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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바'핫도그' 위해 서명까지..대체 무슨 일이

조회수 2019. 3. 13. 21: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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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리온이 단종됐던 스낵 '치킨팝'을 3년 만에 재출시한다고 발표하자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치킨팝은 판매 부진으로 단종된 것이 아니라 3년 전 불의의 공장 화재로 생산라인이 소실되면서 단종된 비운의 제품이었다. 그래서인지 이후 지속적으로 재출시를 바라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존재했다. SNS와 오리온 홈페이지 등에 재출시 문의가 200여건 이상 올라오기도 했다. 결국 지속적인 소비자들의 요청에 오리온이 화답하면서 치킨팝은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출처: 오리온 공식 페이스북
(치킨팝 재출시 홍보 게시글)

이처럼 최근 식품업계 최대 화두는 '소비자 참여'다. 특정 제품을 출시한 후 반응을 살피는 차원을 넘어서 소비자 의견을 제품 기획 단계부터 반영한 상품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 예가 농심의 '신라면블랙사발'과 롯데제과의 '거꾸로 수박바'다. 신라면블랙사발은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끓여 먹을 수 있게 하자'는 대학생 서포터즈와 주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발한 상품이다. 거꾸로 수박바 역시 SNS에서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수박바의 초록색 부분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착안해 만든 신제품이다.

이런 현상은 최신 트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9년을 관통하고 있는 트렌드 중 '펀 마케팅'과 '뉴트로'라는 키워드를 통해 현상을 분석해 보도록 하자.

SNS 속 상상의 제품이 현실로, '펀 마케팅'

SNS가 일상화되면서 입으로만 음식을 즐기던 시대가 지나고 맛과 함께 재미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소비자들은 과거처럼 하나의 식품을 소비하는데 머물지 않고 실제 제품을 사용해 본 후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거나 자신만의 레시피를 SNS에 올리는 등의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이른바 '펀슈머'의 등장이다.


펀슈머들의 특성을 잘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롯데제과가 있다. 앞에 설명한 '거꾸로 수박바'로 재미를 본 롯데제과는 이후 자사의 스테디셀러인 돼지바를 활용해 펀 마케팅을 펼쳤다. SNS를 통해 돼지바 유사제품을 기획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유도한 것. 돼지콘, 돼지바핫도그, 돼지바샌드 등 제품은 이런 펀 마케팅의 결과물이었다. 이 중 돼지콘과 돼지바핫도그는 실제 출시돼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SNS에서는 "롯데가 조만간 돼지바 아파트도 지을 기세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출처: 쿠팡,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롯데푸드 공식 인스타그램
(돼지바핫도그 출시를 촉구하는 게시물)

그런가 하면, 쿡방 열풍 속에 자신만의 레시피를 SNS를 통해 공유하는 것이 대중화되면서 생겨난 제품들도 있다. 불닭볶음면을 치즈나 크림소스와 함께 먹던 것에 착안한 '까르보불닭볶음면', 어렸을 때 죠리퐁을 시리얼처럼 우유에 타먹던 것을 응용해 만든 '죠리퐁 까페라떼' 등이 대표적이다. 예전 같으면 개인들이 재미로 이것저것 재료를 섞어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해보는 정도에 그쳤을 시도들이 최근 SNS를 타고 유명세를 얻으면서 기업 신제품 기획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처: 쿠팡, 지마켓
(소비자들이 먼저 레시피를 개발한 까르보불닭(좌), 죠리퐁라떼(우))

기존 제품의 일부만 뽑아 출시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들도 펀 마케팅의 주요 사례다. 죠스떡볶이의 어묵티, 팔도의 비빔장 등이 대표적이다. 죠스 어묵티는 티백처럼 뜨거운 물에 담그기만 해도 어묵 국물이 우러나오는 제품으로 2017년 9월 죠스떡볶이 공식 SNS에 올린 아이디어가 화제를 모으며 제품 개발로 이어졌고 큰 사랑을 받았다. 또 팔도 비빔장의 경우 팔도가 2017년 만우절에 이벤트로 기획한 가상의 상품이 SNS를 통해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실제 제품 출시로 이어진 케이스다.

출처: 죠스푸드 홈페이지, 팔도 공식 블로그

소비자 요구에 단종된 제품도 다시 출시, 뉴트로 트렌드

그런가 하면 2019년 들어서는 옛날에 큰 인기를 얻었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단종이라는 운명을 맞았던 제품들의 재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뉴트로(NEW와 RETRO의 합성어)' 열풍 덕분이다. 뉴트로는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하는데, 특히 식품업계에서는 중장년층과 젊은 층 등 세대를 아우르며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과거 인기 제품의 재출시를 통해 중장년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젊은 층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7080문화의 색다른 감성과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출처: 서울우유 공식 인스타그램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우유협동조합이 2월 새로 출시한 빈티지 감성의 ‘서울우유 밀크홀 1937 레트로컵’이다. 이 제품은 과거 서울우유 브랜드 홍보를 위해 제작된 컵을 모티브로 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80여 년 역사 중 상징적인 연도인 1949년 특설 밀크홀컵, 1965년 균질우유컵, 1994년 앙팡컵 등 프로모션 컵에 새로운 감성을 덧입혀 SNS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농심이 최근 재출시를 결정한 '해피라면', SPC삼립이 재출시한 ‘우카빵’과 ‘떡방아빵’ 등도 레트로 열풍으로 소비자들에 의해 강제소환된 제품들이다. 해피라면의 경우 80년대 개당 1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당시 삼양라면과 함께 국내 라면 시장을 양분했던 베스트셀러였다. 하지만 신라면 출시 후 자연스럽게 단종됐다가 최근 재출시됐다.

출처: G마켓, 미니스톱 공식 인스타그램
(농심 해피라면(좌), 삼립 우카빵(우))

"결국 고객이 답"...식품업계 소비자 의견 청취에 사활

과거에도 기업은 제품을 만들 때 소비자의 생각이나 반응을 중요하게 살폈다. 하지만 SNS가 대중화되기 이전에는 기업이 소비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통로가 제한됐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큰 돈을 들여 신제품을 내놓고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IT 기술의 발전과 SNS의 대중화는 기업들로 하여금 소비자들의 생각을 읽기 쉽게 만들었다. 실제 앞에 소개했던 사례들은 대부분 개인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결국 제품화에 성공한 사례들이다.

출처: 롯데칠성음료 홈페이지
(공모전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 '차차르간주스')

소비자들의 요구로 인해 출시된 제품들이 연이어 대박을 내자 기업들은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이 직접 신제품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공모전까지 개최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 의견을 수렴해 신제품을 출시하면, 우선 제품에 대한 홍보가 이미 되어있는 상태이므로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해당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애착이 크기 때문에 제품 기획 단계부터 일정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게다가 의도하지 않아도 소비자들 간의 소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바이럴 마케팅'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마케팅의 답은 소비자가 가지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기업과 소비자 간 소통 통로는 다양화되고 있다. 때문에 향후에도 기업들은 '소비자의,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을 쭉 이어갈 전망이다.

인터비즈 장재웅, 이태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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