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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다 이름 바꿔 망해가는 '이 브랜드'

조회수 2019. 9. 2. 17: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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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랄라블라(lalavla) / 직접 촬영
저 간판 어떻게 읽죠? 랄랄라?

2018년 3월, 랄라블라로 새롭게 단장한 간판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이미 오랫동안 왓슨스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개인마다 편차는 있지만 여론은 GS리테일의 새로운 시도에 다소 부정적이었다. "이 브랜드 이미지(BI)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기존의 이름이 좋은데 왜 바꾼거냐" "거부감 든다"는 의견도 있었다.

GS리테일은 2017년 12월 말부터 사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이름을 특허내는 등 브랜드명 변경의 움직임을 보였다. 단순히 이름만 바꾼 게 아니다. GS리테일은 랄라블라의 매장 수를 2018년 연말까지 300개까지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리브랜딩(Rebranding)을 통해 '만년 2위'였던 왓슨스의 이미지를 탈피한 후 재도약하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판세는 GS리테일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간판을 바꿔달기 전인 작년 1월 191개였던 랄라블라의 매장 수는 12월 말까지 168개로 감소했다. 매장 수 감소는 지속되어 올해 상반기에만 16개의 점포를 추가로 폐점하고 152개로까지 주저앉았다. 부진 점포를 정리하기 위해 50-70% 할인해주는 재고정리세일까지 감행했다. 전 점포가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는 랄라블라가 재고 정리세일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올해 올 야심차게 재도약에 도전했던 랄라블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왓슨스, 랄라블라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GS리테일이 잘 나가던 왓슨스의 이름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2005년 홍콩 AS왓슨과 합작으로 왓슨스코리아를 설립해 H&B 시장에 합류했다. 2017년에는 홍콩 AS왓슨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홍콩 A.S 왓슨과 맺은 합작법인 관계를 정리한 것이다. 더 이상 다른 회사의 브랜드명인 왓슨스를 쓸 이유가 없어진 것. 자체브랜드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GS리테일은 자체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의 판을 다시 짜고자 했다. 리브랜딩은 올리브영-왓슨스-롭스 순으로 형성되어있던 점유율 순위를 뒤엎고자 하는 승부수였다. 브랜드명인 랄라블라(Lalavla)는 즐거운 이슈를 의미하는 'Lalala'(랄랄라)와 행복한 수다를 의미하는 'Blahblah'(블라블라)가 결합된 단어라고 한다. 단어 뜻에서 나타나듯 GS리테일은 사랑스럽고 생동감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여 10-30대를 겨냥하고자 했다.

왓슨스의 새이름 '랄라블라', 리브랜딩은 성공했나?

출처: 랄라블라 공식 홈페이지
랄라블라 브랜드 소개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매장수 감소가 나타나면서 브랜드 명칭 변경이 실패했다는 시각이 많다. 랄라블라의 리브랜딩 전략이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 전문가들은 선발주자인 올리브영의 입지가 이미 탄탄한 상황에서 차별화에 실패하는 효과만 나타났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알아챌 수 없는 수준의 변화였다는 점도 문제다. 게다가 랄라블라는 기존의 왓슨스가 가지고 있었던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브랜드 명칭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시장 선두주자인 올리브영과 비슷한 이미지를 지향하다 보니, 소비자의 시선에서 멀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랜드 명칭을 바꾸는 과정에서 제시한 가치 측면 역시 포지셔닝에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랄라블라로 개편하면서 GS리테일은 건강한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이는 H&B 스토어들의 공통적인 지향점이다 보니 오히려 장점이 없는 이미지만 더 부각된 것으로도 보인다.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없었던 점도 포지셔닝 실패 요인으로 풀이된다.

랄라블라는 올 1분기(1~3월) 기준 39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전년 동기 손실액 60억 원에 비해서는 21억 원 개선됐다. 적자 점포를 정리한 것이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적은 개선됐지만, 시장에 변화를 주기엔 오히려 체력이 빠진 셈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출점하는 라이벌 업체들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을 압도한 선발주자 올리브영, 후발주자 롭스의 추격

출처: 직접 촬영
CJ 의 H&B 브랜드 올리브영

랄라블라가 부진한 사이 라이벌들은 날았다. 올 7월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1200여 개로 집계된다. 지난해 말 1100여 개보다 100여 개나 늘었다. 올리브영은 공격적인 출점으로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이 전략은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자공시시스템(DART)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H&B 산업전체에서 올리브영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17년 65.4%에서 19년 반기 68.0%까지 상승했다. H&B 브랜드 중 올리브영의 시장 지배력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출처: 동아일보
현재 국내 H&B 업계 3위인 롭스 매장

랄라블라의 입장에선 올리브영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국내 H&B 업계 3위 롯데쇼핑 '롭스'에 조만간 2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올 7월 기준 롭스의 매장 수는 129개로, 152개인 랄라블라와 23개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2017년만 해도 랄라블라의 매장 수가 롭스에 비해 90개 많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턱밑까지 따라잡힌 셈이다.

로드샵까지 원브랜드매장에서 멀티브랜드매장으로 전환함에 따라 H&B업계의 레드오션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에이블씨엔씨는 '로드샵 원조'라 불리던 미샤가 실적 부진에 빠지자 미샤 매장을 눙크(NUNC)라는 멀티브랜드매장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LG 생활건강 더페이스샵은 네이처컬렉션으로, 아리따움은 아리따움 라이브 매장을 열었다.

출처: 프랑스의 화장품 유통사, 브랜드인 세포라 매장
프랑스의 화장품 유통사, 브랜드인 세포라 매장

랄라블라의 경쟁상대는 국내 브랜드 뿐만이 아니다. 올 10월 서울 강남에 세포라 한국1호점이 개장할 예정이다. 2030세대에겐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통해 이미 친숙한 브랜드다. 게다가 그동안 세포라 한국 입점을 원하는 이들이 많았던 만큼 세포라 국내 상륙은 국내 브랜드에게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랄라블라는 매장수를 공격적으로 출점하기 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제품을 입점시킴으로써 고객을 유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가 생명인 유통업계에서 몸집늘리기를 너무 쉽게 포기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랄라블라가 GS리테일의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보면, 왓슨스의 변신은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인터비즈 이다희,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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