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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피자가 피자헛 제치고 1위된 비결은?

조회수 2019. 8. 19.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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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원래 온라인으로(도) 피자를 판매를 하는 피자 기업이었지만 피자를 파는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변신을 해야 했어요.”


도미노피자의 최고 디지털 경영자(Chief Digital Officer) 데니스 말로니의 말이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도미노피자 내부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굳이 배달 주문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고 음성인식을 도입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전화라는 간단하면서도 꽤 쓸만한 방식이 있는데… 

출처: 유튜브 Whitfield's Food Revue

전자상거래 기업이 되겠다는 집념으로 도미노피자는 지난 10년 동안 피자 배달에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화된 방식이란 방식은 다 시도해봤다. 10년 전 나온 배달 중인 피자가 어디 있는지 위치를 알려주는 피자 트래커가 시작이었다. 회사 안팎에서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심지어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출처: 도미노 피자 트래커
도미노 피자 트래커

2013년에는 도미노피자 지점 한 곳의 부엌에 카메라를 설치해 피자를 만드는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했다. 이름하여 ‘도미노 라이브’. 소리는 안 들리고 화면만 보여줬는데 회사 관계자들은 피자를 만드는 모습이 고객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별로 재미는 없었다. 한 가지 소득이라면 도미노피자의 정보 기술에 대한 열의를 대외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이었다. 

출처: 도미노피자
도미노피자 라이브

도미노피자는 이듬해 피자를 주문하고 계산을 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 근데 이 앱은 한 가지 문제 아닌 문제가 있었다. 포드 자동차를 가진 사람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미노피자 CEO는 “최근 우리가 이룩한 많은 기술 혁신 중 가장 쿨(cool)한 기술”이라고 치켜세웠다. 과장이 좀 심하지 않는냐는 평이 나왔다.


같은 해 말에는 애플의 ‘시리’ 같이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비서 서비스를 내놓았다. 말로 주문을 받는 인공 지능 주문 시스템의 이름은 돔(Domino의 앞 세 글자 Dom). 돔은 “뭘 드시겠습니까?” 같은 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고객들이 대화를 통한 주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도미노피자가 쓸데없는 데 돈 낭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미노피자는 굴하지 않았다. 새로운 방식으로 온라인에서 피자를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에 계속 투자했다.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보고 싶어 하는 고객을 끌어안으려 노력했다. 2015년에는 배달 방식에 혁신을 가져왔다. 80판의 피자를 따뜻하게 유지하면서 배달할 수 있는 차량을 도입했다. 한 대에 2만~2만5000 달러짜리 경차였다.

출처: 도미노피자
피자를 데우는 오븐이 들어간 도미노피자 배달용 경차

같은 해 트위터에서 피자 이모티콘만 쏘면 주문이 되는 기능을 추가했고(물론 이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개인 프로파일을 등록한 후 트위터와 연동을 해야 한다.) 이는 2016년 애니웨어(AnyWare)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말 그대로 어떤 플랫폼에서도 도미노피자 주문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전화는 물론 문자, 트위터, 페이스북 메신저, 스마트워치, PC, 태블릿, 자동차, 삼성TV리모콘, 돔, 알렉사(아마존의 음성인식 비서), 구글 ‘홈’까지. 과거에는 단지 두 가지 피자 주문 방식이 있었다. 전화를 하거나 도미노피자를 방문하는 것. 하지만 이제는 무려 15가지 방식이 있다. 이 중 마음에 드는 걸 하나 골라잡으면 된다. 하지만 이도 문제가 없지는 않았다. 결정적으로 주문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도미노피자는 비판에 대해 솔직하게 지금은 배우는 중이며 앞으로 계속해서 기술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도미노피자 내부적으로는 기술을 통해 단순히 피자를 많이 팔겠다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술에 목말라하는 고객과 투자자들을 위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어떤 플랫폼에서도 도미노피자를 주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목표로 했다. 고객이 안드로이드폰을 이용하건 애플폰을 이용하건 상관이 없이 주문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피자를 배달하는 드론

2017년에 이르러서는 기술이 대체적으로 안정화됐다. 도미노피자는 디지털 주문에 더해 이제는 배달 방식의 혁신에 도전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드론을 통한 배달을 시도했고 본사가 있는 미국 미시건 주 앤아버에서는 무인자동차를 통한 배달을 해봤다. 플로리다 주에서도 곧 무인자동차 배달을 시도할 예정이다. 피자 업체의 미래는 자동화된 배달 시스템이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욕을 먹으면서도, 실패를 하면서도 꿋꿋하게 시도한 디지털 주문 기술들을 통해 도미노피자는 디지털과 친한 밀레니엄 세대를 끌어안는 데 성공했다. 이제 도미노피자는 피자 주문의 60% 이상이 디지털 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정도가 모바일을 통한 주문이다. 이 덕분에 도미노피자는 2017년 오랜 라이벌이자 세계 최대의 배달 피자 체인인 피자헛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피자를 파는 업체로 올라설 수 있었다.

도미노피자 모바일 주문 어플리케이션

2017년 기준 122억 달러어치의 피자를 팔아서 120억 달러를 판 피자헛을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세계 제일의 피자 기업이 되고 싶다고 누누이 말해온 CEO겸 회장 J 패트릭 도일의 꿈이 이뤄진 셈이다. 도미노피자는 배달 피자 업계에서 17%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10년 전 13달러에 지나지 않던 주가는 요즘 220달러가 넘는다. 이는 같은 기간 구글(알파벳)이나 애플의 주가 상승률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정리하면, 도미노피자의 디지털 혁신은 세 가지 요소가 고객에게 어필한 것으로 나타났다. 1) 우선 배달시킨 고객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 피자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를 알려주고 2) 돔이라는 음성인식 주문 시스템이 있으며 3) 거의 모든 디지털 기기와 플랫폼에서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출처: 도미노피자
스마트워치에서도 작동하는 도미노피자 앱

도미노피자는 완벽하지 않은 기술이라도 자꾸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밀레니엄 세대와 소통을 하려고 노력했다. 기술 구현이 잘 안돼 욕을 먹으면서도 계속 신기술을 도입했고 그 과정을 통해 배워나갔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린 스타트업’과 비슷한 전략이다. 린 스타트업이란 아이디어를 빠르게 최소 요건 제품으로 만든 뒤에 시장의 반응을 보고 다음 제품에 반영하는 것을 반복해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식. 벤처기업가 에릭 리스가 개발했다. 말로니 도미노피자 CDO는 “우리는 2년 동안 큰 프로젝트 하나에 집중하느니 같은 시간 동안 50개의 작은 혁신을 시도해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기업의 혁신에도 린스타트업 방법은 유효하다는 걸 도미노피자는 보여줬다.


린스타트업의 기본적인 모토는 일단 시도해보고, 배우고, 개선하는 것이다. 사실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삶의 진리일 것이다. 특히 요즘같이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필자 김선우

약력

-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인문지리학과 졸업

- 워싱턴대(시애틀) 경영학 석사

- 동아일보 기자

-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 중


※출처 미표기 사진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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