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삼성 타도'가 목표라는 이 사람, 대만 총통되나?

조회수 2019. 5. 1. 17:3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2020년 치러질 대만 총통 선거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대만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인물이 정계 진출과 대권 도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대만의 전자기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폭스콘 창립자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이다. 지난해 홍하이그룹 산하 주력기업인 폭스콘을 이끄는 그는 대만에서 '최고 부호'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는 한국 삼성전자와 악연으로도 유명하다. 만약 그가 대권을 잡는다면, '타도 삼성'을 외치는 대만판 트럼프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대만 최대 부호에서 정치인으로, 대만판 트럼프 닮은꼴

출처: IT 동아(궈타이밍), 게티이미지뱅크(대만 국기)

대만 일간 롄허(聯合)보는 궈타이밍 회장이 "이달 17일 오후 중국국민당(국민당) 당사를 방문해 명예당원증을 수여받고 내년 1월 대선을 위한 당내 경선에 도전할 의사를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궈타이밍이 밝힌 대선 출마의 이유는 독특하다. 그는 대선 출마 선언에 앞서 항해의 신인 마조를 모신 사당 츠후이궁과 우성궁을 차례로 방문해 참배한 뒤 "마조(馬祖·도교의 바다 수호신)이 꿈에 나타나 '대만의 젊은이들을 위해 나서서 일할 때가 됐다'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지지율은 고공행진이다. 대만 세신대학이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이잉원 현 대만 총통과 양자대결에서 50.2% 지지율을 기록해 27.1%에 그친 현 차이잉원 총통을 크게 앞질렀다. 여러모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궈타이밍의 별명부터 '대만판 트럼프'다. 2018년 <포브스>에서 집계한 자산이 77억 달러 (약 8조 7500억 원) 가량 되는 백만장자 기업가라는 점과 거침없는 언행, 그리고 독선적인 태도를 가진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출처: 동아닷컴

그가 총통에 당선된다면 성공한 기업가에서 정치인, 그것도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와 더욱 닮은 행보를 보이게 된다. 다만 트럼프와 다른 점이라는 중국에 대해 친화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친중 노선을 밟고 있는 그는 친중 실리 노선을 취해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계에 몸을 담자마자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수성가하는 과정에서 숱한 승부수를 던졌고, 이를 성사시킨 경험이 있어서일 것이다.

10명으로 시작한 훙하이정밀, 전 세계 가전의 40%를 만드는 기업으로

1950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태어난 궈타이밍은 고무 공장에서 타이어를 생산하며 공장 사업에 대한 감각을 익힌 후 24살 본격적으로 회사 창업에 나섰다. 1974년 모친이 준 10만 대만 달러(약 367만 원)로 직원 10명의 훙하이정밀(영어표기 폭스콘)을 창업했다. 그가 처음 택한 사업은 플라스틱 제조업으로 텔레비전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부품을 제작해 다른 전자회사에 납품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폭스콘이 애플, 화웨이,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아마존 전자책 킨들 등 여러 회사들과의 협력관계를 맺고 글로벌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그가 마주한 세 번의 기회를 들 수 있다.

1) 첫 번째 기회는 1980년 미국의 게임기 생산 업체 아타리로부터 비디오게임기 '아타리 2600'의 게임 컨트롤러와 커넥터(게임기와 TV의 연결에 사용되는 것) 생산을 주문받은 것이다. 해외 업체의 제품 생산을 담당하기 시작하면서 폭스콘은 대만을 넘어 전 세계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단순히 그를 행운아라고 보면 오산이다. 궈타이밍이 미국에서 활로를 뚫기 위해 1년 가까이 미국의 컴퓨터 게임 회사를 찾아다니며 영업을 했고, 아타리와의 협업은 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출처: 아타리
(TV와 연결해 사용했던 아타리 게임기)

2) 두 번째는 외성인(중국 본토에 뿌리를 둔 대만인을 가리키는 단어)이었던 그가 1988년 중국 본토에 진출한 것이다. 중국 산시성 출신인 그의 아버지와 산둥성 출신인 그의 어머니는 중국 공산당을 피해 1949년 대만으로 이주했다. 다른 대만 기업들이 대만과 적대적 관계를 가진 중국에 선뜻 투자하지 못한 것과 다르게 궈타이밍은 수많은 인력과 저렴한 인건비를 위해 중국 광둥성 선전에 전자 공장을 지었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중국 정부의 우호적인 지원도 함께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중국 최대 규모의 생산 공장이었던 폭스콘의 공장 설립을 시작으로 선전은 실리콘밸리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의 첨단 산업 단지로 성장할 수 있었다.

3) 마지막은 애플과의 계약 체결이다. 원래 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자사 제품(아이맥)의 생산을 LG전자에 맡기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제품 생산 관리 및 QA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애플과 스티브 잡스조차 폭스콘을 인정하고 자사 제품 생산을 폭스콘에 맡기기 시작했다. 중국을 발판으로 한 저렴한 비용을 유지하면서도, 대만 특유의 꼼꼼한 검수와 철저하게 고객사 요구를 맞추는 노력 덕분이었다. 이러한 폭스콘과 IT 기업의 협업은 제품 설계는 IT 기업이 하고, 생산은 폭스콘이 하는 현재의 IT 제품 제조 시스템 완성에 기여했다. 이 협업 시스템을 기반으로 폭스콘은 전 세계에 유통되는 가전의 40%를 생산하는 강자로 거듭나게 된다.

출처: 폭스콘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논란도 적지 않았다. 궈타이밍의 저돌적이고도 냉혹한 성격 탓이다. 폭스콘 공장의 노동환경에 대한 논란이 일었을 때의 대응에서 엿볼 수 있다. 2010년 선전에 위치한 공장에서 14명의 근로자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궈 회장은 대책 회의에서 "인간도 일종의 동물이고 100만 명이 넘는 동물을 관리하는 일은 머리 아픈 일"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구설수에 올랐다.

궈 회장은 타도 삼성을 외치는 기업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2년 주주총회에서는 "일본과 손잡고 5년 안에 삼성전자를 꺾겠다"라고 이야기하며 "일본은 한국과 달리 뒤통수를 치지 않는다"라고 일화는 유명하다. 또한 한국인을 비하해 '가오리방쯔(고려몽둥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배신자 삼성전자를 무너뜨리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궈 회장은 2016년 일본 샤프전자를 인수한 뒤 삼성전자, LG전자에 LCD 패널 공급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국내 기업에 반감을 갖는 이유가 있다. 2010년 EU가 LCD 담합 조사를 당시 삼성전자가 리니언시(자진신고 후 감면)를 통해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고, 홍하이의 자회사인 치메이이노룩스는 3억 유로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되면서 삼성에 분개한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SK그룹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출처: 폭스콘 공식 홈페이지(궈타이밍), 삼성 공식 홈페이지(삼성 로고)

당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국민당 경선 넘느냐가 관건

궈타이밍의 대선 출마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행보는 아니다. 친중 노선을 밟고 있는 궈타이밍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중 기업가로서 중국과의 화해를 모색하는 국민당에 2016년 150만 달러(17억 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국민당 소속 전 총통인 마잉주는 궈타이밍의 출마에 대해 세계적 기업가의 경험은 대만 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고 경제 불황 타파에 목마른 유권자들은 궈 회장의 글로벌한 기업 경험이 대만의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정계에 진출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예전부터 돌았다 .

출처: 인터비즈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

궈 회장은 차이잉원 현 총통보다는 인기가 높지만, 본선보다는 예선이 더 문제다. 국민당 내 경선을 통과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22일 대만 연합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궈위 현 가오슝 시장은 26%, 궈타이밍 회장이 19%의 국민당 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 시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국민당이 자신이 총통 후보 경선에 나서길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후 "대만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국민당 총통 후보 경선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국민당의 경선제도 개선을 조건부로 내걸긴 했지만 사실상 궈 회장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궈 회장 입장에선 국민당 내 지지율이 더 높은 한 시장을 넘는 것도 관건이지만, 이를 넘는다고 해도 기업가 출신이라는 한계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하고 국가 정책을 사용해 자신의 기업에 유리한 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것이 주된 우려다. 경제단체인 중화민국 공상협진회의 린보펑(林伯豊) 이사장(타이완 글래스 회장)은 "대만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가 명확해야 표가 모인다. 지명도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라고 지적하며 궈 회장 당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과연 궈 회장의 네 번째 승부수는 통할 수 있을까.

출처: 동아닷컴(궈타이밍), 게티이미지뱅크(캐리어를 끄는 여자)

한편, 궈타이밍의 대선 출마 발표 이후 궈타이밍의 아내 쩡신잉이 1주일 간 가출을 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궈 회장은 지난 29일 "경선 참여를 선언한 뒤 아내가 이제 가족의 사생활은 없어질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며 집을 나가버렸다"고 이야기했다. 가출한 부인이 돌아오며 이 해프닝은 끝이 났지만 그 과정에서 궈타이밍의 '후궁은 정치에 입 열면 안돼'라는 발언이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비즈 신유진, 임현석
inter-biz@naver.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