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엔 '공짜 택시' 있다? 45분 타도 빵 원!

조회수 2019. 1. 13.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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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은 광고에 있다

최근 일본에서 독특한 '택시 비즈니스'들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정 구역 내에서 이용할 경우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무료 택시'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탑승 수요를 파악해 배차하는 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택시비가 무료라고?

도쿄 시부야 구에 사는 재일교포 권모 씨는 출근을 위해 매일 아침 7시 50분경 집에서 나선다. 약 10km 정도 떨어진 직장에 가기 위해 권 씨는 어플부터 켠다. 2분 뒤, 가까운 곳에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빨간 택시가 집 앞에 도착한다. 이동하는 15분 동안 그는 조수석 머리 받침대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재생되는 영상을 시청한다. 회사 앞에 도착하면 택시 기사에게 인사를 건네고 바로 회사로 들어간다. 택시도 그대로 제 갈길을 간다. 권 씨가 부른 택시가 이른바 '0엔 택시'로 불리는 무료 택시이기 때문이다.

출처: MOV 홈페이지
(도쿄 시내에서 '0엔 택시'가 12월 31일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일본 유력 IT 업체 DeNA는 자사 택시 배차 어플 'MOV'를 통해 '0엔 택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12월 5일부터 31일까지 0엔 택시로 지정된 택시 50대가 도쿄 전역을 달린다. 운영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무료의 비밀은 '광고'에 있다. 택시 내외부 공간을 광고 판으로 활용한다. 택시에 글자 몇 줄과 회사 로고를 새기는 데 그치지 않고 광고주 콘셉트에 맞춰 차를 새롭게 디자인한다. 차량 내부에는 승객이 볼 수 있는 스크린을 별도 설치해 계속해서 해당 브랜드의 동영상 광고를 보여준다.

(무료 택시 '돈베이 택시'의 외관 디자인)

최근 시범 운영되는 무료 택시는 스폰서인 일본 인스턴트 면(麵) 식품 회사인 '닛신(日清)'을 위한 택시로 탈바꿈했다. 닛신은 0엔 택시를 이용해 자사 우동 브랜드 '돈베이(どん兵衛)'의 신제품 '쓰키미 소바'를 홍보하고 있다. 광고주 콘셉트에 따라 택시 차체는 닛신의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도색됐으며, 큼지막한 제품 사진도 차 문에 그렸다. 차 시트에도 MOV 로고와 돈베이 로고가 인쇄돼 있다. 택시 표시등에 '유부'를 여우 귀처럼 달아 시선을 끌게 했다. 26일부터 마지막 31일까지는 모든 탑승객들에게 돈베이의 '덴뿌라 메밀국수 컵'을 선물하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귀여운 여우 귀 모양의 택시 표시등(우)과 26일부터 31일까지 모든 탑승객에게 선물로 제공되는 덴뿌라 메밀국수 컵(우). 무척 맛있어 보인다)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MOV 어플을 설치하고 근처에 있는 0엔 택시를 부르면 된다. 무료로 제공되는 만큼 서비스 이용에 제한은 있다.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지역은 도쿄 내 시부야, 신주쿠, 미나토, 추오, 치요다 등 5곳으로 한정된다. 목적지는 어디든 상관없지만, 도쿄 23구를 벗어나면 그때부터는 정상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도쿄의 비싼 택시비를 감안하면 이 정도 좁은 범위만으로도 승객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막대하다. 허가된 지역의 끝에서 끝까지 이용할 경우 약 45분을 주행하게 되는데, 이는 도쿄 택시 평균 요금으로 추산해 보면 약 8000엔(약 7만 9200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는 거리다.


무료 택시는 광고주와 DeNA 모두에 인지도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독특한 디자인의 택시가 도쿄 전역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전광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료 택시를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은 MOV 앱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DeNA도 이용자를 늘릴 수 있다.  

DeNA는 MOV를 통해 다양한 업종 사업자와 제휴를 계획하고 있다. 음식점 예약 손님에게 택시를 배차해주거나, 일정 관리 앱과 연동해 예정 시간에 맞춰 자동 배차하는 서비스 등을 구상 중이다.

택시 회사들의 생존 위한 치열한 자기 발전... AI 이용 수요 예측 서비스 도입도

빅데이터 분석은 택시 업계에서도 화두다. 일본에선 AI로 수요를 분석해 택시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IT 업계, 자동차 업계, 택시 업계 모두 이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DeNA의 MOV는 내년 하반기 AI 수요 예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토요타 자동차는 지난 3월 일본 내 배차 어플 1위 업체인 '저팬 택시(Japan Taxi)' 소속 택시 500대에 자체 수요 예측 AI 장치를 설치해 시범 서비스를 제공했다. 토요타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사용한 택시 기사는 매출을 약 20% 늘릴 수 있었다고 한다.  

출처: 도요타(좌), 저팬택시(우) 각 공식 홈페이지

지난 5월 일본 됴코의 택시 회사 5곳은 세계적인 전자 업체 소니(SONY)와 손잡고 택시 수요를 예측해 배차 정보를 제공하는 AI 플랫폼 사업 '모두의 택시'를 출범했다. 출자 비율은 택시 5개사 55%, 소니 45%다. 우버, 디디추싱 등 공유차량 서비스에 맞서 택시 업계가 주체적으로 결성한 플랫폼이다.

출처: 토요타 JPN TAXI

이들 역시 AI를 활용해 실시간 수요 예측 서비스를 구현할 방침이다. 그동안 일본 택시 기사들은 고객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영업 일보'를 작성해왔다. 베테랑 기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몇 시에 어디에 가면 손님이 많다'는 정보를 경험적으로 파악하고 움직일 수 있었다. 소니는 이러한 현장 데이터를 AI 시스템을 통해 보다 정교화했다. 평상시 고객 수요 패턴에 일시적 요소인 날씨, 행사나 시위 등의 정보를 더해 현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택시기사들에게 손님이 많은 곳을 안내한다. 현재 시범 운영을 통해 시스템을 보완 중이다. 본격 서비스는 내년에 실시될 예정이다.


모두의 택시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수요 공급에 따라 택시 요금에 변화를 주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고객이 많이 않은 시간대에 요금을 낮춰 수요 확대를 도모하고, 반대로 사람이 많이 몰릴 때는 요금을 올려 영업 수익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모두의 택시는 뒷좌석 광고 사업, 카드 결제 대행 서비스 등도 사업 모델로 고려하고 있다.  

인터비즈 권성한, 박은애
inter-biz@naver.com

* 미표기 이미지 출처: MOV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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