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주역이었던 이 남자, 네이버 나와 뛰어든 것은 웹소설 비즈니스?

조회수 2019. 5. 10. 17:3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창업 1년만에 25억 투자받은 스타트업의 대표...포털 1등 만든 최재현 전 네이버 부문장

최재현 아이네블루메 대표(49)는 네이버 주역으로 불린다. 그의 첫 직장은 광고회사였다. LG애드(현 HS애드)와 제일기획 등을 거쳤다. 2000년 초에 네이버로 몸을 옮겼다. 인재난에 허덕이던 네이버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활약했다. 당시 막내인 최 대표를 비롯해 3형제 모두 광고업계에 종사하다가 IT업계에 뛰어든 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벤처붐의 상징과도 같은 장면이었다.

최 대표는 포털 시장 초창기 네이버가 야후, 네이트, 다음 등과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할 당시, NHN 네이버 부문장(당시 NHN은 게임 부문과 네이버 부문 등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네이버 검색 서비스 부문을 총괄했다)과 네이버 사업개발담당 이사로 재직하면서 네이버 성장을 이끌었다. 그가 재직하는 동안 네이버는 흑자 전환했고, 지식IN 등 신서비스가 안착했다. 초기 주역 중 한 명이다.

돌연 2000년대 말부터 휴식 등을 이유로 회사를 쉬었다가, 1년 반만에 복귀한 것 등이 중요한 기사로 다뤄지기도 했다. 그는 3년 전 다시 쉬고 싶다는 이유로 네이버를 그만두었다. 지금도 그가 네이버 본사를 방문하면 케이크를 사오며 환대하는 직원들이 있을 정도. 후배들의 신망도 두터웠던 편이라는 게 네이버 쪽 전언이다.

그런 그가 웹소설로 돌아온 것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3000만 명이 이용하는 대중적인 서비스를 운영하던 이가 다소 매니아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결코 일부만의 문화가 아닌데요! 편집장님 장르 영역에 도전한 것처럼 느껴져서다.

Q. 소설 서비스를 통해 컴백하셨습니다. 소설을 좋아해서 시작하신 건가요?

장르 소설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소설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을 본 거죠.회사마다 추산하는 금액이 달라 정확하다고 할 수 없지만 국내서 웹툰이 1조 원 이상의 시장을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요. 웹소설은 약 3000~4000억 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고요. 국내 출판시장이 5조 원 정도고 그 중 교과서, 참고서 같은 것을 제외한 단행본 시장이 3조 원 정도인데요. 전통적인 시장이 크긴 하지만,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웹툰이나 웹소설이 거의 전통 단행본 시장 규모의 절반 정도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죠. 성장세는 웹쪽이 더 빠르고요. ​채팅형 소설이라는 아이디어는 새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훅트(Hooked)나 얀(Yarn)을 보고 영감을 받은 거에요. 작가를 소싱하는 방식이나 작가들이 작품을 쓰는 방식, 회사가 서비스를 키우고자하는 계획 등을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한국형 앱을 내놓게 됐죠.

Q. 한국인이 이런 채팅형 소설을 더 잘 쓸 수 있다? 어떤 이유인가요.

온라인 소설 비즈니스에서 작가를 키워내고, 이를 관리하는 비즈니스가 이미 형성돼 있어요. 여러 웹소설 형식에도 익숙해서 작품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역량이 있고요. 이미 수치로도 나옵니다. 저희의 누적 다운로드수가 이제 65만 건인데, 하루에 600~1000편 가량의 소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채팅형 소설 서비스 '텔러'는 누적 다운로드수(300만 건)는 저희보다 몇 배나 많지만 하루 올라오는 소설수는 300편 정도예요. 인터넷 소설을 받아들이고, 이를 창작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큰 거 같아요.​저희도 처음엔 이렇게 호응이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채티에 올릴 수 있는 작품이 웹툰이나 웹소설이었다면 형식 면에서 진입장벽이 있어 이렇게 많은 작품이 올라오지는 못했겠죠. 그런데 채팅은 모두가 늘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프로필 사진을 채우고 캐릭터명을 결정하고 말풍선을 채워나가는 에디팅 툴을 기본적으로 다 제공하다보니 보다 쉽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에디팅 툴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인 보람이 있죠.
출처: 채티 화면 캡처
(채티앱을 클릭하면 볼 수 있는 화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올라와 있다. 우측은 인기 1순위 작품인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의 도입부)

지난해 5월에 선보인 채팅형 소설 서비스 채티에 현재까지 누적된 작품은 일반인 작품 기준으로 12만 편. 400명 작가가 쓰는 작품수가 3000화 정도다. 텔러의 사례로 들었듯이, 일본과는 저변이나 활력 자체가 다르다는 인상도 준다.

한국이 일본 보다 온라인 소설 플랫폼이 빠르게 활성화되는 것을 놓고 일본의 서브컬쳐 평론가 이이다 이치시는 자신의 책 '웹소설의 충격'에서 출판계 인력이 중심이 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IT 분야 인력들이 사업을 주도한다는 점을 들며 플랫폼 역량과 관심 수준이 다르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즉, 한국은 소설을 전통적인 출판 시각이 아니라, 웹에 맞는 콘텐츠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며 고민하고 있다. 플랫폼의 형태에 따라, 콘텐츠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최 대표의 시각이다.

Q. 요즘은 책이나 소설을 보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결국 시장 파이에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젊은 세대들이 책을 소비하는 양이 적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저는 그들이 소비하는 활자의 수는 더 증가했다고 봅니다. 톨스토이나 클래식한 음악을 즐기는 것은 아니더라도 웹툰, 웹소설이든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한 것이죠. 물론 가벼운 소비가 된 것은 맞고 그것이 가진 문제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꼭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중고등생들도 영상으로 만들어진 뉴스를 보는 등 뉴스를 접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지 뉴스를 보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렇게 달라진 소비 패턴에 맞춘 작품을 내놔야 해요.

Q.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변했을 뿐이다?

그렇죠. 미국에서 드림웍스의 CEO로 알려진 제프리 카첸버그가 작년 1월에 뉴티비(NewTV)라는 모바일 비디오 기업을 만들었어요. 이 기업에서는 10분 이하 분량의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어요. 지금까지 짧은 콘텐츠들은 신인배우를 기용해 젊은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이 주였잖아요. 그런데 뉴티비는 달라요. 비록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제작비도 지금 유통되고 있는 영화만큼이나 충실하게 사용하고 유명배우도 기용해서 풍부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거에요. 저는 이걸 보고 ‘제프리 카첸버그는 천재다’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저희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 중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을 볼 때 길이에 상관 없이 조금 지루한 부분은 스킵해서 보곤 해요. 이제 사람들은 반전을 기다려주지 않아요. 더 말초적이고 즉흥적이고 찰나적인 것을 선호하죠. . ‘내 24시간은 늘어나지 않는데 콘텐츠는 넘쳐나니 지금 보던 걸 얼른 보고 또 다른 거 즐기고 싶다’ ​광고만 하더라도 예전엔 제품의 속성을 먼저 파악했는데, 이젠 독자가 뭘 원하는지에서부터 시작하죠. 그런 게 달라졌어요.

최 대표에겐 새로운 세대들이 호흡하는 콘텐츠 문법에 관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누군가는 채팅형 소설을 보며,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시각을 가지지만 어떤 이는 새로운 문법과 형식에 감탄하기도 한다. 최 대표는 새로운 것에 베팅했다.​

Q. 웹소설은 가볍다는 인상도 있습니다. 수준이 낮은 문학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이런 시각이 부담이 되진 않나요?

처음 웹소설이 등장했을 때 문학(순문학) 작가들은 웹소설이 가볍다는 이유로 배척했어요. 그런데 저는 깊이가 있고 중후한 것은 가치가 있고, 얕고 가벼운 것들은 가치가 없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사실 무게가 있는 것만이 가치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모두 뮤지컬이 아니라 오페라만을 소비해야 하고 대중음악이 아니라 클래식만을 즐겨야 하는거죠. 하지만 그게 아니라 각각이 갖는 존재 이유가 있는거죠.

사실 국내 출판 시장에서도 순문학과 그 권위 자체는 의문의 대상이 된 상황이다. 장르문학가이자 평론가인 듀나는 순문학 자체를 두고 신춘문예(로 대표되는 순문학) 자체가 하나의 장르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한국의 순문학 시장은 이미 해외 문학(특히 일본문학)에도 시장성 측면에서 밀린지 오래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카데미를 기반으로 한 권위의 영역에서 주류다. 상품으로서 문학 측면에선 새로운 활력이 나와야 했지만, 대안으로 평가받았던 장르문학은 저질문학이라는 순문학적 편견에 갇혀 위축돼 있었다. 채티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나와 주목받는다.

한편 기자는 채팅형 소설엔 좋은 문학을 분별해주는 비평 기능이 보이지 않는다는 질문도 던졌다. 비평은 좋은 작품과 아닌 것을 분별하는 기능을 한다. 최근 국내 장르문학 계에선 텍스트릿이나 손지상 작가 같은 비평 전문가가 나오고 있지만, 채팅형 소설에는 이와 같은 흐름이 없는 상황. 이와 관련해 최 대표는 별도의 비평장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소설 댓글 등을 통해서 이러한 비평적 기능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을 가르는 기준을 독자에게 두겠다는 것이다. 표절이나 과도한 성인물 성격의 경우 댓글 반응 등을 살피고 모니터링을 통해서 걸러 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일이 걸러낸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은 좋은 작품에 대한 기준과 관점이 서고, 이를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추구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하지 않을까. 이때 좋은 작품이란 무엇일까.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Q. 채티는 순문학이나 기존 출판시장과 경쟁하는 것인가요?

IT사업의 특성을 먼저 알아야죠. IT의 매력은 경쟁자가 확정돼 있지 않다는 점예요. 어디 다른 영역과 경쟁해서 누군가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이들은 방 안에 아주 많은 장난감이 있더라도 장난감 하나를 두고 싸우잖아요. IT는 달라요. 다른 아이의 장난감을 뺏기보다는 다른 장난감을 찾아내거나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죠. 기존 시장과는 무관하게 시장을 형성하고 만들어내죠. 그리고 IT는 이용자와 상호교감하는 가운데 어떻게 변화할지 몰라요.
출처: 채티 공식 홈페이지
(채티의 작성화면. 텍스트 이외에 사진도 첨부가능하며 채팅창의 배경을 바꾸거나 소리를 삽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Q. 어떤 연령층이 채팅형 소설을 보는지요. 수익구조도 궁금합니다.

채티 오리지널 작품의 경우 전문 작가들이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에 스릴러가 많아요. 의외로 스릴러가 일반인들이 쓰기 어렵거든요. 일반인 작가층은 대부분 로맨스나 드라마물을 많이 쓰고 있죠. 그리고 일반인 작가의 대부분이 고등학생이에요. 독자들도 비슷하게 10대가 많죠. 처음 새로운 플랫폼이 시장에 나올 때 10대가 먼저 반응하는 현상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유튜브도 10대부터 시작해 지금은 전 연령이 즐기는 플랫폼이 됐잖아요. 사실 20대로 타겟마켓을 올리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작가들이 쓴 오리지널 작품에 대해서 유료화를 테스트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유료 모델을 적용하면서 작가들의 보상 구조를 만드는 방식을 조금 더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특히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보상을 해야할지 조금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Q. 좋은 작가풀을 확보하는 게 관건일 텐데...기존 유명 작가를 섭외할 계획도 있습니까?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면 그 플랫폼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들이 나와야해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에 하나가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면 그 플랫폼에 이전의 플랫폼에서 사용된 콘텐츠를 어떻게 다른 플랫폼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거죠. ​하지만 그게 아니에요. 그 플랫폼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모바일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PC에서 소비하던 콘텐츠를 어떻게 모바일에서도 소비할 수 있도록 할까’를 고민했습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는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야한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채팅이라는 형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좋은 작품을 가져오고 유명한 작가들과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에요. 콘텐츠를 써내려가는 문법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Q. 채티 서비스의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는 무엇입니까?

지난해엔 탭(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해서 문구가 나오게 하는 방식)을 통해 진행되는 소설을 사람들이 소비할 것인지, 검증받는 게 목표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검증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해의 단기 목표는 창작자들이 좋은 작품을 아낌없이 쓰고 싶은 플랫폼으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익모델의 개발이 필요하겠죠. ​장기적으로는 범용적으로 누구나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소설이 아니더라도 뉴스, 시, 또는 자동차의 타이어를 갈아끼는 법과 같이 아주 일상적인 내용도 담을 수 있는 플랫폼이요. 유튜브나 블로그와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비즈 임현석 신유진
inter-biz@naver.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