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5천개 짓겠다"던 중국기업 줄줄이 폐업한 이유

조회수 2019. 7. 18.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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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역에 무인편의점 5천 개를 짓겠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지난 2016년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세계 최초로 직원이 없는 무인매장 '아마존고'의 운영을 시작한 이후 중국에서 아마존고 벤치마킹 열풍이 불었다. 무인화와 온라인 결제에 관심이 많던 중국 기업들은 아마존고에 자극받아 2017년부터 알리바바의 '타오카페'를 시작으로 무인편의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전자상거래 2위 업체인 '징둥닷컴'은 지난해 7월 중국 전역에 5000개의 무인매장을 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아마존고 열풍 속 중국 내에서 1년 만에 200여 개에 달하는 무인편의점이 생겼고 투자된 금액만 43억 위안(약 7200억 원)에 달할 정도였다.

출처: 바이두
(징둥닷컴의 무인편의점)

하지만 중국 내 이런 무인매장 광풍은 불과 수개월 만에 사그러드는 분위기다. 징둥닷컴의 경우 무인매장 확장 계획을 6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철회했고 2018년 초부터 중국 내 무인매장들의 폐업과 파산이 속출했다. 무인화 기술이 충분하니 일단 도입하고 보자는 태도가 화근이었다. 빠른 벤치마킹만을 우선시하다 보니 관리 비용이나 수익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던 것이다. 보통 벤치마킹은 일단 따라하면 되는 것이라고 여기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DBR 66호에 실린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원문 기사 더보기(링크)

외형만 보고 따라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아직도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벤치마킹을 '최고로 잘하는 경쟁자를 본받아 그대로 따라하는 것'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이미 성공한 사례가 있으니 이것을 따라가기만 하면 어느 정도 성과가 보장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그대로 따라한다'라는 단순한 벤치마킹 전략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잘 하는 기업을 따라하는데도 실패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가장 흔히 일어나는 벤치마킹 전략의 오류 3가지를 소개한다.

1. '일단 따라하면 되는 것 아냐?' 벤치마킹에 대한 오해


많은 경영진들이 벤치마킹을 단순하게 외형이나 결과만 보고 따라하면 되는 것으로 오해한다. 벤치마킹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이는 벤치마킹 과정에서 범하는 가장 흔한 오류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것이다. "쟤네가 이런 것 했다더라. 우리도 도입해볼까?"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제대로 된 벤치마킹이 될 리 없다. 벤치마킹은 상대 기업의 성과만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과를 낳기까지의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자사에 적용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 무인편의점의 경우도 '일단 직원을 없애는 무인매장이기만 하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문제였다. 보통 중국의 편의점에서 가공식품의 마진율은 25%, 신선식품이나 즉석식품의 마진율은 4~50%에 달한다. 그래서 신선·즉석 식품 판매 비중이 높아질수록 수익이 올라간다. 하지만 중국 무인편의점은 이를 간과했다. 관리 직원이 없다는 이유로 편의점을 가공식품 위주로 채워넣었다.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무인편의점을 그냥 '큰 자판기' 정도로 여기게 만들었고, 수익성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무인편의점의 핵심은 '무인' 자체보다 '무인이지만 다양한 품목을 관리하고 판매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임을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

출처: 바이두
가공식품 일색의 중국 무인편의점

2. 곧이곧대로 접목하려는 태도


벤치마킹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기업에 맞도록 변형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실패한다. 아무리 좋은 모범 기업의 사례라고 해도 해당 기업과 우리 기업이 똑같을 수는 없다. 조직에 맞게 전략이나 방식을 적절히 변화시키지 않으면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꼴이나 다름없게 된다.

일본 이세탄(伊勢丹) 백화점은 '이세탄 방식'으로 불리는 경영 비결로 유명하다. 이는 종업원들이 각각 자신의 '머천다이징 노트(수첩)'를 항상 소지하면서 백화점의 완벽한 상품 구성을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하는 방식이다. 종업원들은 자신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상품을 구성하고 실제 판매 결과를 통해 다시 피드백을 받으면서 백화점 매대와 '키즈존', '이벤트존' 등 상품 체험 공간을 바꿔 나간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이세탄 백화점이 다른 경쟁 업체에 비해 불리한 입지여건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며 날로 번창하는 원동력이었다. 이세탄 신주쿠점은 연간 3천만 명의 방문 고객을 유치할 정도였다. 그러자 일본 내 많은 백화점들이 이세탄 방식을 벤치마킹했고, 유통업계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이세탄 신주쿠 본점

그러나 결과적으로 벤치마킹에 성공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대표적인 곳이 '오다큐(小田急) 백화점'이다. 이들은 2004년 이세탄의 사장 출신인 가케이를 비롯해 주요 임직원들을 영입해 의욕적으로 이세탄 방식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오다큐 백화점은 오타큐 전철의 자회사로 공기업 문화가 강한 '철밥통' 기업이다. 직원들은 매출액 증가가 전혀 절박하지 않았다. 불리한 매장 위치를 상품 구성으로 극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간절함 또한 없었다. 당연히 임직원들은 새로 도입한 이세탄 방식에 시큰둥했고, 오히려 '귀찮게 이런 걸 왜 하냐'라는 의견도 많았다. 결국 오타큐 백화점은 2008년 이세탄 방식을 철회했고 이세탄 출신 임직원들은 전원 사표를 냈다. 조직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모방의 결말이었다.


3. 벤치마킹 도입 이후의 방심


벤치마킹을 잘 추진했으나 중간에 동력을 잃고 방심하는 경우에도 벤치마킹은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벤치마킹을 시도했는데 막상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으면 임직원들은 추진력을 쉽게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벤치마킹을 통한 변화와 그로 인한 성과는 단기간에 드러나기 어렵다. 외형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부의 변화도 함께 따라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 도입한 방식이 채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관심이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벤치마킹이 특정한 상태를 달성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벤치마킹도 일종의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수평적 조직 체계를 도입하면서 직급에 따른 호칭을 없애고 서로 'ㅇㅇ님'으로 부르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호칭파괴'가 달성되었다는 것으로 벤치마킹이 끝났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특히 오랜 기간 수직적인 위계를 가져온 회사의 경우, 호칭만 '님'이고 사내 문화는 과거와 똑같아 오히려 불편함만 가중할 가능성도 높다. '호칭파괴'를 벤치마킹하고자 한다면 실질적으로 호칭의 변화가 문화의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꾸준한 '사후관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편집

'나에게 필요한 부분'만 적절히 각색하라

이처럼 벤치마킹은 언제든 실패로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전략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모범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이를 통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또 실제로 벤치마킹을 적절히 활용해 위기를 넘기거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든 사례도 많다. 어떻게 하면 벤치마킹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네 가지 팁을 소개한다.

벤치마킹 성공의 첫 단계는 차분하게 계획을 준비하는 것이다. 당연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막상 실무 현장에서 잊어버리기 쉬운 부분이다. 특히 경영진이 "경쟁기업이 하는 것처럼 당장 우리도 시행하라!"라는 막연한 명령을 내릴 경우, 실무자는 조급한 마음에 '일단 도입하고 보면 되겠지'라는 마음을 갖기 쉽다. 하지만 이는 곧 실패로 이어진다. 우선 벤치마킹의 목적, 대상, 시장 현황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또 어느 부분을 얼만큼 따라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분명해야 한다.


만약 무인편의점의 사례처럼 벤치마킹이 고객에게도 직접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면 '고객의 니즈'에 대한 고려도 필수적이다. 고객이 원하는 변화인지, 오히려 기존 방식이 더 나은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초기 준비 과정이 다소 시간 낭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두 번째는 세밀한 관찰과 분석이다. 일단 우리 것으로 도입하기로 한 이상, 모범 사례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관찰해야 한다. 특히 지금 시점의 결과만을 볼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 관점에서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벤치마킹 대상에 대해 여러 차례 인터뷰, 조사를 실시해 그동안 범했던 시행착오와 그 과정까지 파악해야 한다. 숨겨진 비용을 찾고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해당 방식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비용이 투입되었는지, 또 앞으로 얼마나 투입될 것인지를 따져보고 우리 회사가 이것을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세 번째는 적절한 각색이다. 세상에 똑같은 조직은 없다. 따라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방식을 우리 회사에 맞게 변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문화와 특성, 관행 등 다양한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우리의 특성을 과하게 살리다보면 정작 벤치마킹의 핵심 요소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중용의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원점 사고'다. 우선, 스스로의 한계를 없애고 벤치마킹을 통해 최종적으로 변해야 할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변화를 위해 모범 사례에서 가져올 본질적인 성공 요소를 찾아낸다. 이후 해당 요소들을 우리의 조직에 맞게 소화시켜 차근차근 적용해 나간다. 이것이 적절한 각색을 이끌어내는 순서다.

마지막은 최고경영층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벤치마킹은 기업을 개선하고자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직원들이 무언가를 결정하고 끈질기게 추진하기는 어렵다. 경영진이 "그 방식이 좋던데 한 번 해봐라"라고 툭 던진 다음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다면, 직원들은 얼마나 많은 비용을 써서 언제까지 추진해야 할지 몰라 난처해질 뿐이다. 또 기존의 방식이 편한 직원들 입장에서는 굳이 벤치마킹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원래대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벤치마킹을 통해 어떤 성과를 이끌어내고자 한다면 가장 큰 권한을 가진 최고경영층의 꾸준한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을 따라하기 위해 다양한 벤치마킹을 추진하고 있다. '새벽배송'과 같은 인기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기도 하고, 실리콘 밸리의 '수평적 조직 체계'를 가져와 사내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꾸려 노력하기도 한다. 벤치마킹은 짧은 시간에 기업의 수준을 높이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전략으로 아주 중요한 경영 혁신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벤치마킹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 외형만 따라해서는 안 되며, 그 본질이 무엇이고 우리 조직과 대상 조직의 차이가 무엇인지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는 자세를 갖되 적절한 응용능력을 갖추는 것이 벤치마킹 성공을 위한 첫걸음이다.

인터비즈 이태희, 장재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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