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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4천원짜리 빙수" 없어서 못파는 이유는?

조회수 2019. 8. 22.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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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애망빙'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애망빙'은 '애플망고 빙수'의 줄임말로 SNS를 통해 확산된 유행어다. 매년 여름만 되면 SNS엔 '애망빙' 사진과 함께 후기가 쏟아진다. 흥미로운 점은 '애망빙' 후기의 배경이 대부분 '신라호텔'이라는 점이다. 애플망고 빙수의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곳에서 애플망고 빙수를 팔고 있지만 '애망빙=신라호텔'이라는 인식이 이미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매년 여름만 되면 인스타그램에선 '#애망빙'이란 해시태그와 함께 신라호텔에서 찍은 사진들이 공유된다.

더 놀라운 것은 가격이다. 올해 신라호텔 애망빙의 가격은 5만 4천 원. 2011년에 서울 신라호텔이 처음으로 애플망고가 들어간 빙수를 2만 7천 원으로 출시한 이래 불과 8년 만에 가격이 2배가 됐다. 애플망고가 들어갔다곤 하지만 얼음을 갈아서 만든 빙수류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가격이다. 그럼에도 '애망빙'은 매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신라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애망빙의 일 평균 판매량은 평일 200그릇, 주말 250그릇 정도다. 특히 올해 5월 24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애망빙은 판매 개시 후 한 달 만에 판매량이 작년 대비 30%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금가루라도 뿌렸나? 빙수 먹으러 줄 선다

애망빙의 인기는 SNS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인터넷에 '애망빙'을 검색하면 애플망고 빙수를 먹기 위해 40분 이상을 기다렸다는 후기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주말엔 웨이팅이 길 수 있으니 일찍 방문하라는 조언도 보인다. 애망빙은 신라호텔 1층 로비 라운지 '더 라이브러리'에서 판매 중인데 주말에는 애망빙을 먹기 위한 줄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신라호텔은 "지난해 애망빙을 94일 동안 총 1만 5000여 그릇을 판매했는데 올해는 이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신라호텔은 애망빙의 인기로 인한 '분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서울 신라호텔의 상반기 식음업장 매출을 분석한 결과, 1~5월에 비해 애플망고 빙수 판매를 시작한 6월의 매출과 고객 수가 크게 증가했고 애망빙을 판매하는 '더 라이브러리'에선 빙수와 함께 즐길만한 단품 메뉴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층에 위치한 '패스트리 부티크' 베이커리의 고객 수도 1~5월 평균보다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망빙이 인기를 끌면서 신라호텔은 매출 상승 외에도 젊은 고객들을 호텔로 유입하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 특히, SNS에서 신라호텔이 '애망빙 성지'로 알려지면서 2030세대들이 신라호텔에 갖는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데 크게 공헌을 했다는 평가다. 신라호텔은 이런 2030 고객들을 위해 '애플망고빙수 맛있게 먹는 법'이란 사진을 페이스북에 업로드하기도 했다.

빙수 하나에 5만 4천 원... 왜 이렇게 비싼 거야?

그렇다면 애망빙은 왜 이렇게 비쌀까. 원재료 값이 비싼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신라호텔의 애플망고 빙수는 일반 애플망고가 아니다. 애망빙은 수입산이 아닌 제주산 애플망고를 재료로 쓰는데 이 메뉴는 2007년 제주신라호텔 요리사들의 제안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그러다 제주신라호텔에서 애플망고 빙수를 먹어 본 고객들이 '서울에서도 먹고 싶다'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해오자 2011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여름 서울 신라호텔에서도 애망빙을 판매하고 있는 것.



애망빙을 만들기 위해 신라호텔은 매년 제주로 담당자를 파견해 최소 14브릭스(brix) 이상의 고당도 애플망고를 직접 공수한다. 품질과 당도 테스트를 통과한 농가와 계약을 맺고 최상품만 선별하는데, 이 최상급 제주산 애플망고 가격이 1개당 2만 원 이상이다. 실제 애망빙 1그릇에 애플망고가 1개 반에서 최대 2개가 들어가니 한 그릇에 들어가는 애플망고 가격이 4만 원 가까이한다. 여기에 함께 제공되는 국내산 단팥, 망고 셔벗 가격, 그리고 인건비와 세금 등을 고려하면 5만 4천 원이 결코 높은 가격이 아니라는 게 신라호텔 측 주장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망고(좌), 애플망고(우)

그렇다면 제주산이 아닌 수입산을 쓰면 안될까? 수입산을 쓰면 가격은 낮출 수 있지만 맛이 없다. 제주산 애플망고는 현지에서 숙성을 시켜 완전히 익은 상태에서 수확해 서울로 가져온다. 하지만 수입산의 경우 주로 남미에서 재배되는데 운송 기간을 고려해 절반 정도 익었을 때 수확을 해서 배에 싣고 오면서 익힌다. 또 수입산은 유통 전 해충을 없애기 위해 75도가량의 고온 증열 처리를 한다. 이 과정에서 애플망고 특유의 향과 맛이 약해진다. 결국 수입산을 쓰면 지금의 애망빙의 맛을 구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스몰 럭셔리, 인스타그래머블... 젊은 층 소비 심리를 저격한 애망빙

신라호텔 애망빙은 향도 좋고 당도 역시 최상급인 제주산 애플망고가 들어간다. 또 2~3명이 먹어도 부족하지 않은 양을 자랑한다. 좋은 품질과 넉넉한 양, 신라호텔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결합돼 애망빙은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된다. 또, 여름에만 한정적으로 판매하는 '시즌제' 제품이라는 점 역시 프리미엄 이미지를 덧씌운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하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푸짐한 애플망고 위에 하얗게 얹어진 갈린 우유 얼음과 국내산 단팥, 망고 셔벗은 자기만족을 위해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을 저격한다. 무엇보다도 '신라호텔'이라는 장소를 방문할 일이 많지 않은 2030 소비자들의 과시욕이 '애망빙'을 먹기 위해 신라호텔에 발을 들임으로써 해소된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애망빙'을 검색하면 애플망고 빙수 사진 외에도 신라호텔 내부 구석구석에서 찍은 사진들이 많이 검색된다.

출처: 서울 신라호텔
서울 신라호텔 더 라이브러리

이처럼 애망빙의 인기는 가격보다 맛과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성향과 SNS 공유 본능, 그리고 신라호텔이라는 고급스럽지만 자주 올 수 없는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함께 맞물리며 생긴 결과다. 결국, 애망빙의 인기는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당장 행복을 누리고 낯선 장소에 대한 경험을 소비하는 성향을 지닌 젊은 세대와 이를 고가 마케팅으로 활용한 기업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빙수=고급 디저트?' 이 가격, 정말 괜찮은 걸까

문제는 신라호텔 애망빙이 인기를 끌면서 빙수 가격 인플레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호텔 애플망고 빙수의 원조 격인 신라호텔의 높은 가격 책정은 다른 호텔의 빙수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빙수 위에 실제 금가루를 뿌려서 준다는 콘래드 서울의 망고 빙수의 판매 가격은 4만 2천 원이고,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클라우드 망고 빙수는 4만 8천 원, 파크 하얏트 서울 '더 라운지'에서 판매하는 망고 빙수는 3만 8천 원이다.



심지어 그랜드 워커힐에서 판매하는 애플망고 빙수의 가격은 5만 7천 원으로 신라호텔 애망빙보다도 높다. 비단 망고 빙수뿐만 아니라 다른 빙수들의 가격대도 3~5만 원으로 비슷한 선이다.

호텔이 아닌 일반 디저트 프랜차이즈의 빙수 가격 역시 애망빙의 인기에 덩달아 올라가는 추세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원재료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계속되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2017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대비 망고 수입단가 13%, 딸기 도매가격 10%, 블루베리 도매가격 6%가 하락했음에도 빙수를 판매하는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 4곳은 일부 빙수 메뉴들 가격을 인상했다.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빙수 가격은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이 중 2018년에 대표 빙수 메뉴를 포함한 6개의 제품의 가격을 평균 11.3% 인상한 곳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 소비자단체협의회는 "과일 빙수의 경우 원재료인 망고·딸기 등의 가격이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빙수 가격 인상률은 과도하다"라고 평한 바 있다.

인터비즈 김동섭, 장재웅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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