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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비즈

외국인이 열광한다는 한국의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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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하려고 했어요. 뮤직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 듣다가 그 플레이 리스트가 끝나는 순간 죽으려고 했죠. 그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려고 유튜브를 보는데 어떤 동양 남자가 벚꽃이 핀 매력적인 도시에서 외국어로 멋지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죽기 전에 저길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막 찾아봤죠. 거기가 어딘지를. 한국의 서울이었어요. 한국이 저를 살려준 거예요."

(한국 고궁의 아름다운 벚꽃 풍경)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첫째 딸의 친구 A가 집에 놀러 와서는 한국과 관련된 자신의 이런 경험을 털어놨다. 딸은 8학년(중2)인데 A는 10학년(고1)이니 사실은 2년 선배다. 한국에 열광하는 백인 친구가 있다는 딸의 이야기를 듣고 초대를 했다. A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한국에 가서 한국 요리를 배우는 꿈을 가지고 있다. 한국 요리를 서양 요리에 접목해보고 싶다고 했다.


A의 한국 사랑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K팝은 물론 한국 드라마에도 정통했고 비 오는 날에는 한국 사람들이 김치전을 즐겨 먹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한국 음식 중에는 떡볶이를 가장 좋아하며 자신의 가족들에게 불고기도 해준다고 한다. 심지어 요즘 한국 여자아이들이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공기놀이도 할 줄 알았다. 이런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A의 자살 결심 이후 근 1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저 원래 긴장 잘 안 하는 편인데 여기 오는데 엄청 떨렸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한국인데 한국 사람 집에는 처음 와보거든요.” 

(K푸드를 즐기는 프랑스인들)

출처CJ E&M

A의 가정환경은 좋은 편이 아니다. 엄마가 열다섯 살 때 자기를 낳았다고 했다. 엄마, 양부와 함께 사는데 엄마는 약간의 정신적 문제가 있고 배다른 동생이 있다고 털어놨다. 집안 살림은 A가 대부분 한다. 한국 라면도 종종 끓인다고 했다. 나도 모르는 한국 라면 이름들을 알고 있었다. (나중에 딸을 통해 우리는 한 번도 안 먹어본 불닭볶음면을 보내주기도 했다.)


한국의 문화가 왜 좋으냐는 질문에 A는 “사실 너무너무 촌스러운데 한국 드라마는 한 번 보면 그칠 수가 없어요”라면서 최근에 본 장면인지 “오~빠, 가지마~아!”라는 대사를 꽤나 능숙하게 했다. 방탄소년단이나 갓세븐의 멤버 이름은 물론 나도 처음 들어보는 Day6라는 보이 밴드 음악도 소개해줬다. 미국과 일본 문화를 동경하며 자란 내게 A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한국 문화 사랑은 무척 흥미로웠다.

(한국 아이돌에 열광하는 외국 소녀들)

출처CJ E&M

팝에 열광하는 또 다른 미국 친구 B의 엄마는 아이가 욕설로 가득 찬 미국의 팝보다는 K팝을 듣는 것이 안심이 된다면서 언젠가는 아이를 한국에 보내 K팝 콘서트에 가게 하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 아이가 미국 음악을 들을 때보다 한결 안심이 돼요. 미국 음악에 비하면 K팝은 폭력성, 선정성, 나쁜 언어에 있어서 수위가 훨씬 낮고, 그런 내용조차 따지고 보면 유치하고 귀여울 지경이더군요.”


최근 K팝 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연말 결산에서 ‘2017 톱 아티스트’ 차트 10위에 오르는 등 K팝의 전 세계적인 인기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이미지가 미국의 한 시골구석에 사는 고등학생의 삶을 바꾸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로 다가온다. K팝뿐이 아니다. 미국 신문에서는 한국 화장품 기사를 실으면서 K뷰티를 소개한다. 김치는 이제 웬만한 서양인은 다 아는 음식의 수준을 넘어섰다. 건강에 신경 쓸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유한 외국인들에게 김치 냄새를 타박하는 것은 무식한 것으로 통한다. 김치는 건강발효음식의 대표주자다.  

(방탄소년단)

출처CJ E&M

우리는 ‘헬조선’을 이야기한다. 뻔한 드라마 구조와 유치한 감정선, 그렇고 그런 한국 가요를 들먹이면서 “한국은 안 돼”라고 말하고 한국을 지긋지긋해한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이러한 코리아의 요지경을 동경한다.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도대체 뭘까. 일본 경제 확장기에 미국과 유럽의 부유층을 매료시켰던 일본의 음식과 문화는 소수의 부자가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럽고 이국적인 이미지였다. 이에 비해 지금 해외에서 소비되는 한국 문화는 어딘지 우스꽝스럽고, 음식은 극단적으로 맵고 자극적인데, 그 정도가 너무도 독특해서 관심을 끄는 모양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기억하면 쉽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를 알아야 한다고 온 국민이 영어 스트레스에 빠진 지가 몇 십 년인데, 정작 외국인들이 열광하는 우리 것은 영어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들이다. 우리는 삼성의 스마트폰이나 LG의 프리미엄 가전제품, 현대의 자동차를 자랑스러워하지만 삼성과 LG와 현대를 한국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EQ900과 삼성전자 갤럭시)

출처각 회사

정작 우리가 외국인들의 취향에 맞춰 세계화하려고 아등바등 애를 썼던 것들은 대체로, 생각만큼 먹히질 않았다. 방탄소년단은 영어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한식의 세계화는 아름답고 예쁜 한국 음식문화에 집중했지만 사실 미국에서 한식의 인기를 주도한 건 식당에서 직접 고기를 구워 먹는 한국식 바비큐에 대한 ‘경험’이었다.


외국인들의 관심을 끄는 건 한국인 특유의 들끓는 감정, 슬픔과 원통함, 사랑엔 목숨을 걸고, 울고불고, 좋건 싫건 미치게 달려들고 자기비판조차 감정의 극단을 달리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우리는 그냥 꾸밈없이 더더욱 우리답게 살면 되는 셈이다. 

필자 김선우

약력

-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인문지리학과 졸업

- 워싱턴대(시애틀) 경영학 석사

- 동아일보 기자

-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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