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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비즈

기업가치 1조원 이상... 토스의 조직문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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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최근 경영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가 넷플릭스(Netflix) 아닐까 싶다. 특히 넷플릭스의 성장을 이끈 비결로 가장 먼저 꼽히는 그들의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기업문화는 많은 기업들의 관심사다. 넷플릭스의 문화를 담은 문서 '넷플릭스 컬처 데크(Netflix Culture Deck)'가 2009년 온라인에 공개되자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조직문화의 지침으로 삼기 위해 달려들었던 것이나, 넷플릭스의 문화와 인재관리 비법을 담은 책 '파워풀(Powerful)'이 2018년 발매되자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 책 '파워풀'의 프롤로그부터 등장하는 '자유(Freedom)'와 '책임(Responsibility)'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는 이제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넷플릭스가 승승장구하면서 국내에서도 넷플릭스가 강조하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조직에 뿌리내리게 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호칭을 수평적으로 바꾸기 위해 영어 이름을 쓴다든지, 회사네 직급을 없앤다든지 하는 시도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장기간 수직적 위계질서에 익숙해져 있는 조직에 저런 응급처방이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도 몇몇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 같은 수평적 조직문화 실험이 성공을 거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회사가 간편송금 플랫폼 '토스(TOSS)'로 유명한 (주)비바리퍼블리카다. 이 회사는 2015년 2월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출시한 후, 지난해 11월 누적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출시 이후 누적 송금액이 30조 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게다가 글로벌 투자사 클라이너퍼킨스와 리빌캐피털 등으로부터 8000만 달러(약 9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국내 최초로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4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놀라운 성과를 거둔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이 같은 성공의 비결로 토스의 조직문화를 첫 손에 꼽았다. 토스의 조직문화가 대체 무엇이길래 이 작은 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끌게 된 것일까?

토스의 기업 문화 들여다보기

1. 지시와 명령은 없다, 다만 소통이 있을 뿐

토스에는 직급이나 직위는 없다. 오직 역할만 있다. 팀의 리더는 결정하고 명령을 내리는 역할이 아니라 팀 구성원들이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지시하고 명령을 내리는 관리자가 없으니 개인들은 서로 소통을 통해 '내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찾아 해내야 한다.

(토스의 조직 구조)

출처토스 공식 블로그

구체적으로 조직 구성을 살펴보자. 토스에서는 '기능'이 아니라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한다. 송금, 카드 조회, 신용 관리와 같이 토스팀이 제공하는 서비스 상품별로 팀(Silo)이 나누어진다. 개발자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실시간으로 실현해 '화면'을 보여주고, 팀원들은 그 화면을 통해 끊임없이 '더 좋은 방향이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간다. 팀과는 별도로 개발자, 디자이너 등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모인 동일 직무 협의체도 존재하는데 이는 챕터(Chapter)라고 부른다. 각 팀에는 담당 서비스를 총괄하는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가, 각 챕터에는 동일 직무 구성원의 협업을 조율하는 '챕터 리드(Chapter lead)'가 있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이 둘은 전통적인 경영방식의 리더 역할이 아니라 필요한 일들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팀별 회의는 매일 오전 이루어지고 챕터별 주간 회의는 이와 별도로 존재한다. 따라서 팀을 통해서 주로 소통이 이루어지되 자신의 담당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챕터별 회의를 통해 다른 서비스에 대한 의견 개진이 충분히 가능하다.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회의 외에도 사내 커뮤니케이션 툴인 '슬랙(slack)'의 채널들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직원가의 정보 공유와 의견 개진이 이루어지고 있다.

2. 규칙은 없지만 책임은 있다.

토스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다. 엄격한 출근시간도, 휴가 제한 횟수도 없다. 완전한 자율과 책임이 토스 조직 문화의 핵심이다. 이는 직원 간의 높은 신뢰 때문에 가능하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토스는 뛰어난 업무 역량과 높은 도덕성을 가진 구성원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남다르다"며 "내적 동기가 강하기 때문에 누군가 지시하거나 명령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무엇보다 탁월한 실행과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최소화된 규칙과 절차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절차와 프로세스는 실수를 줄이는 데 유용하지만 개인의 능력을 제한하는 한계를 만들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여 사람의 역량을 최대화한다는 것이 토스가 최대한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을 만드는 이유다.

(토스의 자유로운 조직 문화)

출처토스 공식 블로그

토스의 직원들은 자유롭게 시간과 에너지를 조정하지만 능력과 퍼포먼스가 부족할 경우 가차 없이 동료들의 냉정한 피드백을 받는다. 동료에 대한 평가는 별도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시 피드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동료 평가를 하기 위해 인사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면 그 나름대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고, 자칫 '인기투표'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토스는 직원들끼리 수시로 일하는 방식과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게끔 하여 본인이 직접 동료들의 평가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단순한 피드백을 넘어 경고를 보낼 수도 있는데, 같이 일하기 힘든 동료에게는 HR팀을 통해 '스트라이크'를 날릴 수 있다. 스트라이크는 대상자에게 직접 피드백을 전달했음에도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 주어진다. 토스에서는 절차에 따라 적절성을 검토하고, 3번의 스트라이크가 쌓이면 해고 절차가 시작된다. 동료 피드백 제도는 그 자체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있어, 건강한 동료 압박(peer pressure)으로서 존재한다.

토스의 조직문화를 가능하게 한 비결은?

1. CEO의 강력한 의지

사실 수평적인 소통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을 요한다. 조직이 커지다 보면 치열한 논박보다는 그저 절차와 지시에 따라서 일을 진행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이 몸집이 커지면 원래의 조직문화를 버리고 위계질서와 관료주의를 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건 대표는 여전히 시스템보다는 '사람'에게 희망을 건다. 보통의 조직구조가 내포하고 있는 "인간은 일하기 싫어한다."라는 가정을 버리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일하기를 좋아한다고 가정하고 직원들을 대한다. 따라서 직원들을 몰아붙이기보다는 직원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여 '일의 즐거움'을 되살아나게 만들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그는 만들고 싶은 기업의 모델이 '돈을 많이 버는 큰 기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는 기업'이었다. "꾸준히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은 어떤 기업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그는 기존의 기업문화가 인간이 성과를 많이 내지 못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결국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이 있어야만 다른 회사들보다 뛰어난 문제해결력과 혁신성을 갖출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토스를 통해 자신들에게 맞는 조직문화를 찾기 위한 실험을 벌여 왔다.

2, 수평적 소통의 원천은 '정보 공유'

혁신적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조직문화를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 가운데 하나는 절차와 프로세스를 없앴음에도 불구하고 수직적인 의사결정이 빈번하게 나타난 것이었다. 회사 내의 정보 공유가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수평적으로 디자인된 조직에서도 자유로운 소통과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지고 있었다. 자율적으로 하라고 해놓고 그와 관련된 정보가 주어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선배에게 묻고 확인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던 것이다.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수평적으로 설계된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수직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 토스는 정보 공유에 열을 올리고 있다.


토스는 각 개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가장 옳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기 위해 사실상 모든 정보를 전사적으로 공유한다. 정보 공유를 돕기 위한 인프라부터 다양하다. 토스가 서비스하는 제품들과 관련된 지표의 변동을 정리해주는 '토스 인사이트'. 매주 금요일 전사 구성원이 참여하는 '위클리 리뷰', 각 팀의 업무 상황을 공유하는 위클리메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더불어 회사의 재무적인 상황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법인카드비, 현금 매출, 비용 등 각종 데이터를 메일로 전사에 공유한다.


토스의 최종 목표는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게 만드는 것이다. 정보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내 메신저든, 이메일이든, 사내 공유 게시판 모니터든 어떤 것을 통해서라도 이미 머릿속에 존재하게끔 해야 직원들이 정보를 찾는 데 쓸 에너지를 솔루션을 찾는 데 쓸 수 있다는 것이 토스의 생각이다.

3 수평적 소통이 가능한 사람만 뽑는 까다로운 채용 시스템

토스는 위에서 언급한 수평적 조직, 소통, 정보 공유의 가치를 이해하고, 회사의 미션에 공감하며, 정말로 믿을 수 있는 팀원만을 합류시킨다. 믿고 모든 것을 맡기는 조직이니만큼 그에 어울리는 진짜 어른스러운 직원만 뽑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토스는 채용 과정부터 매우 까다롭다. 팀 리더가 진행하는 1차 기술면접을 거쳐 2차 문화 면접을 1시간 반 ~ 2시간에 걸쳐 심도 있게 진행한다. 사실 자유로운 소통과 책임의식은 모두에게 맞는 옷은 아니다. 주어진 지시에 따라 명령을 받으며 일을 하는 게 더 편한 사람들도 있다. 긴 시간의 채용 인터뷰는 그런 사람들을 가려내는 역할을 한다.

자율과 책임의식과 함께 소통과 공감의 능력 역시 주요 평가 요소다. 아무리 뛰어난 엔지니어라도 소통이 불가능하면 채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당장 업무가 몰려서 너무나 바쁜 사내 엔지니어들 입장에서는 뛰어난 개발자를 커뮤니케이션 능력 때문에 뽑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불만이 제기된다 하더라도 토스는 당장의 급한 업무 때문에 소통이 어려운 사람을 뽑지는 말자는 입장이다.

토스가 자체적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정리했던 적이 있다. 그들에게 나타난 공통적인 특징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불편을 감수하는 용기', 다른 하나는 '책임'이었다. 수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상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토스에서는 싫은 소리, 불편한 소리를 잘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야말로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거침없는 토론의 결론을 끝까지 책임을 지고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담당자가 있어야만 생산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직원의 책임감은 성과를 위한 중요한 요소에 해당한다. 

4. 소통을 지원하는 정교한 도구들

토스의 소통하는 업무방식이 누구에게나 익숙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기업에서 이직한 직원 중 일부는 토스의 끊임없는 소통을 버거워한다. 그래서 토스는 회사 차원에서 소통하며 일하는 이유와 그 방식에 대한 교육, 그리고 소통을 편하게 만들어주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다. 토스에 이직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승건 대표가 직접 신규 입사 세션을 진행하며 토스가 왜 이렇게 일하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조직원들을 아우를 수 있는 목표를 만들기 위해 OKR(Objective and Key Result)을 사용한다. 글로 풀어낸 Objective와 수치로 표현한 Key Result를 통해 목표를 표현함으로 조직원들 모두에게 공통된 목표의식을 각인시킨다. 이 외에도 친하지 않은 사람들끼리 짝을 지어 점심을 먹는 '콜라보 런치' 행사를 통해 전사의 구성원들이 서로 막힘없이 소통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한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환경에서 근무하는 토스 직원들)

출처토스 공식 블로그

토스의 조직문화가 어느 기업에나 맞는 보편적인 '정답'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토스는 끈질기게 소통을 핵심 가치로 붙들고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통을 해야만 혁신도, 고객들의 만족도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토스는 직원들 개개인을 존중하는 조직문화가 결국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증명하는, 국내의 어떤 기업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하려 한다. 이것이 바로 조직문화를 고민하는 이들이 그들의 도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65 호
필자 장윤정 동아일보 기자

인터비즈 이태희, 장재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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