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학습지 풀고, 분유 마시는 어른들이 늘고있다

조회수 2019. 6. 12. 22: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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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풀어봤다는 학습지.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 시절이 선명하게 생각난다. 선생님에게 밀린 숙제를 들키기 싫어 ‘학교에 두고 왔다’는 거짓말은 기본. 학습지를 집 안 구석구석에 숨겨 놓고 시치미를 뗐다. 또 일주일에 한 번 선생님이 방문하시는 날에는 어머니께 '머리가 아프다'며 꾀병을 부렸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런데 재밌는 건 그저 추억거리라고 생각했던 학습지를 다시 찾는 성인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슨 연유에서일까?

학습지는 어린이용이다? (X)

어른들이 학습지를 찾고 있다


직장 생활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성인들이 자기계발을 위해 학습지를 선택하고 있다. 교원 구몬 측은 성인 회원의 70% 이상이 일본어·중국어·영어 등의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여행·승진 요건 충족·비즈니스 등 제각기 다양한 목적에서다. 이들이 어학 공부를 위해 학습지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 회원들은 매일 10~30분 정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문제풀이를 하고, 주 1회 담당 선생님과 1대1 수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또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와 비교할 때 비용이(월회비 3만원 상당)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큰 부담 없이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있는 것이다.

출처: 구몬학습 공식 사이트

그동안 학습지 업계는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저출산의 여파로 주요 타겟층인 학령인구(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의 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취학 연령층)가 줄곧 감소했다. 여기에 인터넷 강의, 교육 전용 태블릿 등이 성장하면서 학습지는 '낡은 교육 매체'가 됐다. 그런데 꼭 어린아이들만 학습지를 풀라는 법은 없었던 듯하다. 업계는 '어린이용 학습지'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효율적인 시간 관리,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성인 회원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현재 구몬학습 공식 사이트에는 '어른도 학습하는 구몬'이라는 별도의 페이지도 마련돼있다. 실제 성인 회원 수 추이를 살펴보니 이러한 전략 유효하게 작용한 모양새다. 2013년 12월 18,000명이던 구몬의 성인 회원수(매 해 12월 기준)는 2016년 40,000명 2017년 55,000명 2018년 57,000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2019년 2월 기준 구몬학습 성인 회원수는 61,000명이다.

분유, 아기들만 먹는다? (X)

이젠 중장년층이 즐겨 마신다


출처: 동아일보
(셀렉스 매일 코어 프로틴 제품 사진)

아기들이 맛있게도 먹는 '분유'. 혹시 남몰래 한 숟갈 떠먹어본 기억이 있는지? 앞으로는 당당해져도 좋다. 분유 회사들이 너도나도 '성인용 분유'를 내놓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국내 시장에서는 매일유업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셀렉스 ‘매일 코어 프로틴’이 첫 타자다. 셀렉스는 지난해 12월 현대 홈쇼핑, NS홈쇼핑에서 전체 물량이 매진됐다.



다이어트로 식단 관리를 하거나, 급하게 끼니를 떼우는 일이 잦은 소비자들이 성인용 분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성인용 분유는 유아용 분유보다 단백질·칼슘·비타민·마그네슘 등의 함량을 높여 성인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했다. 만들기도 간편하다. 탈지분유 분말을 따뜻한 물에 타기만 하면 간편하고 건강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남양유업과 일동 후디스 역시 올해 중 성인용 분유 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 대표 분유회사들은 성인용 분유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은 무엇일까. 저출산으로 수요가 크게 감소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 문제를 겪은 일본에서는 2014년 성인용 분유 시장이 열렸다. 일본 유업 회사들은 분유를 건강보조제 삼아 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고객 상담센터를 통해 '어른이 유아용 분유를 먹어도 괜찮은가', '성인용 분유는 없는가' 등의 문의가 주기적으로 들어왔다. 성인용 분유에 대한 수요를 확인한 업계는 재빠르게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현재 일본 내에서 다수의 업체가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출처: 매일유업, 남양유업 공식 사이트

또 다른 이유는 분유 생산시설 가동을 위해서다. 매일·남양유업은 2017년 각각 아산공장과 천안공장에 중국 수출을 대비해 분유 제조설비를 새롭게 확충했다. 작년 1월부터 시행된 중국의 '분유 조제법 등록제' 때문이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중국으로 분유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공장별로 중국 식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의 조제법 등록 허가를 받아야한다. 매일·남양유업은 분유 생산설비를 추가한 후 CFDA에 조제법 등록 허가를 신청했지만 허가가 연기된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매일유업 아산공장 가동률이 10% 이하로 떨어졌다. 현재 매일유업은 아산 공장 분유 생산설비를 신생아용 대신 성인용 분유를 만드는데 사용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초저출산인데 기저귀 잘 팔려? (O)

일회용 기저귀 사용량 급증했다


30억 200만개. 2017년 국내 일회용 기저귀 사용량이다. 지난해 10월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2017년) 국내 일회용 기저귀 사용량은 약 131억개로 집계됐다. 2013년 20억 8073만 개, 2014년 24억 6253만 개, 2015년 26억 5456만 개, 2016년 29억 3450만 개, 2017년 30억 200만개를 합산한 수치다. 일회용 기저귀 사용량이 5년 새 44% 이상 증가했다.

출처: 동아일보

같은 기간 출생아수는 2013년 43만 6500명에서 2017년 35만 7800명으로 감소했다. 5년 새 18.02% 감소한 수치다. 초저출산 사회에서 왜 일회용 기저귀 사용량이 대폭 증가했을까?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성인용 기저귀 사용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요실금, 부상, 치매 등을 이유로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다. 성인용 기저귀 사용량은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는 성인용 기저귀 판매량이 영유아용 기저귀 판매량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위생재료공업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성인용 기저귀의 생산량은 78억 장에 달한다.


그동안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제품들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 인구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사회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다. 통계청은 한국의 초고령사회 진입 시점을 2025년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더이상 기업들의 전략을 세우는 데에 있어 전통 소비자층에만 국한되어서는 안된다는 메세지를 던져준다.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기존 시장의 틀을 깨는 자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지 않을까. 나무보다는 숲을 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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