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영양제에서 전염병 예방약으로..한국 유산균의 역사

조회수 2018. 12. 30.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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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시나요? "비오비~타!"

건강기능식품도 유행을 탄다. 가깝게는 1990년대 알로에나 2000년대 백수오처럼 반짝 인기를 끈 제품이 나왔다가 성장이 주춤한 사례가 있다. 다변화하는 수요층과 생활 트렌드에 얼마나 잘 맞추느냐에 따라 장수 여부가 결정된다.

(1970년대 비오비타 흑백광고 사진)

예를 들어 스테디셀러 홍삼도 2000년대 중반 직장인이나 청소년이 먹기 쉽게 스틱형을 출시하고, 어린이용 제품을 출시하는 등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변신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한때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70%에 이르던 점유율은 30~40%대로 떨어지고 성장도 주춤한 상황이다.


이처럼 변화에 민감한 시장인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장수하는 모범 사례는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이다. 어린이 영양제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중장년층 성인병 예방에 초점을 맞췄고, 피부 미용 등을 앞세워 새로운 수요를 공략했다. 1950년대 첫선을 보인 유산균 상품은 그간 끊임없이 시장을 발굴해낸 것. 어린이 약, 소화제, 설사약, 음료와 면역 식품 등으로 성공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유산균, 분유에 타먹는 어린이 약으로 시작

국내 유산균 제품의 역사는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동제약의 어린이 영양제 ‘비오비타’가 최초의 유산균 제품이다. 전후 복구기에 먹을 것이 부족한 가운데 베이비붐을 맞이한 시기였다. 아무리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이라고 한들 본인 영양제 투자를 하기엔 경제적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시기였으나 자녀에게만은 달랐다. 이 무렵 가장 큰 건강 관심사는 소화였다. 해당 업체가 설사 예방과 장 활성화를 곧 영양 보급이라고 설명한 것도 효과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기 어렵던 시절, 어머니들은 분유에 유산균제인 비오비타를 한 숟가락씩 타 아이에게 먹였다. 광고 활동도 활발히 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금도 중장년층에게 비오비타를 발음해보라고 하면 비오비~타로 이어지는 CM송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 한국 야쿠르트 제공
(왼쪽 사진은 한국야쿠르트 1975년 광고. 독특한 야쿠르트 플라스틱 용기 디자인은 일본에서 개발한 것으로 목각인형을 본따 만든 것이다(유튜브 캡쳐), 오른쪽은 야쿠르트 아줌마로 익숙한 요구르트 현장 판매사원. 야쿠르트는 요거트를 뜻하는 에스페란토어 ‘야후르토’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1970년 들어서 유산균을 식품으로 대중화하려는 움직임이 생긴다. 국내 한 음료업체가 1971년 65ml 요구르트 제품을 내놓고 '장에 좋은 유산균'이라는 키워드로 직접 제품의 효능을 알렸다. 일본 야쿠르트사의 기술과 디자인을 도입해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것. 그러나 당시만 해도 반응은 "세균 덩어리를 왜 먹어야 하나?"였다. 이러한 설명의 어려움을 해결해준 것은 주부들의 현장 판매였다.


흔히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는 판매 요원이 유산균 음료의 효능을 직접 알리고 다닌 것. 유산균이 설사나 변비 예방, 피부 미용, 영양 증진 등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알렸다. 장내 부패한 세균을 줄여준다는 개념을 이들이 일일이 소개한 셈이다. 여기에 한 입 크기로 작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요구르트는 시음용으로 제공하기에도 좋았다. 이 무렵부터 성인들도 유산균을 먹기 시작했다. 

출처: 빙그레
(1983년 9월 10일 동아일보 지면에 실린 떠먹는 요구르트 관련 광고. 산딸기 요구르트라고 설명한 점이 눈에 띈다.)

1980년대 중반부턴 흔히 요플레라는 제품명으로 더 잘 알려진 떠먹는 요구르트가 인기를 끌었다. 유산균의 효능은 이처럼 유통 제품을 통해서 더 널리 알려지게 된다. 어린이 영양제에서 식음료 문화의 발달기에 가볍게 접할 수 있는 건강식품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특히 떠먹는 요구르트는 당대의 하이틴 스타 등을 주요 모델로 쓰면서 미용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서구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 프랑스 제품이라는 점을 마케팅 요소로 활용했다.

주춤한 90년대 딛고 전염병 위기로 부활

1990년대 초중반 경기 활성화와 맞물려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이 출시되면서 유산균 시장은 잠시 주춤해진다. 피부미용에 좋다는 장점은 알로에가, 늘 챙겨먹어야 하는 상시 건강제품의 지위는 비타민이 가져가게 된다. 여기에 비싸다고만 여겨졌던 홍삼이 대중화되면서 유산균 시장을 크게 위축시켰다. 여기에 65ml 요구르트는 당 함량이 높아 건강에 안 좋을 수도 있다는 점이 알려지기도 했다. 


단 한 제품만이 홀로 약진했다. 1997년 들어 출시된 한 유산균 음료다. 위산에 강한 캡슐 유산균을 내세웠다. 여기에 중독성 강한 광고음악을 통해 장까지 살아산다는 장점을 부각했다. 해당 제품은 1997년 출시이후 2004년까지 연간 매출이 평균 300억 원 정도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제품과는 차별화하는 강점을 내세워 시장 주도권을 뒤집은 사례 중 하나다. 

출처: 유튜브 캡처
(닥터캡슐 광고 이미지)

제약회사들이 2000년대 들어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산균 시장은 완벽히 부활했다. 2002년 중화권에서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유행에서 한국의 피해가 적은 이유로 김치에 담긴 유산균이라는 해석이 퍼진 덕분이었다. 건강 식음료에서 약국에서 판매하는 영양제라는 인식이 이때 확산됐다.

출처: 동아일보DB

장내 미생물이 치매와 우울증, 당뇨, 비만에 이르기까지 온갖 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마이크로비오타 이론도 영향을 미쳤다. 성인병에 대한 우려와 중장년층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이기도 했다.

또 신시장 개척 나선 유산균...장내 미생물 먹이로

매년 급격한 성장을 통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비타민과 엎치락뒤치락하며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재 시장규모는 2000억 원 수준에 이른다.

매번 새로운 효능과 시장 발굴을 통해서 발전해온 유산균 시장은 면역력 강화와 성인병 예방 등을 넘어서 또다른 제품을 통해 시장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최근 들어 부각된 신시장은 사균 분야다. 오래 살아서 장까지 내려가는 생균을 강조했으나, 이젠 죽은 유산균도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는 점에 착안해 고급제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유산균 사균을 수출하는 베름인터내셔널의 박민구 대표는 "사균이라고 하면 그걸 왜 먹느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젠 건강식품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제품의 효능 등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식품업체는 다양한 기능에 주목하면서 음료와 유산균을 접목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안영태 연구위원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프로바이오틱스 연구 발전에 따라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신진대사와 면역 기능을 돕는 유산균도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피부 미용은 물론이고 아토피 예방 등에도 도움이 되는 제품 등이 다수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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