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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어디? 백미당, 폴 바셋...제조사 감추는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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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비즈] 간장을 만드는 회사가 파스타 소스를 만든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어색하다고 느끼는 분도 많을 겁니다. 한식 소스로 조리하는 파스타가 아직은 익숙치 않아서겠죠. 듣자마자 바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 그 '연관성' 때문에 여러 식음료 업체들은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할 때 자신들의 이름을 일부러 숨기기도 합니다.

(샘표가 만든 이탈리안 브랜드 폰타나의 베이컨&머시룹 크림소스)

출처샘표 홈페이지

기업이 오랜 시간 유지해 온 자신들의 이름을 숨기는 이유는 새로 시작하는 사업 또는 제품과 기존의 회사 이미지가 잘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본래의 이름이 노출되면 기존의 강한 브랜드 이미지가 새 제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아예 새로운 브랜드 이름을 짓는 것이죠.


대한민국의 대표 간장 제조회사인 샘표는 2003년 이탈리아 전문 식재료 사업에 진출할 당시 샘표라는 이름을 철저히 숨기고, 폰타나(Fontana)라는 유럽 느낌이 물씬 풍기는 브랜드 이름을 선택했습니다. 한식 소스의 이미지는 샘표로, 크림소스 등 서구풍 소스는 폰타나로 각각 브랜딩한 겁니다.

(이탈리안 식재료 브랜드 폰타나는 샘표 로고를 드러내지 않는다. 반면 국수, 장류, 조미료 등의 제품에는 샘표 로고가 잘 보인다)

출처샘표 홈페이지

재밌게도 샘표는 과거 커피 시장 진출에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1987년 시스코에게서 '타임 커피'를 인수한 뒤 커피 판매를 시작했으나, 샘표의 간장 이미지로 해당 제품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습니다. (타임 커피 사례 보러 가기) 샘표의 커피 시장 실패 이후에도 라면으로 유명한 농심이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믿고 녹용(?) 커피믹스 '강글리오'를 출시했으나, 비슷한 이유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습니다.(강글리오 사례 보러 가기) 샘표는 과거의 실패를 발판 삼아 현재 폰타나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고급 이탈리아 식재료 식품 이미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1964년부터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온 것 같지만, 사실 1964라는 숫자는 남양유업의 설립연도를 의미한다)

출처1964 백미당 홈페이지

또한 서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면 어느 쪽에서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서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기업이 부정적 이미지로 타격을 입고 있다면, 신제품에는 자신의 이름을 숨겨 마치 아예 다른 브랜드인 것처럼 성장시킬 수 있죠. 반대로 신제품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기업 이름은 빠져 있으니 기업 이름이 들어간 다른 제품들은 타격을 덜 받을 수 있습니다.

(매일유업의 폴바셋, 고급 커피를 내세우며 매일유업이 아닌 폴바셋 자체의 브랜드를 강화했다)

2014년 문을 연 백미당(정식 명칭은 '1964 백미당')은 남양유업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업계에 진출하여 내놓은 디저트 브랜드입니다. 2009년 매일유업이 고급 커피전문점 '폴바셋'을 성공적으로 론칭하자,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량의 급감으로 위기를 맞이한 다른 유업체들도 매일유업을 따라 여러 디저트, 카페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남양유업의 백미당도 그중 하나입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백미당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평가받기 위해 매장 내 남양유업 브랜드를 일절 알리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지만,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남양유업의 이미지 자체가 워낙 부정적이기 때문에 이름을 숨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합니다. 2013년 지역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한다는 파문으로 '갑질' 기업으로 찍힌 남양유업은 이후 꾸준히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논란 직후 불매운동으로 2013년 175억 적자, 2014년에는 261억 원의 적자를 기록). 이렇다 보니 백미당이 남양유업의 브랜드라는 사실은 안 일부 소비자들은 SNS 상에 글을 올리며 백미당 불매 운동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출처트위터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 많은 기업들은 자신의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쓰는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 전략을 사용합니다. 이는 신제품이나 신사업 진출 시 기존에 잘 알려진 브랜드를 사용해 이미 획득된 브랜드 인지도를 전이시키는 방법입니다. (Reddy, Holak, and Bhat 1994) 마치 '저 아시죠? 이제 A 제품도 우리 브랜드 것으로 사세요!'라는 느낌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제품 속성의 유사성이 없거나, 모브랜드에 대한 우호적인 연상이 없다면 브랜드 확장의 효과는 오히려 부정적입니다. 최근에는 여러 기업들이 자신들의 핵심 사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분야로도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오히려 기업의 이름을 숨기고 독자적인 브랜드를 성장시키려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제조 중심의 생활 소비재에서 프리미엄 제품군과 유통라인으로 확장하는 사례들입니다. 제품군에 적합한 이미지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브랜딩과 마케팅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은 널리 알려진 대기업조차도 예외일 수가 없습니다. 

인터비즈 홍예화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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