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성공이 시사하는 점

조회수 2019. 7. 15. 17:3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선발투수 류현진의 올해 전반기 성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0승 2패에 방어율은 1.73. 지난 20년 동안 6번째로 낮은 전반기 방어율이다. 109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 넷은 단 10개, 출루를 허용한 주자는 100명뿐이었다. 빼어난 성적 덕분에 이번 주 있었던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내셔널리그 선발투수까지 됐다. 이런 류현진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특이하게도 부상 후 더 강력해진다는 신기함이 아닐까 싶다.

출처: 스포츠동아

류현진은 동산고 1학년 시절 미추홀기 고교야구대회에서 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직구 구속이 137km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대회 이후 팔꿈치에 통증이 왔다. 이후 6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결국 이듬해인 2004년 4월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7개월 동안의 재활을 시작했다. 매일 새벽 인천 집을 나서서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병원에 갔다가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생활이 이어졌다. 왕복 5시간 거리였다. 그렇게 고교 2학년을 공 한 번 던져보지 못하고 보냈다.


재활이 끝나고 첫 실전 투구인 2005년 2월 훈련캠프에서 구속이 142km가 나왔다. 류현진 자신도 어떻게 구속이 더 빨라졌는지 도대체 알 수 없다고 했다. 류현진의 어머니가 해답을 줬다. “현진이가 하루 5,6시간의 힘든 재활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것도 부족해 아파트 11층 집까지 걸어서 올라갔어요.” 하루 5시간 차를 타고 다니면서 재활을 하는 고등학생이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그 해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부상 경력 때문이었는지 연고 구단 SK와 2차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가 그를 외면했다. 그는 결국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신인으로 다승, 탈삼진, 방어율 1위를 석권하며 신인상은 물론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당시 일개 투수가 팀 전체를 먹여 살렸기 때문에 한화의 ‘소년 가장’으로 불렸다. 중요한 시기인 고교 1학년 말과 2학년 전체를 부상과 싸우느라 보낸 선수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성적이다.

출처: 스포츠동아
(류현진 선수 한화 이글스 소속 당시 모습)

2013년 류현진은 메이저리거가 된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2년 동안은 올해 전반기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28승 15패, 방어율은 3.17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2015년 이후 묘하게도 고등학교 때 부상과 비슷한 전철을 밟는다. 그 해 5월 왼쪽 어깨 수술을 받고 2016년 7월 복귀하지만 단 한 차례 선발 등판하고는 다시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했다. 두 시즌 동안 한 번뿐이 선발 투수로 나서지 못한 셈이다.

류현진에게는 이 2년이 인생 최악의 시기였다. 팔꿈치 수술 후에는 과거의 실력 그대로 복귀하는 투수들이 적지 않지만 어깨 수술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복귀가 어렵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고 설사 복귀한다 하더라도 과거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많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반드시 마운드에 다시 선다는 의지로 재활에 전념했고 결국 더 나은 투수가 돼 돌아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던 걸까. 첫 번째 비밀은 구종의 다변화에 있다. 류현진은 원래 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3가지 구종을 던지는 투수였다. 하지만 재활을 하던 2년 동안 다저스 릭 허니컷 투수코치의 도움을 받아 3가지 구종에 커터와 투심 패스트볼을 더해 모두 5가지 구종을 던지는 투수가 됐다. 그뿐이 아니다. 류현진은 5가지 구종을 모두 원하는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을 수 있다.

출처: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많은 투수들은 꼭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할 때는 반드시 직구를 던져야 한다. 하지만 류현진은 꼭 직구를 던져야 할 순간이 없다. 어느 구종을 던져도 원하는 위치에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150km대 구속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이 시속 145km가 채 안돼는 구속으로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원동력은 다양한 구종을 던지면서도 제구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2018년 또 다시 부상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사타구니 부상이었다. 한 시즌의 절반이 넘는 15주 동안 결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류현진은 뭔가를 바꿨다. 타자에 대한 철저한 연구였다. 류현진은 머리가 매우 좋다. 타자에 대해 치열하게 연구를 하지 않아도 감으로, 또 엄청난 기억력으로 타자를 요리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2년 동안은 타자들에 대해 수동적으로 배웠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은 능동적으로 연구를 했다. 덕분에 볼 배합이 더 좋아졌고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출처: 채널A

정리를 하면 이렇다. 류현진이 부상 후 더 나아지는 비결은 부상 때마다 뭔가를 바꿨기 때문이다. 부상 기간 동안 가만히 있지 않고 뭔가 절치부심했다는 얘기다. 변화는 어렵다. 특히 류현진처럼 원래 잘 던지던 엘리트급 투수들은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과거 부상 이전과 같은 빠른 공을 던질 수 없다면 뭔가를 바꿔야 한다. 류현진은 그런 변화를 잘 받아들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구속이 느려졌다는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잊혀져 간 강속구 투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류현진이 부상을 극복하고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멘탈 안정성과 낙천성이 큰 몫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의 멘탈과 낙천적인 성격은 이미 국가 대표급으로 알려져 있다.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류현진의 강한 멘탈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는 데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를 구별하면 포기가 빨라지고 포기가 빠르면 멘탈이 잘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류현진이 한화에서 뛰던 시절 탈삼진 기록을 세우고도 패전 투수가 됐던 경험이 자신이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출처: 배지현 인스타그램 갈무리

야구 선수와 일반 직장인은 많이 다르지만 류현진에게 배울점은 없을까. 우선 류현진이 구종을 늘리듯 직장인은 전문 분야를 늘릴 수 있으면 도움이 된다. 뉴욕타임즈의 닐 어윈(Neil Irwin) 기자가 최근 내놓은 책 ‘How to Win in a Winner-Take-All World(국내 미번역)’에 따르면 마케팅 또는 인사와 같이 한 가지 일만 할 줄 하는 직장인보다 2가지 이상의 분야 일을 할 줄 아는 직원이 더 나은 직장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쓸모가 많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안하던 새로운 일을 맡게 되면 낙담하기보다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멘탈의 안정성도 직장인들에겐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조정할 수 없는 일까지 너무 신경을 쓰다보면 번아웃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뤄볼 때 일 잘하는 상사는 일희일비 하지 않고 낙천적이었다. 작은 일로 화를 내고 일이 조금만 틀어져도 불안해 하는 상사는 부하 직원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적당히 머리가 좋은 사람은 뭐든 금방 잘 한다. 하지만 조금만 어려움에 부딪히면 그 어려움을 넘지 못하고 쉽게 그만두곤 한다. 적당히 좋은 머리가 저주가 되는 셈이다.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았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처음에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이를 어떻게든 이기고 발전한다. 그런 의미에서 류현진은 진정한 천재가 아닐까 싶다.

※ 참고 글

ESPN: How a rebuilt Ryu reinvented himself to become MLB's most dominant pitcher

동아일보: [스포츠화제! 이사람]프로야구 한화 ‘괴물 신인’ 유현진

필자 김선우

약력

-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인문지리학과 졸업
- 워싱턴대(시애틀) 경영학 석사
- 동아일보 기자
-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 중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