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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할머니에 큰 가르침 받은 '일본 최고 부자'

인터비즈 작성일자2019.05.18. | 201,431  view

이 사진을 한번 봐주십시오.
저에게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인물입니다.

지난 2010년 6월, 손정의 사장은 소프트뱅크 창립 30주년 주주총회에서 두 시간에 걸친 '소프트뱅크의 30년 비전'을 발표해 마무리하려는 찰나, 오래된 흑백사진 1장을 무대 뒤 화면에 띄웠다.


손 사장은 "14세 나이로 일본에 건너온 내 할머니"라고 사진의 주인공을 소개하며, 자신이 어렵게 자란 옛 기억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그는 "내 할머니는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한국 국적으로, 일본어도 모르고, 의지할 사람도 없이, 지금으로 말하면 중학생 소녀가 이국땅을 밟아...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며 말문을 열었다.


손정의 사장은 재일교포 3세로 아버지 손삼헌 씨와 어머니 이옥자의 차남으로 일본 규슈(九州) 사가현(佐賀縣)에서 태어났다. 그는 "1957년에 내가 태어난 집은 기차가 지나다니는 선로 옆 공터에 불법으로 지어진 판잣집이었다"면서 "불법 주거지였기 때문에 호적에는 '무(無)번지'라 표기됐다"며 자신을 무번지에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가난하게 살았지만 유난히 자신을 사랑해주던 할머니를 기억하고 있다는 그는 "할머니는 내가 3~4살 때 매일처럼 '정의야 산책가자'며 할머니가 끌던 리어카를 태워줬다"면서 "부모님은 늘 일터에 나가 집에 없었기 때문에 나를 돌봐 준 사람은 할머니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

(손정의 사장이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source : 소프트뱅크 제공

그가 기억하는 당시 리어카는 검은색이었다. 그 리어카는 돼지 사료를 함께 실었기 때문에 썩은 냄새가 진동했지만, 어린 나이에 그런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리어카에 타는 즐거움으로 할머니가 역 앞 식당에서 사료로 쓰기 위한 잔반을 받아 오는 길을 따라나섰다. 그는 "리어카에 태워 준 할머니가 너무 좋았고, 그날을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사춘기를 지나면서 할머니가 창피함의 대상으로 돌변했다. 손 사장은 그토록 좋아했던 할머니를 싫어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할머니가 바로 김치였기 때문이며, 김치가 바로 한국인을 상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국 국적'과 관련해 여러 가지 힘든 일과 차별을 경험했지만 끝내 그 힘든 일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어린 나이에 차별을 경험해 상처를 받게 되면서 숨어 지내게 됐다.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일본명 '야스모토 마사요시(安本正義)'로 살아갔다. 차별의 상처는 더욱더 할머니를 멀리하게 했고, 할머니를 피해 다니도록 만들었다.


그때 아버지가 토혈해 병원에 입원하면서 손정의 일가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형은 학업을 중단하고 병원비와 생계비를 벌기 위해 일터로 나갔다. 손 사장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가족을 살리기 위해 사업가가 되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사업가가 되기 위해 미국에 건너갈 뜻을 밝히자 가족 모두가 반대했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매일 울었고, 친구와 선생님 모두가 미국행을 말렸다. 친척들도 "아버지가 누워있는데 오로지 자기만을 위해 미국에 가겠다는 것이냐"며 다그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가족을 위해 미국에 가려는 것이니 말리지 말라"며 양보하지 않았다. 손 사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내가 지금까지 고민해 온 국적 문제와 차별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나는 훌륭한 사업가가 되어 손정의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모든 인간은 똑같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마음속에서 굳게 다짐했다.

그는 결심을 굳힌 후 할머니를 찾아가 그동안의 일을 사과하며 "나를 한국에 데려가 달라"고 말했다. "미국에 가기 전에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조국을 보고 싶다"며 약 2주 동안 한국의 대구를 찾았다. 할머니는 일본에서 챙겨 온 헌 옷가지들을 친척과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헌 옷을 받고 행복해하는 아이들과 그것을 나줘 줄 때의 할머니의 미소. 할머니의 생전 입버릇이 “모두 다른 분들 덕분에 살아갈 수 있었다”였으며 "우리 모두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살고 있다는 것을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라고 가르쳤다. 이날 발표회에서 그는 "우리도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자"고 호소했다.


그가 강조했던 '소프트뱅크 30년 비전'은 바로 '정보혁명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소프트뱅크 30년 비전에는 대구에서 동네 아이들에게 헌 옷을 나눠주며 말했던 할머니의 가르침이 그대로 녹아있다.

글·사진 / 한준호
joonho919@gmail.com

*필자는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현재는 아주경제 IT중소기업부 차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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