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폭탄' 과자 썬칩, 92db가 웬 말?

조회수 2019. 1. 16. 09:55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바스락!

행위의 의도가 좋다고 언제나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는 경영 현장에도 적용되는 진리다. 여기에도 기업이 좋은 의도를 갖고 한 일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온 사례가 있다.


꽤 오래 전부터 국내외 기업들은 에코, 그린마케팅 등을 포함하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에 주목하고 있었다. 미국의 거대 식품기업 펩시코(PepsiCo)의 자회사 프리토레이(Frito-Lay)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리토레이라는 이름이 익숙치 않다면 ‘썬칩’을 떠올려보자. 썬칩은 국내에서도 오리온, (오리온과의 계약 종료 후엔) 롯데제과를 통해 판매 중인 친숙한 과자다. 프리토레이는 이 썬칩의 제조사다. 

(썬칩 포장지 자연분해 과정. 프리토레이 측은 이 친환경 포장지가 고온의 활성 퇴비 보관함에서 12~16주에 걸쳐 분해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그린마케팅의 일환으로 프리토레이는 2008년 환경의 날, 자연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포장지’를 선보였다. 옥수수 등 식물을 원료로 한 새로운 포장지는 미생물에 의해 100% 분해돼 퇴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었다. 썬칩이 100% 자연곡물로 만든, 화학조미료 없는 과자를 표방했기 때문에 친환경 포장지와 잘 어울린다는 판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같은 프리토레이의 그린마케팅은 18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이유는 뜻밖에도 ‘너무 시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포장지에 담긴 썬칩이 유통되자 소비자들은 “봉지가 너무 시끄럽다”며 크게 반발했다. 유튜브 등 온라인에는 리뷰 영상이 올라왔고, CBS 등 외신도 TV쇼를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해 다뤘다. 한 유튜버가 마트에서 측정한 썬칩 포장지의 소음은 92㏈에 이르기도 했다.(지하철 소음이 80~90㏈ 수준이다.) 특히나 썬칩 같은 과자가 영화, TV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불만은 클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일부 소비자들은 직접 실험한 결과 당초 프리토레이 측에서 밝힌 기간의 두 배가 지나도 포장지가 분해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펼치며 논란을 가중시켰다.

출처: pennysaverusa1 유튜브

이런 이슈들로 인해 썬칩의 매출은 11%가량 감소했다. ‘소음’이 주요 원인이었고 친환경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면서 회사 측의 '착한' 의도마저 일부 희석돼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다. 당시 대변인은 “포장지의 소음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으며 친환경 포장지를 사용하기 위해 더욱 개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2010년 프리토레이는 새로운 포장지를 사용했던 6 종류의 썬칩 중 오리지널 맛을 제외한 5종류를 원래의 포장지로 되돌렸다.


프리토레이는 왜 이처럼 거대한 소비자 반발에 부딪힌 걸까? 환경을 생각한다는 기업의 좋은 의도는 왜 소비자들에게 전해지지 않은 걸까? 마케팅 컨설턴트 재클린 오트만, 마크 아이슨은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비자를 잊은 썬칩의 마케팅

썬칩의 새로운 포장지가 설 자리를 잃게 된 건 소비자들의 양심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프리토레이가 그린 마케팅의 중요한 원칙 2가지를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린 마케팅의 2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브랜드의 환경 속성이 소비자에게 명백한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환경 속성으로 소비자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보다 커서는 안 된다. 썬칩의 사례를 보면 포장지를 퇴비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많은 소비자들이 시끄러운 포장지로 인한 ‘비용’이 과자를 먹는 즐거움이라는 혜택을 넘어선다고 생각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썬칩의 포장지에는 “시끄러울 수 있다”는 알림 라벨까지 표시되어 있었다)

프리토레이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포장지의 퇴비 활용 여부가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았다. 쭈글쭈글한 과자봉지를 조용하게 만들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과자봉지를 퇴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보다 좀 더 매력적인 근거를 제시했어야 했다. 가령 친환경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소리는 좀 나지만 과자를 좀 더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으며, 이는 건강에 좋다고 강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프리토레이는 이 같이 접근하지 않았다. 거기에 소비자들에게 전보다 못한 것처럼 보이는 제품에 똑같은 비용을 지불할 것까지 요구했다. (프리토레이가 제대로 된 마케팅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실패로 돌아간 썬칩 친환경 포장지 사례는 마케팅의 기본 실수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편집자 주 : 물론 친환경, 지속 가능 브랜드를 향한 기업들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뼈아픈 실패를 겪은 프리토레이 역시 바로 이듬해인 2011년, 소음을 70㏈까지 줄인 새로운 친환경 포장지를 다시금 발표하며 지속 가능 브랜드를 위한 도전을 이어갔다. 프리토레이의 모회사인 펩시코의 2025년 아젠다에도 재활용, 생분해가능한 포장지, 재활용 재료 증가가 포함되어 있다.


※원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뉴스레터 ‘Green Marketing Myopia And The Sunchips’

※이 글은 DBR 70호 [소비자를 잊은 썬칩의 그린마케팅外] 기사의 일부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인터비즈 황지혜 
inter-biz@naver.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