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펑크 안나는 타이어' 출시하면 타이어 회사 손해?

조회수 2019. 7. 16.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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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프랑스 타이어 제조회사인 미쉐린(Michelin)이 제너럴 모터스(GM)와 손을 잡고 펑크가 나지 않는 타이어 ‘업티스(Unique Puncture-Proof Tire System : Uptis)’를 선보였다. 신소재를 사용해 기존 타이어보다 재질이 튼튼하고 공기를 주입하지 않는 에어리스(airless) 타이어다. 미쉐린은 이르면 2024년까지 업티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출처: 미쉐린 공식 인스타그램
업티스의 사진. 공기를 채워야 하는 공간을 고무 격벽이 대신했다.

미쉐린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2억개의 타이어가 펑크, 도로 위험 요소, 마모를 유발하는 부적절한 공기압 등의 여러 요인으로 조기 폐기되고 있다. 업티스는 공기를 주입하지 않기 때문에 타이어에 바람이 빠지고 펑크가 날 위험이 없어진다.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효율적인 운행을 가능하게 한다. 미쉐린의 계획대로 2024년 에어리스 타이어가 일반화된다면 타이어 수명이 획기적으로 연장된다. 소비자들의 타이어 교체 주기가 짧을수록 제품 판매량이 늘어나는 타이어 제조회사가 기존 시장을 파괴할 수도 있는 기술을 개발한 셈이다.

미쉐린은 왜 자기 파괴적 행보를 보일까? "근거 있는 자신감"

1889년 고무 공장에서 근무하던 에두아르 미슐랭과 앙드레 미슐랭 형제는 자전거 타이어를 수리하던 중 큰 불만을 느끼게 됐다. 그 당시 자전거 타이어는 일체형으로 쇠바퀴에 부착되어 있었다. 타이어를 수리하고 이를 다시 자전거에 접착하여 건조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같은 해 5월 28일 미슐랭 형제는 타이어 회사를 차려 타이어 개발에 착수했고, 그렇게 글로벌 타이어 기업 미쉐린이 시작됐다.

두 형제는 타이어 공장 설립 2년 후인 1891년 세계 최초로 탈착식 타이어를 개발하는 데에 성공했다. 미슐랭 형제가 새롭게 개발한 타이어는 샤를 테롱(Charles Terront)이라는 경륜 선수에 의해 유명해졌다. 샤를 테롱 선수는 1200km의 장거리 구간을 멈춤 없이 달리는 대회에서 유례없는 기록을 세우면서 우승을 거머쥐었는데, 샤를 테롱 선수의 자전거에 미쉐린이 제작한 타이어가 사용됐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미쉐린의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출처: 미쉐린 공식 인스타그램
미쉐린의 마스코트 '미쉐린 맨'

이후에도 미쉐린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단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였다. 특히 1946년에는 ‘래디얼 타이어(Radial Tire∙ 타이어 코드가 바퀴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배열된 타이어)’를 개발해 타이어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래디얼 타이어는 이전까지 시장의 주류를 이루던 ‘바이어스 타이어(타이어 코드가 진행방향에 비스듬하게 배치되어 있는 타이어)’ 보다 내구성과 연비가 향상된 제품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타이어의 수명이 길어지면 타이어 교체 주기도 함께 길어지기 때문에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우려가 무색하게 미쉐린은 래디얼 타이어로 타이어 업계의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현재 래디얼 타이어는 승용차 타이어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미쉐린이 '자기 파괴적 제품'이라고 평가받는 업티스를 당당하게 선보일 수 있는 것도 기존 시장의 틀을 깨고 혁신을 거듭해온 그간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미쉐린의 장기적인 비전은 “100% 지속 가능한 타이어”를 생산하는 것이다. 업티스도 연간 10억 개의 폐타이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개발됐다.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발전하고 있는 모빌리티 시장의 동향에 발맞춰 기술 혁신을 거듭하겠다는 미쉐린의 의지가 엿보인다.

엡손의 정품 무한 잉크 프린터, 레이저 프린터 시장 잠식했다

세계적인 프린터 기업 엡손의 '정품 무한 잉크 프린터' 개발도 스스로 파괴적 혁신을 시도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08년 엡손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업 대부분이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프린터 사업 역시 어려움에 봉착했다. 직접적으로 프린터 판매도 줄었지만 소모품인 잉크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게 더 심각했다. 프린터 사업의 수익모델은 싼 가격에 프린터를 팔고 소모품인 잉크를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내는 것이었다. 모든 프린터 회사가 이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그런데 소비심리가 가라앉자 비싼 정품 잉크를 사지 않고 비정품 잉크를 사용하는 고객이 늘어났다.

출처: 한국 엡손 공식 사이트
엡손 공식 로고

상당수 소비자들이 정품 토너를 쓰지 않고 비정품 토너를 충전해서 썼다. 프린터 제조업체는 기기보다 잉크 카트리지나 토너를 판매해서 높은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비정품 소비가 늘어나다 보니 당연히 이익이 곤두박질쳤다. 시장에서 잉크젯프린터는 카트리지를 없애고 잉크통을 단 무한 잉크 프린터로 개조돼 팔렸다. 잉크가 다 닳으면 잉크통에다 해당 색상의 잉크를 부어주면 됐다. 엡손은 이런 비정품 무한 잉크 프린터 시장에서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무한 잉크 프린터로 변형되는 제품 중에 엡손 제품이 가장 인기가 많다는 사실이었다. 무한 잉크 프린터를 조금 오래 쓰다 보면 프린터 헤드가 망가져서 색이 번지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재미있게도 엡손 프린터에서는 헤드 문제가 별로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한 잉크 프린터는 엡손의 강점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카테고리였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무한 잉크 프린터 개발이 타당한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프린터 사업이 기기에서 손해를 보고 소모품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무한 잉크 프린터의 출시는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전략이었다. 기존 제품 잠식에 대한 우려가 있었음에도 개발에 이견이 없었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엡손은 무한 잉크 프린터를 구매하는 데 소비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속성들을 일일이 찾아냈다. 2년에 걸쳐서 상품기획을 하다 보니 이전에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정품 무한 잉크 프린터가 엡손의 잉크젯 제품과 경쟁하는게 아니라 레이저 프린터 고객을 빼앗아오고 있었던 것. 앱손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셈이 됐다.

출처: 한국 엡손 공식 사이트
엡손의 정품 무한 잉크 프린터 'L6190'

그렇게 2010년 말 정품 무한 잉크 프린터 L100과 L200이 출시됐다. 인쇄량이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이 팔려 나갔다. 그러자 다른 프린터 회사들도 정품 무한 잉크 프린터를 뒤늦게 출시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저렴한 본체만이 아니라 프린터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은 제품이었다. 결국 이 결정은 옳았다. 오늘날 엡손의 정품 무한 잉크 프린터는 확고한 제품 세그먼트로 자리 잡았다.

* 이 글은 프리미엄 경영매거진 DBR을 참고, 발췌해 작성했습니다.

▶고객 눈으로 보니 “아하, 이런 기술 필요” 위기 닥칠 때 ‘파괴적 혁신’ 답을 찾다

인터비즈 이슬지,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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