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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북만 3번째, LG의 이것 4가지 혁신법?

조회수 2019. 3. 4. 18: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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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그램17)

[DBR/동아비즈니스리뷰] 노트북만 내놓으면 기네스북에 오르는 회사가 있다. 바로 LG전자다. LG전자가 2019년 1월 내놓은 '그램17'이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상용 가능한 17인치 노트북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미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는 그램14와 그램15에 이어 3번째 영광이다. 그램17은 무게가 약 1340g으로 현재 판매 중인 17인치 노트북 가운데 가장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출처: IT 동아 편집
(기네스북 기록)

LG전자는 2014년 무게가 1kg도 나가지 않는 노트북이라는 ' 그램13'을 출시한 후 꾸준히 그램 시리즈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모두가 전자기기 시장이 모바일과 태블릿 중심으로 넘어가면서 노트북 PC 시장이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런 가운데도 혁신적인 초경량 노트북을 개발해 돌파구를 마련한 것. LG전자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출시 첫해인 2014년 판매량 12만 5000 대를 기록한 LG 그램은 2017년 35만 대가 넘게 판매되며 3년 만에 판매량이 약 3배로 늘어났다. 또한, 가파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2018년 초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하며 '밀리언 셀러(Million Seller)'에 등극했다. 전망이 어둡기만 했던 노트북 시장에서 LG전자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찾은 비결은 무엇일까? DBR 228호에 실린 <DBR Case Study> 기사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노트북 시장은 망한다? 상식을 깨고 '무게'에 집중

2011년 말 글로벌 IT기업인 HP가 PC 사업을 매각하거나 분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비슷한 시기, 상대적으로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삼성전자도 PC 사업부를 축소해 모바일 사업부에 편입시켰다.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고 태블릿PC가 등장한 시점에서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시장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노트북 시장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었다. 중국과 대만을 거점으로 한 글로벌 노트북 회사들을 중심으로 저가 경쟁이 본격화된 것. 이런 상황에서 2012년과 2013년에 출시한 울트라북이 성공하지 못한 LG 전자의 고민은 점점 깊어졌다. LG 전자 PC 사업부는 끊임없는 매각설에 시달렸다. IT업계에선 이미 2010년 이후 노트북 사양이 더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뚜렷한 돌파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LG전자는 '노트북 시장은 망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생산성 측면에서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는 디바이스는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익숙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LG전자의 판단이었다. 과제를 하는 학생이든 문서를 작성하는 직장인이든 생산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노트북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간이 지나면서 LG전자의 판단은 적중했고, 2019년 지금까지도 태블릿PC는 노트북을 대체하지 못했다. 오히려 태블릿PC는 그 용도의 한계를 드러내며 노트북과는 다른 시장으로 갈라져나갔다.

출처: 게티 이미지 뱅크
(생산적인 활동에는 노트북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쟁사들과 다르게 노트북 시장을 계속 공략하기로 결정한 LG전자는 '그렇다면 어떤 노트북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다. 당시 노트북 시장의 최신 트렌드는 '초슬림 노트북'이었다. 대부분 노트북 업체들은 '얼마나 얇은가'와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가'라는 조건에 집착했다. 하지만 의외로 무게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LG전자는 경쟁사들이 당시 눈여겨보지 않던 무게에 집중했다. 직전에 출시했던 울트라북이 무겁다는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 고려해 불필요한 기능을 더하는 대신에 무게를 빼는 방식으로 하드웨어를 혁신하기로 했다.

'무게 다이어트', 1g도 허투루 쓰지 말라

"더 가벼운 노트북을 만들자!"


목표는 정해졌다. 사람들이 더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벼운 노트북. 하지만 얼마나 가벼워야 할까에 대한 생각인 회사 내에서도 제각각이었다. 오랜 논의 끝에 '킬로그램 시대에서 그램 시대로 가야 한다'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세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980g'이라는 타깃 무게가 정해졌다. LG전자는 980g 자체가 혁신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그램의 최대치인 990g보다도 10g 더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출처: LG전자 홈페이지 편집
(980g의 그램13)

그러나 980g을 현실화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1kg의 벽을 깨는 것은 어느 한 부품의 무게를 줄이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수백 가지 부품의 무게를 단 1g씩이라도 줄여야 목표 무게인 980g에 도달할 수 있다. LG전자는 눈에 보이는 부분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부분까지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들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였다. 그램의 개발과정은 아래 4가지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1. 물리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부터 줄여라.

개발자들에게 '회로 부분 00g, 배터리 00g, 외관 00g' 등의 과제가 주어졌다. 각자 맡은 부분을 조금씩 감량해서 최종 목표인 980g을 달성해야 했다. 1차적으로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필요 없는 무게를 감량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일부러 빈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구멍을 뚫어 무게를 줄이는 방식이었다. 다음으로는 노트북 덩치를 줄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화면 주변 '베젤' 폭을 최대한 얇게 그러나 튼튼하게 만들어야 했다. LG전자는 노트북 외장에 알루미늄 대신 가벼운 마그네슘 소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노트북의 덩치와 무게를 동시에 줄여나갔다.

출처: 게티 이미지 뱅크
(노트북 내부 분해)

2. 밸류 업&다운 전략

LG전자는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하되 소비자에게 큰 편의를 주는 요소들은 적절하게 살리는 방식으로 무게 혁신을 이어나갔다. 2016년에 출시한 그램15의 경우, 베젤의 폭을 줄이기 위해 노트북 웹캠의 위치가 모니터 상단에서 모니터 하단 힌지로 내려와 있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웹캠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파악해 웹캠의 위치를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반면 USB 포트와 같이 소비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의 경우에는 일반 노트북과 마찬가지로 그램에서도 3개를 동일하게 유지했다.

출처: IT동아
(웹캠이 중간 힌지 부분에 있는 그램15)

3. 비용을 낮춰라

무게를 낮추기 위해 마그네슘을 비롯한 비싼 소재를 사용하다 보면 노트북 가격이 올라가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라도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그래서 LG 전자는 비용을 고려했을 때 실현 불가능한 기술은 애초에 포기하고 개발을 했다. 또한 부품 공급업체를 늘려 경쟁을 시킴으로써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그램 시리즈의 내부 부품을 표준화하여 생산규모를 늘린 것도 비용 절감에 큰 보탬이 되었다.

4. 노트북의 무게는 더 이상 고객의 가치가 아니다.

그램 13으로 노트북 무게 혁신을 이룬 LG전자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와 혁신 요소를 찾기 시작했다. 980g까지 무게가 내려간 상황에서 혁신의 초점을 계속 노트북 무게에만 두는 것은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히려 작은 화면에 불편했을 소비자들을 위해 그램14, 그램15와 같이 더 큰 노트북을 출시했다.


한편 노트북을 구성하는 보조 액세서리인 어댑터가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한 신제품도 있다. '어댑터를 들고 다니며 콘센트를 찾아야 하는 불편함'은 노트북을 밖에서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본 적이 있을 법한 일이다. LG 전자는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탄소나노튜브 배터리가 들어간 노트북 '그램 올데이'를 출시했다. 그램 올데이는 배터리 지속시간이 매우 길어 하루 종일 밖에서 사용하더라도 충전이 필요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LG 전자는 제품 개발과정에서 새로운 인력을 보강하거나 외부 기술을 사오지 않았다. 대신 기존의 조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여의도 본사, 평택 연구소, 평택 생산기술 연구원 등으로 흩어져있던 PC 사업부 조직을 한 군데로 모았다. 생산기술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인력이 모인 태스크포스(TF)를 만든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이다 보니 초경량 노트북을 실현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쏟아졌고 그 결과는 그램 시리즈의 성공으로 나타났다.

혁신은 멈추지 않는다

LG 전자의 혁신은 일시적인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거의 매해 새로운 노트북 제품을 출시해 경쟁사들을 따돌렸다. 그 비결은 신제품 개발을 짧게 단축시킨 데 있다. 보통 신제품 개발은 시장분석, 제품 기획, 디자인 등의 과정을 거친 후 개발 및 생산에 들어간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LG 전자는 신제품에 들어가야 할 새로운 기능이나 콘셉트를 단시간에 정하고 바로 개발에 들어갔다. 이는 전년도의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이미 살펴보고 분석을 해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단시간에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해서 그 결과까지 짧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년 혁신 과정을 거치면서 결과물의 완성도가 올라갈 수 있다. LG 전자는 그램13 개발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시장에 대한 정보를 그램14에 적용했고, 이를 다시 그램15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혁신을 거듭해나갔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사용감을 높이고 가벼운 무게 때문에 지적받았던 내구성도 계속 높여나갔다. 올해 출시한 그램17은 게임용 PC에서 사용될 법한 17인치 대형 화면을 가졌으면서도 무게는 1340g에 불과하다. 업무상 큰 화면이 필요한 사람들도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노트북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새로운 혁신 제품이다. '1인 1노트북'이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어가는 시대, 앞으로 어떤 혁신적인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더욱 기대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28 호

필자 권기환 상명대 교수/ 이미영 기자

인터비즈 이태희, 장재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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