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SNS 보며 부러워한 적 있다? 없다?

조회수 2018. 12. 21. 16: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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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속 포장된 현실, 알지만 부러워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다. ‘다른 사람의 행운은 고통’이라고. 자그마치 기원전 4세기 일이다. 그로부터 약 1000년 후 부러움 혹은 질투(envy)는 공식적으로 죄가 된다. 그레고리 교황이 일곱 가지 큰 죄 중 하나로 포함시키면서다.


부러움 자체가 죄는 아니다. 질투라는 감정이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사람을 몰고 가기 때문에 그로 인해 죄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따지고 보면 옛날에는 비교를 해보고 부러워할 만한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가까운 친지나 이웃이 전부였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왜 하고 많은 사람 중에 사촌일까. 그러다가 신문이 나왔고 TV가 나왔다. 부러워할 만한 사람이 조금 늘어났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라는 게 생겼다. 요즘 사람들은 ‘부러움 증폭기(다른 말로 스마트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며 잘 때는 베개 옆에 두고 잔다. 언제든지 누군가를 부러워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추고 사는 셈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톡을 통해 자신이 원했지만 이루지 못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전 세계의 다른 이들을 보게 됨으로 인해 사람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더 커졌다. 영국의 인지행동치료 권위자인 윈디 드라이덴은 이를 ‘비교병 (comparisonitis)’이라고 부른다. 부러움은 이제 죄가 아니라 병이 됐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스마트폰을 손에 꼭 쥐고 있다.

SNS 속 포장된 현실, 알지만 부러워

사람들은 뭔가 신기한 것을 봤을 때, 잘 안가는 좋은 곳에 갔을 때, 잘 안 먹는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아이가 특별한 일을 했을 때, 어쩌다 찍은 사진이 생각보다 잘 나왔을 때… 대략 이러한 범주의 일들이 발생했을 때 소셜 미디어에 공유를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뭔가 잘 일어나지 않는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일상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편집된 현실을 공유한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러움이 가진 감정적인 힘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사진이나 이야기가 예쁘게 포장된 현실이라는 걸 이성적으로는 알지만 감정적으로는 부러움에 휩쓸리는 것이다. 임상 심리학자 레이첼 앤드류는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사진이나 이야기가 자신이 원했지만 가지지 못한 것일 때는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진다”고 말했다.

출처: Geraldine West 인스타그램
(독일인 Geraldine West는 인스타그램 속 삶과 실제 현실의 모습을 비교해 보여주는 사진을 본인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다.)

부러움은 남에 대한 질투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는 이보다 더 파괴적인 문제를 불러왔다. 유명한 사회심리학자인 셰리 터클은 “우리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온라인에 만들어놓은, 자신의 가장 좋은 모습만을 보면서 이런 삶을 잃게 될까 두려워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수준의 삶을 실제로는 살지 못할 때, 마치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처럼 느끼고 그를 부러워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부러워하는(self-envy) 이상한 감정을 마음 속에 만든다는 설명이다.  

부러움을 덜고 싶다면 SNS 사용 습관 바꿔라?

그러면 어떻게 해야 부러움을 덜 느낄 수 있을까. 물론 왕도 같은 건 없다. 정신분석 치료사 패트리샤 폴레드리는 부러움은 타고나는 감정이라기 보다는 어린 시절 모성 결핍 등에 의해 자존감이 부족해 지면서 생기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부러움의 가장 큰 적은 이런 낮은 자존감과 결핍을 견디지 못하는 습성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하는 것을 참지 못하며, 이 때문에 소셜 미디어에서 더 쉽게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자신에게 되뇌는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내가 원하지만 갖지 못한 걸 가진 사람이 있으며 나는 그것이 없이도 살 수 있다고, 그것이 없다고 해서 남보다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소셜 미디어 사용 습관을 바꿔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능동적(글과 사진을 올리고 좋아요를 누르며 댓글을 다는 것)이 아닌 수동적(남들의 포스팅을 구경만 하는 것)으로 이용한다. 그저 남들이 올린 글을 읽기만 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이는 ‘관음증적인 구경’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것보다 수동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더 좋지 않다는 연구가 있다.


미시건대의 심리학자 에단 크로스는 연구 참여자들에게 2주 동안 하루 다섯 번의 문자를 보냈고, 참여자들은 문자를 받은 때부터 수동적인 페이스북 사용을 시작해 자신의 기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폈다. 결과는 놀라웠다. 수동적으로 페이스북을 더 많이 할수록 부러움은 더 커졌고 기분은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수동적으로 사용했을 때 부정적인 감정과의 상관관계가 더 강했다. 물론 능동적이건 수동적이건 소셜 미디어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질투와 부러움은 힘이 되고 창조적인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한국전쟁 직후 세계에서 가장 못 살던 나라 중 하나였던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정서가 분명 작용했을 것이다. 배고픔이 우리에게 먹을 때가 됐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부러움은 잘 들여다보면 자신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부러움이 내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잘 들어본 뒤, 성취 가능한 것이라면, 계획을 세우고 단계를 밟아 이루면 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이와 동시에 스스로에게, 내가 어느 선에서 만족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면 충분한지, 어디서 멈추면 괜찮은지를. 많은 한국인이 그러하듯이 앞만 보고 정신 없이 달려왔다면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 번 던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답은 각자의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으니 잘 살펴보고 들어보기를 권한다.

※ 이글은 가디언에 실린 ‘The age of envy: how to be happy when everyone else’s life looks perfect (https://www.theguardian.com/lifeandstyle/2018/oct/09/age-envy-be-happy-everyone-else-perfect-social-media)’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필자 김선우

약력
-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인문지리학과 졸업
- 워싱턴대(시애틀) 경영학 석사
- 동아일보 기자
-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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