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짜리 벤틀리를 땅에 묻은 이 남자, 이유가?

조회수 2019. 3. 8.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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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알아주는 갑부인 치퀴노 스카르파는 2015년 자신의 SNS에 "50만 달러(한화 약 5억7000만 원)에 달하는 벤틀리 플라잉스퍼"를 땅에 묻겠다는 글을 올렸다. 깊게 파인 구멍 앞에 벤틀리를 세워놓고 삽을 든 채 인증샷을 찍고 이것을 게재한 것이다.  (※자동차 가격은 본인 주장이며 한국 판매 가격은 약 3억 원.)

출처: 치키노 스카르파의 페이스북

벤틀리의 장례식 날, 현지의 각종 매체들이 다소 황당해 보이는 벤틀리 매장을 생중계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취재차량을 서너대씩 배치한 것은 물론 헬리콥터까지 띄웠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스카르파는 벤틀리를 묻다가 "고철에 불과한 자동차가 묻히는 건 아깝다고 하면서 소중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고귀한 장기가 묻히는 것은 왜 아까워하지 않습니까?"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벤틀리 장례는 사실 '장기 기증'을 독려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스카르파는 누군가의 생명을 살려낼 수 있는 장기를 땅 속에 묻는 것이 비싼 자동차를 파묻는 것보다 훨씬 아까운 일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고, 이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반전'을 택했다. 마지막 결론을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뒤집으며 강한 메시지를 남긴 것.


이 퍼포먼스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당시 브라질의 장기 기증이 31.5% 치솟았을 만큼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반전법'이 제대로 먹혀들어간 셈이다.

출처: Unsplash
(벤틀리의 쿠페 모델인 '콘테넨탈 GT' © cbowers)

식사를 위해 어느 레스토랑을 찾았다.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세면대 옆에 '티슈는 한 장만'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당신은 평소 티슈를 두 장씩 뽑아 손의 물기를 닦곤 했다. 하지만 티슈를 막 뽑으려는 찰라 이 문구를 봤다면 마음을 바꿔 한 장만 쓰겠는가, 아니면 늘 그랬던 것처럼 두 장을 뽑아 쓰겠는가.


볼일을 보고 화장지를 쓰려는데 화장지가 놓인 곳 위에 '필요한 만큼만 끊어서 사용하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이것을 본 당신은 평소처럼 열 칸을 끊어 쓸까, 아니면 여덟 칸만 끊어쓰게 될까?

출처: Pixabay
© rizzidesigns

스트루프 효과(Stroop Effect)라는 것이 있다. 사람에게는 크게 2가지 종류의 주의(attention)력이 있다. 의식적 주의력과 무의식적 주의력이다. 말 그대로 의식적 주의력은 의도적으로 기울이는 주의, 무의식적 주의력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학습돼 자신도 모르게 발현되는 주의를 말한다.


고정관념이나 선입관이 대표적인 무의식적 주의력이다. 새로 들어온 정보가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전에 뇌 속에서 이미 익숙한 방식으로 판단해버리는 구조다.


사람이 의식적으로 집중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대체로 무의식적 주의력이 일상을 지배한다. 우리는 매일 아침 출근길을 걸어가면서 일일이 관심을 두거나 지도를 찾아가며 신경 쓰지 않는다. 익숙하고 편안하게 가던 경로를 그대로 밟아갈 뿐이다.

출처: Pixabay
© johnhain

이것은 뇌를 가동시키는데 쓰이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사고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매우 경제적인 사고방식이지만 새로운 정보가 유의미한 것일 때가 문제다. 새롭게 흡수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과 이미 익숙해져 구조적으로 굳어진 사고방식이 충돌하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스트루프 효과라고 한다. 예컨대 식당 문에 '당기세요'라고 써 있어도 무의식적으로 밀고 들어가는 식이다.


평소 티슈를 두 장씩 뽑아 손을 닦던 사람이라면, 또는 늘 화장지를 열 칸씩 끊어 용변처리를 하던 사람이라면 아무리 써 붙여 놔봐야 소용 없다. 관성적 습관에서 나오는 행동은 문장 하나로 제어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레스토랑은 참 야박하군'이라는 인상만 줄 뿐이다.

출처: Pixabay
© OpenClipart-Vectors

소비자의 의식에 효과적으로 침투하려면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노출해 무의식에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다. 불안할 땐 우황청심환, 답답할 땐 까스활명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들은 자신만의 쓰임새를 꾸준하게 오랫동안 전달해 해당 분야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다른 하나는 강렬한 인상이다. 특히 신제품의 경우 시장에 기존 강자로 자리 잡고 있는 제품을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으레 구입하던 것에 또 손을 뻗지 않고 새로운 상품에 관심을 갖고, 한번 시도해보려는 마음을 먹게 만들 수 있다. 말하자면 스트루프 효과에 사로 잡혀 갈등하지 않고 새롭게 접수된 정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강한 이미지를 전해야 한다.


기억하라. 소비자가 무의식 중에 행하는 행동을 바꾸려면 강하게 인식될 수 있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시지가 전해졌다고 해서 전부가 아니다. 속을 뚫고 들어가 상대를 행동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강렬해야 한다.

인터비즈 최한나
inter-biz@naver.com

참고: 한마디면 충분하다(장문정 지음,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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