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살 안 찌는 맥주가 있다? '하이레지' 열풍이 뭐길래

조회수 2019. 1. 4.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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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다이어트라니..!

퇴근 후 들이키는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다. 하지만 방심하다가는 '맥주 뱃살'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직장인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신개념 맥주가 있다고 한다. 바로 '당질 제한 맥주'다.

쌀밥 먹는 동양에서 탄수화물 다이어트라니?

출처: 아사히(Asahi) 홈페이지, 기린(kirin) 홈페이지
('당질 제로, 100ml 당 24칼로리'를 카피 문구로 내세운 아사히 스타일프리(가운데). 이외에 기린에서 만든 당질 제한 맥주 '노도고시'(우측)도 큰 인기다)

일본 맥주회사들은 '당질 제로'를 강조하는 제품을 서둘러 출시하기 시작했다. 다이어트와 건강을 목적으로 밀가루 등의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당질 제한'이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에서 출시한 기존 맥주가 100ml 당 42칼로리 라면 이 당질 제한 맥주는 100ml 당 24칼로리로 거의 절반 수준이다. 심지어 아사히는 당질 제한 맥주를 마시는 고객들에게 500칼로리 이하의 다이어트 안주 레시피도 제공하고 있다. 캔맥주 뒷면에 레시피를 알려주는 QR코드가 있어 소비자는 맥주와 어울리는 저칼로리 안주 조리법을 배울 수 있다. 


당질 제한 식단은 '로우 카보(low carb)' 다이어트에도 활용되고 있다. 로우 카보 다이어트란 말 그대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란 뜻이다. 이 다이어트는 혈당 등의 수치를 개선하기 위한 민간요법의 일종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당질 제한은 일본에서 몇 년 전부터 잡지와 방송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관련된 서비스 매출이 호조를 띠고 있다. 식품업계는 당질 감소나 당분 제로 등의 상품을 새로 개발하고, 메뉴를 다시금 고안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다. 

출처: 쿠라스시 홈페이지
(초밥의 '밥'을 '무'로 대체한 쿠라스시의 '당질 오프 시리즈'는 보통 초밥 대비 탄수화물 함량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회전초밥 프랜차이즈 '쿠라스시'는 쌀이 아닌 무로 만든 초밥과, 면을 제외한 라멘 등 '당질 오프 시리즈'를 출시했다. 당질 오프 시리즈는 언뜻 봤을 때 소비자의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칠 듯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출시 10일 만에 100만 개 판매를 돌파하고 기존 매출의 2배를 넘는 성과를 냈다.


일본의 유명 편의점 '로손(Lawson)' 또한 당질 제한 빵을 출시하며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로손은 포장지에 당질과 칼로리를 파란색으로 표기하여 소비자들이 당질 함량을 확인하고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당질은 적게 먹지만 '하이 레지'는 맘껏 먹어도 된다?

당질 제한 붐이 계속되는 가운데, 당질 섭취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다이어트 효과를 낼 수 있는 '하이 레지' 식품이 틈새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이 레지'는 'high resistant starch'의 약자로, 탄수화물 저항 성분이 많이 함유돼있다는 뜻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현미나 잡곡 외에 고구마, 호박, 바나나 등의 음식이 하이 레지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당질을 금욕적으로 제한했을 경우 혈당치는 확실히 오르지 않지만 장내를 정돈하는 저항성 전분이 통째로 사라져서 오히려 컨디션이 안 좋아지거나 비만이 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하이 레지 식품은 당질이면서도 식이섬유처럼 장까지 내려가고 혈당 수치를 올리지 않는다. 많이 먹어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건강한 저항성 전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 레지 식품은 많은 일본인들에게 '구세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하이 레지 식품 이용과 관련된 연예인들의 서적 출시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대중의 관심은 향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관련 상품 개발을 급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출처: 패밀리마트 웹사이트
(일본 패밀리마트가 출시한 주먹밥 '슈퍼 보리 완두 콩과 톳' 제품)

일본의 대형 편의점 '패밀리마트'는 2017년 8월에 일본식 주먹밥 '슈퍼 보리 완두 콩과 톳'을 발매했다. 해당 상품에는 일반 보리보다 약 2배의 식이섬유, 약 4배의 하이 레지(저항성 전분)를 포함한 기능성 보리가 사용됐다.


특히 '야후(Yahoo)! 검색 대상 2016'의 식품 부문에서 기능성 보리 제품이 상을 받은 이후로 이 상품은 다양한 미디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식품업계뿐만 아니라 가전업계에도 하이 레지 열풍은 유효하다. 연 매출 730억 엔(약 7000억 원) 규모의 대기업 '아이리스 오야마'는 2016년 9월에 '압력 IH 밥솥 5.5합'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압력 및 가압공정 조정 기술을 이용해 밥에 포함된 저항성 전분을 보통 취사 시의 2배가 되도록 지을 수 있다. 

당질 제한, 일본인들의 영원한 과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쌀이 주식인 일본인들에게 사실 일정량의 탄수화물 섭취는 피할 수 없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쌀은 먹지만, 대신 다른 음식에서나마 당질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욕구는 일본인들에게 영원한 과제다.


또한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당질 제한 식품의 한계를 뛰어넘는 하이 레지 식품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당질 제한 식품과 함께 하이 레지 식품 시장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 시장의 트렌드 역시 일본 등 글로벌 시장의 상황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건강 관련 기업들이 일본의 동향을 참고한다면 한국의 시장 변화를 주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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