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줘도 안 가져! 노인 분노케 한 '이것'?

조회수 2019. 5. 17. 17: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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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과거에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가는 백발의 사람들. 디지털과는 거리가 먼, 트렌드라곤 모르는 고지식한 세대. 하지만 요즘의 젊은 세대들에게 묻는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지 모른다. ‘액티브 시니어’의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

액티브 시니어란 은퇴 이후에도 소비생활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60대 세대를 지칭한다. 유튜브 스타 박막례씨, 패션계의 인플루언서로 활약하고 있는 여용기씨가 그 예다. 액티브 시니어에 이어 ‘스마트 시니어’라는 단어도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10∙20대가 아닌 60 대 장년층부터 90대를 넘는 초고령 노인들 또한 인터넷 공간을 즐기는 현상을 반영한 단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시니어 인터넷 이용률은 2014년 기준으로 60대 75%, 70대 50%, 80세 이상 21%를 보이며 이용자 증가세는 시니어층에서 가장 급격한 상승곡선을 보인다.

출처: 박막례 유튜브 채널 캡처(좌), 꽃할배TV 유튜브 채널 캡처 (우)
(박막례 할머니와 여용기 할아버지)
이런 변화에 대해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의 작가 조지프 F. 코플린은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 진입을 한 가지 이유로 들어 설명한다.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는 고령에 접어든 세대 가운데 가장 부유하고 고학력에다 평생 기술 변화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역사상 어느 연령층보다 뼛속까지 체험한 세대’다. 이에 따라 시니어 마케팅은 그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앞으로의 고령 세대들은 외형적인 요소를 배제한 채 단순히 은퇴, 신체적 불편에 초점을 맞춘 물건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노인을 위한, 그러나 정작 노인은 거부한 실패작

출처: 위키피디아(데소토), 게티이미지뱅크(노인

"젊은 이가 타는 차를 노인에게 팔 수는 있어도 노인이 타는 차를 젊은 이에게 팔 순 없다." 크라이슬러의 '노땅차' 가 자동차 업계에 남긴 교훈이다. 가볍고 조용하며 연료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다가 '목을 꺾지 않아도 높이 매달린 신호등이 보이'는 크라이슬러의 데소토(Desoto)는 당대의 대스타 그루초 마르크스를 광고모델로 기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맛봤다. 게다가 크라이슬러가 조용하고 편리한 연료 절약형 자동차 생산에 몰두하는 동안 경쟁 기업들은 가속이나 조종 같은 성능 면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제품들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었다. 따라서 크라이슬러의 실적 추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당시 <뉴욕 타임스>는 크라이슬러의 '자동차는 성능도 이익도 추락했다'라며 비판을 가했다.

이후 린 타운센드가 크라이슬러의 경영을 맡으면서 회사는 탈바꿈하게 된다. 수십 년간 생산해오던 노땅차를 버리고 현대적인 감각을 자랑하는 날렵한 머슬카를 생산하며 크라이슬러 자동차는 판매고가 하늘로 치솟는다.

출처: 아마존
(한 손을 훌쩍 넘는 길이의 카타리나 다스 그로스 폰)

독일의 소규모 회사 피트에이지가 2007년 출시한 카타리나 다스 그로스(Katharina das Grobe)는 거대한 크기의 핸드폰을 내놓았다. 거대한 크기만큼 매우 충격에 강하고 매우 튼튼했다. 고무를 입힌 다이얼버튼 또한 큼직큼직해 버튼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작은 글씨를 보거나 작은 버튼을 조작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에게 안성맞춤인 듯하다. 하지만 노인성 황반변성을 앓고 있는 노모를 위해 이 핸드폰을 구입한 소비자는 아마존에 이런 후기를 남겼다. '잘못된 점은 하나도 없어요. 다만 너무 크고 무거워요. 핸드백에도 주머니에도 들어가지 않아요.' 결국 피트에이지는 2010년 폐업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노인), 나무위키(하인즈 로고)

통조림사 하인즈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노인들이 거버 이유식을 사는 것을 보고 노인을 위한 간편식을 개발하면 대박을 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인즈는 노인을 치아가 성치 못하고 소득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문제적 존재로 취급하고 그에 몰두하느라 식품업계의 기본적인 상식을 놓쳤다. 바로 맛이 좋아야 사람들이 소비한다는 것이다. 하인즈에서 내놓은 제품은 보기 싫은 곤죽 형태를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맛이 없었다. 또한 이유식은 '손주를 위한 것이다'라고 둘러댈 수 있지만 이 노인식은 그럴 수 없었다. 노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셈이다. 결국 노인식은 출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생산이 중단됐다.

데이팅 앱인 듯 데이팅 앱 아닌 데이팅 앱 같은 스티치(Stitch)

출처: 스티치 공식 홈페이지 캡처
(여러 사람들과 만남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위에 '스티치는 우정에 관한 것입니다(Stitch is about companionship')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반면 노인들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해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기업도 있다. '노인들의 틴더'라고 불리는 '스티치(Stitch)다. 이 앱은 애초에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이들이 집중한 것은 여성 노년 소비자였다. 노년의 여성 소비자들은 여생을 함께 할 '반려자'가 아니라 '벗'을 찾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물론 스티치는 여전히 연애를 장려하는 데이팅 앱이다. 그러나 스티치는 이 사이트를 통해 관계의 폭을 늘리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 보통의 데이트 사이트에서 작성하는 자기소개란에서 세세한 항목을 줄인 것이다. 나이, 활동 분야, 취미, 거주지는 말동무를 찾거나 저녁 식사를 함께할 사람을 찾는 데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용자들의 생각을 반영했다.

노인은 그저 나이 많은 사람들의 한 집합체가 아니다. 각자가 고유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회의 일원이다. 물론 연령에 의한 신체 변화가 주는 제약이 있음은 분명하며 그런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제쳐두고 '필요'에만 주목해 노인들의 진짜 '욕구'를 간과하게 된다면 노인을 오히려 노인마저 거부하는 노인을 위한 제품으로 남을 뿐이다.

인터비즈 신유진, 임현석
inter-biz@naver.com

※ 이 글은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조지프 F. 코글린 저)'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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