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치킨브랜드, 외국서 망하는 이유

조회수 2019. 5. 4. 15: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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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승승장구하는 유명 치킨 브랜드가 그 맛 그대로 해외로 갖고 나간다면 현지에선 어떤 반응이 나올까. 현지 입맛과 식습관에 따라 반응도 천양지차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곳에서는 한국 오리지날 맛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고 어떤 곳에서는 현지화한 맛으로 승부를 봐야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잘 나가는 한 유명 치킨회사가 최근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그런데 현지에서 보면 레스토랑은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바로 옆 레스토랑들은 바글바글 사람들이 몰리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닭고기를 싫어하는 나라여서 그런 걸까?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인들이 약 87퍼센트에 육박한다.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도이다보니 돼지고기나 돼지고기 성분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먹거리 사업에서 수익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닭고기, 소고기, 해산물 위주로 음식이 만들어지는 편이다. 돈까스도 명칭은 돈까스로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치킨까스나 비프까스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치킨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매우 중요한 식재료중 하나인 셈이다. 아얌(ayam)이라고 현지어로 부르는데 많은 이들이 먹는다.


그렇다면 한국 치킨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화의 중요성...입맛과 습관을 파악하지 않아 실패한 한류 치킨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가 고전하는 것은 바로 현지화라는 키워드를 놓쳤기 때문이다. 치킨 시장에서 현지화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현지의 식습관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하느냐를 의미한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선 후라이드 치킨과 밥을 먹지 않는 편이다. 사실 필자도 후라이드 치킨을 밥과 먹은 적이 없어 처음에는 이 메뉴에 거부감이 들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태국에서 과일이라고 생각한 망고를 찹쌀밥과 먹기 전 선뜻 호감이 안 갔던 것과 같다. 막상 먹어보면 이 '망고 위드 스틱끼 라이스(망고 찹쌀밥)'는 천재적 발상에 가까울 정도로 신선하고 맛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후라이드치킨과 밥을 같이 먹는다. 그리고 타겟 고객을 프리미엄이 아닌 일반 대중들로 삼았다. 월 평균 30만원의 수입을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 서민들이 부담갖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소스를 칠 수 있도록 치킨 자체에 양념을 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매운 맛의 음식을 잘 먹기 때문에 한국의 불닭볶음면이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어왔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무조건 매운 맛으로 치킨을 양념하면 잘 팔릴 것 같지만 실제로 치킨시장에서는 어쩐 일인지 그렇지 않다. 인도네시아에선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을 만큼의 간을 본 후라이드치킨을 서빙하면 알아서 자기가 좋아하는 소스를 직접 양념하여 먹는 문화에 익숙하다. 양도 현지인들에게는 치킨 한 두조각이면 충분하다. 한국인들이 먹는 양을 보면 현지인들은 늘 어떻게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냐면서 신기해한다.

반면 치킨을 조각으로 파는 KFC는 현지 문화를 잘 적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점심·저녁 시간이 되면 자카르타 KFC에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출처: KFC 공식 페이스북
(후라이드 치킨을 밥과 함께 주는 인도네시아의 KFC)

현지에 진출한 한국 유명 치킨브랜드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소스들을 발라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 소스들중에는 현지인들이 매운 맛을 좋아하는 것을 반영하여 정말 맵게 한 메뉴도 있지만 생각보다 현지의 반응은 그렇게 뜨겁지는 못하다. 강정이라는 명칭부터 시작해서 현지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매운맛을 좋아하여 다양한 고추 소스인 삼발(Sambal)을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 고객들에게 달착지근한 허니 치킨이라든가 맵지도 않은 치킨 떡볶이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고 고객들은 말한다.


소스들이 이미 다 발라져 있어 고객이 스스로 맞춰서 삼발을 쳐서 먹기도 애매하고 매운맛이라고 한 메뉴도 맵지 않거나 혹은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이 원하는 종류의 매운맛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에서 히트 친 맛이지만 현지에서는 특별한 소스의 맛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지인은 지나치게 가공된 치킨 맛보다는 가볍게 요리된 후 고객이 직접 소스로 맛을 어느 정도 조정하는 것이 더 좋다고들 했다. 현지인에게 별로 어필을 못한 것이다. 게다가 가격도 양에 비해 비싼 편이다. 맛만 통한다면 조금 비싼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차별화조차도 못 하고 있다는 것이 한류 치킨의 문제다. 타겟으로 삼는 고객층이 돈 좀 있는 이들만 겨냥하기에는 현지에서 치킨은 대중식이지 특별한 프리미엄 식은 아니다. 물론 제대로 입맛을 잘 고려하여 정말 프리미엄급으로 만든다면 성공하겠지만 현지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셔닝인 듯 하다.

출처: 소다동아
(각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현지화된 제품을 선보인 CJ제일제당 비비고 왕교자 만두)

현지에서 치킨집은 아니지만 한류음식으로 크게 성공한 한류 음식점이 있다. 그곳의 경우 한국음식이기는 한데 맛을 보면 우리가 한국에서 흔히 맛보는 것과는 달리 현지화된 한국음식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저녁만 되면 현지인들이 줄을 설 정도이다. 손님이 끊이지를 않고 북적거리며 현지 파워유튜버들이 이곳에서 음식 먹는 장면을 올리면 몇 백만명이 시청할 정도이다. 한류가 강한 인도네시아이기는 하지만 한국 브랜드라는 것만으로 승부를 본게 아니라 현지화된 맛과 전략으로 효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현지 한류의 인기를 제대로 탔을 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현지인의 입맛을 다양하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금 더 현지 고객의 입맛과 KFC 및 A&W에 대한 벤치마킹을 해도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프랜차이즈 치킨은 현지에서 KFC와 경쟁도 안될 뿐더러 현지 치킨 업체와도 경쟁이 안되고 있어 K-food로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했다. 해외에 나갈 때 우리는 현지화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KFC가 중국에서 성공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인다. 아주 작은 것만 신경써도 크게 성공할 수 있다.



현지에서 현지화되고 차별화된 메뉴도 별로 안 보인다. 그래서 한류 프랜차이즈 치킨이 과연 해외 진출에 대해 정말 고심한 게 맞는지 의구심이 많이 든다. 이랜드가 중국 시장 진출할 때 들인 만큼 한국 치킨도 철저한 현지화 노력을 기울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 현지 시장에 대한 조사와 공부를 더 했으면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 성공한 브랜드이고 한류가 강한 동남아국가들이기에 별 노력을 안 기울여도 평타는 친다는 안일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오자마자 마케팅 홍보만 죽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 유명기업이 태국과 인도네시아 들어와 온라인 쇼핑몰을 시도했지만 정작 현지 소비자들에게 물어보면 그런 회사가 왔다 간지도 기억 못할 정도이다. 네이밍부터 시작하여 소비자들의 미묘한 기호 등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 누구나 현지화의 중요성은 알지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현지파트너들을 제대로 찾고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현지 시장에 대한 철저한 학습과 적용이 절실한 것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현지의 니즈와 기호 및 특수한 변수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다시 한번 기본기에 충실하자는 점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

작성자 / 백세현 (주)피그말리온 글로벌 대표
davidbaek@pygmalionglobal.com
인터비즈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출처 미표기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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