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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손님들 스마트폰을 가져간 이유

조회수 2019. 1. 27. 19: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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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출처: 출처 비타민워터 공식 인스타그램
누구나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싶어하죠. 그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할 뿐입니다.

- 리사 치키오 윈드 (Wyndham) 호텔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

최근 미국의 음료회사 비타민워터에서 특이한 이벤트를 한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 없이 1년을 살면 1억여 원의 상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우선 도전자로 뽑혀야 하는 난관이 남아있지만, 일단 선정되면 비타민워터가 제공하는 1996년 출시된 일반 구형 휴대전화를 1년 동안 사용하게 되며, 스마트폰 없이 6개월을 살면 1만 달러, 1년을 살면 10만 달러를 상금으로 받게 된다. 회사는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이 이벤트를 벌인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것이 정말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출처: 윈드햄 호텔 공식 홈페이지
(윈드햄 호텔의 스마트폰 반납 이벤트 안내 페이지)

휴가 차 놀러 가는 리조트에서도 비슷한 걸 시작했다. 리조트에서 스마트폰을 반납하면 각종 혜택을 주는 것이다. 미국의 윈드햄 호텔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평균적인 손님은 호텔에 3개의 기기를 가지고 오며 12분마다 화면을 체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자그마치 약 80번이다. 호텔 측은 손님들이 수영장 옆 또는 해변에 눕거나 앉아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걸 보고는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감지했다고 한다.


그래서 윈드햄 그랜드는 미국 내 5곳의 리조트에서 2018년 10월 1일부터 호텔에서 제공하는 잠기는 파우치에 스마트폰을 넣는 손님에게는 수영장에서 좋은 자리를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공짜 스낵을 제공하며 공짜 숙박권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들어 있는 파우치는 손님들이 갖고 있을 수 있지만 호텔 직원들만 열 수 있다. 지금까지 이 서비스를 이용한 손님은 250명이다. 


이와는 별도로 스마트폰을 반납하는 가족 손님에겐 5% 할인을 해준다.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는 부모와 아이들을 위해 호텔 측에선 스모어(s’more: 통밀 크레커 사이에에 초콜릿과 마시멜로 등을 넣고 모닥불에 구워먹는 간식)와 1회용 카메라, 책 등을 제공한다.

출처: 그랜드 벨라스 리비에라 마야 공식 홈페이지
(벨라스 리비에라 마야 리조트)

멕시코의 그랜드 벨라스 리비에라 나야리트 리조트에서는 호텔 방에 전자 기기를 없애고 대신 젠가나 체스와 같은 게임을 놓아둔다. 같은 체인인 그랜드 벨라스 리비에라 마야에서는 스마트폰을 맡기면 리조트 내 각종 액티비티를 공짜로 즐길 수 있는 팔찌를 준다. 적어도 네 가지 액티비티에 참여를 해야 스마트폰을 돌려 받을 수 있다. 호텔 로비에는 각 가족들이 스마트폰 없이 얼마의 시간을 보냈는지 알려주는 타이머가 설치돼 있다.

출처: 미라발 애리조나 공식 홈페이지
(미라발 애리조나 빌라)

하얏트가 소유한 애리조나 주에 있는 미라발 리조트에서는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 이용이 금지된다. 호텔 직원들은 ‘Be present(지금, 여기에 집중하라는 뜻)’와 같은 말이 써있는 이름표를 달고 다닌다. 물론 이런 반강제적인 스마트폰 금지 조치에 불만을 갖는 손님들도 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야나 리조트 앤드 스파에서는 스마트폰 사용금지 시간을 정했다. 수영장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만 스마트폰 이용이 금지된다.


리조트들은 왜 손님들에게 이런 혜택을 줘가면서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걸까. 손님들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호텔 사진을 공유하면 호텔로서는 공짜로 홍보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그걸 포기하는 이유가 뭘까. 어차피 돈 내고 숙박하는 손님들이 리조트 시설을 덜 이용하면 호텔로서는 이득을 보는 게 아닐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여기엔 간단치 않은 두 가지 사실이 녹아있다. 우선 리조트로서는 손님들이 리조트를 즐기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손님이 며칠 묵다가 갔는데 리조트에 대해 기억나는 건 하나도 없고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있었다면 앞으로 장사하기 힘들다. 휴가 차 쉬러 왔는데 e메일 확인하고 인터넷만 하다 간다면 리조트는 재충전은커녕 피곤함을 유발하는 곳으로 기억에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젠 리조트도 스마트폰과 경쟁을 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둘째는 리조트들이 일종의 ‘넛지 효과’를 꾀했다고 볼 수 있다. 넛지는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 금지와 명령이 아니라 부드러운 권유로 타인의 바른 선택을 돕는 것이 넛지다.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을 내려 놓고 싶어하지만 무슨 이유에서 인지 매우 힘들어 한다는 사실을 리조트들이 간파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부드러운 권유로 스마트폰을 내려놓도록 하고 스마트폰으로부터 해방된 시간을 고객에겐 선사했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다. 카메라 겸 MP3 플레이어 겸 컴퓨터 겸 (알람)시계 겸…. 스마트폰의 기능은 끝이 없다. 하지만 짧은 순간조차도 스마트폰 없이 사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중독이나 다름 없다. 스마트폰에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스마트폰 내려놓기가 불가능하게 느껴진다면 2019년에는 이런 작은 넛지 효과를 실생활에 적용해 조금이라도 스마트폰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약간의 용기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 이 글은 AP 통신의 기사 ‘Digital Detox: Resorts Offer Perks for Handing Over Phones’를 참고 했습니다.

필자 김선우

약력

-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인문지리학과 졸업

- 워싱턴대(시애틀) 경영학 석사 

- 동아일보 기자 

-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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