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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의 위기는 곧 한국의 위기 "세계 1위라지만"

조회수 2019. 6. 17.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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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반도체 호황기를 이끌었던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를 맞이한 탓인지, 호황기가 끝났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반도체 굴기(崛起: 우뚝 섬)’ 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국의 추격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엄청난 자본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고,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견제한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도 반도체 산업 기술에 투자와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출처: 채널 A 뉴스
(지난해 반도체 업계는 기록적 호황을 기록했지만 미래는 밝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우리나라 효자 산업은 단연 반도체 산업이다. 반도체 산업은 수출, 투자, 공급 사슬 구조, 부가가치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의 대표 주력산업이자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오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반도체 산업의 불안이 곧 한국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반도체의 산업구조와 주요 동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반도체의 개념과 산업구조

반도체(semiconductor)는 상온에서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과 통하지 않는 절연체와의 중간 정도의 전기 저항을 가지는 물질을 가리킨다. 첨단 전자산업 부문에 넓게 응용되고 있으며 태양전지나 발광소자에도 사용된다.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들어있어 생활에 편리를 가져다주고 있다.

반도체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시스템 반도체(System Semiconductor)는 논리와 연산, 제어 기능 등을 수행한다. 시스템 운용에 필요한 설계기술이 해당 시장 점유에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활용 분야도 다양하다.

메모리 반도체(Memory Semiconductor)는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표준 제품의 대량 생산에 필요한 생산기술이 경쟁력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며, 공급 측 요인이 수급 불균형으로 연결되는 특징을 지닌다. 2016년 기준 시스템 반도체는 전체 시장에서 77.4%, 메모리 반도체는 22.6%를 차지한다.

반도체 산업은 시스템 반도체나 메모리 반도체를 실제로 조립하여 생산하는 반도체 제조를 중심으로 전∙후방 산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반도체 제조 부문은 웨이퍼 제조/가공, 회로설계, 조립 등의 공정 과정을 거쳐 칩을 제조하고 조립하는 생산의 영역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적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성장으로 한국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1위에 달한다.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 공정기술에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기술이 핵심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한국이 전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외 반도체 시장 동향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1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69억 달러 늘어난 3,525억 달러를 기록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를 2017년 4,087억 달러, 2018년 4,273억 달러로 전망해 반도체 시장은 당분간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은 Intel, Qualcomm 등 다양한 반도체 기업들을 필두로, 2011~2015년 5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2011년부터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 반면, 한국은 2015년부터 약 17%까지 점유율이 상승해 왔다. 더불어 중국도 점유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역사적으로 반도체 분야 강자였던 일본은 자국 기업 간 경쟁 과잉, DRAM 설계 기술 투자 부족, 리먼 쇼크로 인한 엔고 등으로 시장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반도체 산업 개발 정책과 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로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거듭 발전하고 있다. 2007년, 2010년 두 차례의 DRAM 치킨게임 이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고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의 Micron 등 3강 체제가 구축되었다.

출처: 채널A 뉴스

한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의 기술력을 일정 수준 인정받은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정책과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를 통한 반도체 시장 내 몸집과 기술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IHS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16년 585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한국경제는 2017~2018년 동안 상당한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2%대 후반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 오고 있다고 평가된다. 한국 수출은 특히, 반도체에 상당히 의존해 왔다.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0.9%였으나 2017년부터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2018년(1~8월 누계)에는 20.8%를 차지한다. 2017~2018년 동안의 수출 호조는 반도체 수출이 주도했던 것이다. 특히, 반도체 품목 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73.7%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수출뿐만 아니라, 설비투자에 있어서도 반도체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최근 반도체 수출의 호조에 따라 반도체 부문의 설비투자가 증가해왔다.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 설비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약 12.2%에서 2018년 약 18.0%로 상승해 왔다.

반도체 산업 주요 플레이어 동향

글로벌 반도체 시장 Top 10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55.1%를 차지한다. Intel과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분야 1, 2위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출처: 동아일보

싱가포르의 Avago Technologies(현 Broadcom Limited)가 2015년 미국의 Broadcom를 인수한 후 201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4위로 등극했다.

시스템 반도체의 명가로 불리는 Intel은 주력 부문이 아니었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서버용 시스템 반도체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점유율을 갖춘 점을 바탕으로 NAND Flash 부문에서도 서버용 SSD(Solid State Drive) 출하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모바일 SoC(System on Chip) ‘Snapdragon’으로 유명한 미국의 Qualcomm은 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와 판매만 하는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이다. 독보적인 반도체 설계 기술로 파운드리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크며, 인공지능(AI)과 확장 현실(Extended Reality, XR)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Broadcom Limited는 2015년 5월 싱가포르의 반도체 기업 Avago Technologies가 미국의 Broadcom을 인수해 사명을 바꾼 기업이다. Broadcom은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기능을 특화한 범용 고밀도 집적회로(ASSP), 유∙무선 LAN 관련 칩 등에서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진입 장벽이 높은 반도체 틈새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DRAM과 NAND Flash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반도체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리는 ‘메모리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고 파운드리 및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12년 SK텔레콤이 최대주주가 된 뒤 SK그룹의 계열사가 된 SK하이닉스는 2017년 9월 한∙미∙일 연합을 통해 일본 Toshiba 메모리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설계 기업과 IT 기기 제조업체들이 집중되어 있는 중국에서 파운드리 생산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 전망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들이 다양한 산업에 확대·적용되면서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반도체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프리미엄 스마트폰, 그래픽 카드, 비디오 게임 콘솔, 자동차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기기에서 반도체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새로운 수요 창출에 대한 대응력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반도체는 센서 및 통신과 결합해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 가전 등 폭넓은 사물에 응용 가능한 플랫폼 형태로 발전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생태계는 더욱 세분화∙전문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반도체 설계와 생산 간 협업도 중시되고 있다. 한편, 자율주행차가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함에 따라 반도체 업계에서는 차량용 DRAM, NAND Flash 등 자동차 분야의 반도체에 주목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도 고기능화됨에 따라 고사양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책적 시사점

반도체 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확고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시스템 반도체는 인력 부족과 투자 부족 등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R&D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비중에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에 힘입어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메모리 중심 컴퓨팅, 데이터 센터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한동안 견조 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기술 개발 및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자율주행차 등의 유망산업에 요구되는 반도체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집중될 필요가 있다. 성숙기에 접어든 반도체 산업 내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M&A, R&D, 기술 제휴,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 적용(스마트 팩토리, 인공지능 등)과 같은 다양한 전략으로 새로운 성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기능과 인포테인먼트 기능의 발전을 필두로 한 자동차의 전장화 추세, 각종 가전제품의 IoT 관련 기능 적용 확산 등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의 성장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

셋째, 중국의 기술 추격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崛起) 정책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키워나가고자 한다. 기술장벽으로 인해 단기간 내 중국의 추격은 어려울 수 있으나,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사업 다각화를 통한 핵심 기술 보유가 필수적이다.


필자 김광석필자 약력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실장)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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