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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 애니콜, '이것'으로 1위 브랜드 등극

조회수 2019. 7. 2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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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정보의 홍수 시대 속 소비자들은 넘쳐나는 광고들을 의식 수준에서 처리하고 평가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낀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속 불필요한 광고가 싫어 소셜네트워크 활동을 중단하는 경우도 종종 보이니 말이다. 이에 따라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사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비의식'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DBR 276호에 실린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원문 기사 더보기

비(非)의식 하에서 소비자들의 정보 처리가 가능할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거나 뉴스 기사를 읽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의도(intention)를 가지고 원하는 기사나 정보를 인지(awareness) 하면서 처리하는 것은 '의식적 정보 처리 과정(conscious information processing)'이다. 이때, 많은 소비자가 보고자 하는 정보나 기사 옆에 종종 등장하는 성가신 팝업광고나 배너광고를 애써 무시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이런 광고가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광고는 어떻게든 소비자의 시야에 들어간 이상 '비의식' 수준에서 처리될 수 있다.

이는 '식역하 지각(subliminal perception)' 때문에 가능하다. 식역하 지각은 어떤 자극물을 비의식 수준에서 인지하는 걸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극물이 1000분의 1초 단위 수준에서 시야에 노출이 되고 사라지는 경우, 이러한 자극은 평범한 사람이 지각할 수 있는 '절대 식역' 아래 존재하는 자극이다. 그래서 분명 본 적 없는데 뭔가 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광고를 '식역하 지각 광고(subliminal advertising)'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비의식 수준에서 일어난 정보 처리 과정은 소비자들의 선택과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지나 의도 없이 일어나는 정보 처리 과정이지만 소비자들의 판단, 감정, 행동 등에 영향을 주는 정보 처리 과정을 '비의식적 정보 처리 과정(nonconscious information processing)'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의 비의식에 '브랜드 메시지'를 심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매거진 DBR

많은 기업들이 비의식 수준에서 처리될 법한 자극을 브랜드 로고나 광고에 숨겨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노출한다. 예를 들어, 미국 운송 업체 FedEx는 로고에서 E와 X 사이에 숨겨진 화살표(→ 모양) 을 찾을 수 있다. '빠른 배송 서비스'라는 브랜드 속성을 부각시키고 싶은 의도에서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중개 업체인 아마존은 로고 하단의 화살표로 알파벳 A와 Z를 연결하며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판매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화살표가 마치 고객을 향해 웃고 있는 형상이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브랜드에 대해 친숙함까지 느끼게 하는데 성공했다.

출처: 삼성뉴스룸

우리가 흔히 접하고 있는 메시지를 통한 반복 광고 또한 소비자의 비의식 정보 처리 과정과 연관이 깊다. 과거 삼성전자의 애니콜 광고를 떠올려보자. 애니콜이 국내에 처음 출시됐을 때, 삼성은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다. 모토로라나 노키아 같은 글로벌 기업의 제품이 먼저 자리 잡은 상황에서 삼성 애니콜은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광고 속 배경은 외딴섬, 깊은 산 정상 등과 같이 휴대폰 수신이 잘 안될 것만 같은 지역들이었다. 그 속에서 삼성은 소비자들에게 간단하지만 뇌리에 박히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던진다.

한국 지형에 강하다

이는 '친숙함이 주는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원래는 중립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던 대상에 반복적으로 노출이 되면 반복적 노출이 친숙함을 느끼게 하고 친숙함을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를 단순 반복 효과(mere-exposure effect)라 한다. 이때 친숙함을 진실로 느끼거나 친숙함을 좋아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은 의식 수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비의식 수준에서 부지불식간에 일어난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하드웨어는 휴대폰 수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소비자들은 '삼성, 국산 브랜드, 한국 지형'이라는 자연스러운 연상을 통해 광고 속 메시지를 진실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를 통해 삼성은 애니콜을 다른 기타 외산 브랜드화 차별화하는데 성공했고, 국내 핸드폰 시장 1위 브랜드로 도약시키는 발판을 마련했다.

더 '솔직'한 소비자 마음 알아보기 위한 '뉴로마케팅'

소비자의 비의식을 활용한 마케팅에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비의식과 뇌를 '직접' 연구해 이를 마케팅에 활용한 기업들도 있다. '뉴로마케팅(Neuro marketing)은 뇌 신경세포를 의미하는 '뉴런(neuron)'과 '마케팅'의 합성어로, 무의식과 같은 우리 뇌의 자극을 관찰하고 분석해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마케팅 조사 방법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목표 고객 대상 인터뷰(FGI · Focus Group Interview)나 서면 서베이는 소비자들의 진심을 알아내는데 일정 부분 한계를 갖는다. 소비자들은 실제로 그들이 원하지 않으면 대답을 다르게 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본인들의 생각을 잘 몰라서 대답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비자의 비의식과 뇌 연구를 활용한 뉴로마케팅은 실제에 가까운 소비자들의 진짜 생각과 의견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용이하다.

출처: 기아자동차 홈페이지

기아자동차는 K7 출시를 앞두고 브랜드 네이밍 단계에서 소비자로부터 가장 긍정적인 뇌 반응을 유도하는 이름을 찾기 위해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 자기공명 영상법)와 시선 추적 기법(eye tracking)을 이용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소비자들의 뇌 반응이 가장 활발한 알파벳 중 하나였던 K에 행운을 의미하는 숫자 7을 조합한 K7이 고급감, 혁신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를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브랜드명으로 채택된 K7은 시장에서도 성공적인 반응을 얻었다.

'치토스'로 유명한 식품 회사 프리토레이 역시 2008년에 치토스의 새로운 광고를 만들기 위해 소비자의 반응을 조사했다. 뇌파 측정(electroencephalography, EEG)을 통해 치토스를 먹고 있는 사람들의 뇌 전도를 측정한 결과, 과자를 집을 때 손에 묻는 '오렌지색' 양념에 뇌가 강렬하게 반응했다. 손으로 만졌을 때 왠지 찝찝하고 청결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사람들이 싫어할 것이라는 게 그전까지의 일반적인 예상이었지만, 실제 사람들의 비의식 반응은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치토스는 광고는 물론 제품 포장지의 색상도 오렌지색으로 바꿔 출시했다.


비의식 수준의 정보 처리는 의식 수준에서는 감당이 안 될 많은 정보를 인지 자원을 쓰지 않고 효율적으로 처리해준다는 면에서 소비자의 정부 과부하를 줄여준다. 또한 소비자의 비의식과 뇌 연구는 그들이 솔직하지 못해서, 혹은 몰라서 답을 못하는 많은 퍼즐에 대해서 기업에게 필요한 진실을 알려준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앞으로의 정보화 시대에서 소비자의 비의식을 활용한 마케팅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매거진 DBR 276호
필자 안희경
인터비즈 김아현, 장재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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