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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폰 1억1220만 대 팔려? 한물 간 거 아니었나?

인터비즈 작성일자2019.02.10. | 129,210 읽음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미 살만한 사람은 다 샀기 때문인데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2년마다 핸드폰을 바꾸던 사람들의 교체주기가 3년으로 길어지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점점 포화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틈새시장을 노려 등장한 것은, 한물 간줄 알았던 일반 휴대전화 이른바 피처(feature)폰이었는데요!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은 2017년 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반면, 피쳐폰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억1220만 대가 팔리면서 같은 기간 오히려 판매대수가 4% 더 늘었다고 합니다.


한국서도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수의 12.2%에 달하는 690만 명이 피처폰을 이용하는 등 시장규모가 작지 않은데요. 이동통신 서비스가 본격화되는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에선 피처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휴대폰 제조사들의 관심사도 점차 피처폰으로 확대되는 분위기입니다.

(노키아의 바나나폰(좌) 팬택에서 재출시 예정인 스카이폰(우)

출처 : 동아닷컴

새 모델 잇따라 출시...격전지로 부상하는 피처폰 시장

최근 피처폰 시장에서 관심을 끈 신 모델이 국내외서도 잇따라 출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중국의 휴대폰 제조사 아이텔은 추억의 피처폰으로 일컬어지는 일명 바나나폰을 4세대(G) 버전으로 새롭게 출시했고, 이 인기를 바탕으로 세계 피처폰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바나나폰은 노키아가 1996년 출시했던 휴대전화 8110을 토대로 한 모델로, 영화 매트릭스에 나와 유명해진 제품이다. 중국 아이텔이 노키아의 휴대전화 특허를 인수하면서 해당 제품을 복원한 것.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선 해당 폰에 추억을 가진 이들이 이를 구매했다.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쪽은 아프리카 등 신흥국이었다.


국내선 최근 휴대폰 유통업체인 착한텔레콤이 팬택과 브랜드 사용 계약을 맺고 스카이 폴더폰(피처폰)을 10만 원대의 가격으로 올해 4월경 출시 예정이라고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여전히 피처폰 국내 시장 점유율이 12%에 달하는 만큼, 시장 저변이 갖춰져 있다는 판단이다. 그동안은 노년층과 학생층만 쓰다보니, 수요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피처폰에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내외 시장에서 피처폰 시장이 유지되거나 혹은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가성비다. 바나나폰의 경우 약 14만 원으로 가격이 형성되며 100만원을 웃도는 다른 스마트폰들에 비해 90%가량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게다가 '싼 게 비지떡이다'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나나폰은 피처폰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구글 어시스턴트, 구글맵,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이 스마트폰에서만 가능할 것 같던 기능도 수행 가능하다. 이처럼 가성비 좋은 피처폰은는 고성능-고가의 스마트폰에 싫증이 난 소비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4G(4세대 이동통신) 접속이 가능해지면서 내장 애플리케이션이나 이메일의 사용도 훨씬 편해져 편의성도 더욱 향상 되었다. 이렇게 피처폰의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스마트폰의 혁신성은 둔화되고 있다.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이 없으니 고객들이 가격에 비해 기능이 더 다양한 피처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기능적 이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앱 설치가 불가능하고 인터넷 연결이 제한적인 피처폰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과 쉼없이 연결되고 소통을 하는 것으로 만족을 느끼던 소비자들이 지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피처폰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속세와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는 피처폰을 사용하며 연결의 주체성을 지키고자 한다.

공신폰을 설명하는 공부의 신 강성태(좌) 스마트폰 대신 폴더폰 사용을 권유하는 포스터(우)

출처 : 공부의 신 강성태 유튜브 채널 캡쳐(좌) wait until 8th 공식 페이스북(우)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우려하여 피처폰을 선호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SK텔레콤의 알뜰폰 브랜드인 SK텔링크(세븐모바일)에서 출시한 공신폰 1탄이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고시생, 취업준비생에게 인기를 끌면서 2,3탄이 연이어 출시됐고 이동통신3사도 이와 유사한 콘셉트인 '수험생 열공폰'을 출시했다. 미국에서는 ABC 방송에서 '열다섯 살까지 기다려요(Wait till 8th, 자녀가 15살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함)' 운동을 소개하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뿐만 아니라 앱이 설치되지 않으면 해킹과 악성코드의 위협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이 때문에 정보 보안이 중요한 기관에서 피처폰을 세컨폰으로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피처폰 없인 못 살아! 신흥국에서의 이유있는 활약

아이텔에서 출시한 it5613

출처 : 아이텔 모바일 홈페이지

사실 피처폰에 대한 수요가 가장 큰 곳은 인도·아프리카·남미·중동과 같은 신흥국이다. 이 국가들은 스마트폰을 위한 인프라의 부족으로 인해 스마트폰보다는 피처폰에 더 편리함을 느낀다. 특히 인도와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의 경우 전력망 사정이 좋지 않아 충전이 어렵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이 짧은 스마트폰보다는 한 번 충전하면 몇일은 거뜬히 버틸 수 있는 피처폰을 선호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라 하더라도 피처폰을 세컨드 폰으로 보유하는 트렌드도 생겨났다. 피처폰의 가성비 또한 이머징 국가에서는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1인 소득이 높지 않아 스마트폰의 가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렴한 피처폰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신흥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회사들은 중국의 아이텔(Itel)과 핀란드의 HMD글로벌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아이텔과 HMD는 2018년 3분기 14%의 점유율을 보이며 피처폰 시장에서 점유율 1등을 차지하였고 인도의 지오(Jio)가 뒤를 이었다.

나 피처폰으로 돌아갈래~

출처 : 더라이트폰 공식 홈페이지 동영상 캡쳐

물론 피처폰의 성장은 아주 단기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신흥국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고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이 활발해진다면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디지털 디톡스', '디지털 미니멀리즘'과 같은 현상 또한 고려해야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떠오른 이 움직임은 스마트 피처폰마저 거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스타트업 '라이트'에서 만든 '더 라이트 폰'은 아예 그래픽 자체를 없애버렸다. 오직 전화통화만 가능한 이 핸드폰은 꽤나 인기를 끌어 신판 출시까지 앞두고 있다.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핸드폰의 유행도 돌고 돌지도 모른다.

인터비즈 신유진,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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