다. 휴대폰 속 데이터로 존재하는 사진이 아닌, 내 손에 쥘 수 있는 단 하나의 사진. 사진을 찍는 순간의 감정과 우리의 모습을 가공 없이 담아낼 수 있는 기록. 그것이 사람들을 연희동사진관으로 불러 모으는 이유가 아닐까?

사진관에 방문하는 일을 싫어하거나 두려워한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척'을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성실한 척', '밝은 척', '행복한 척' 말이다. 그들은 사진관에서 자신을 어떠한 틀에 끼워 맞추려 애쓰는 일이 두려웠을 것이다.

과하게 꾸며지고 가공된 사진을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너무나도 멀끔하게 꾸며진 사진 속 내 모습은 내가 아닌 것 같은 괴리감이 들기 때문이다. 남에게 잘 보이려 과하게 가공한 사진보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기록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해서 이러한 '이색' 사진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비즈 박윤주 윤현종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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