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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어디..?" 과대포장에 대한 제과회사들의 미심쩍은 변명들

조회수 2018. 12. 5.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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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소비자들이 정말 모를 줄 알고 줄였을까?

'질소를 1500원 주고 샀는데 과자가 따라오더라'...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과자의 과대포장 이슈는 유서가 깊다. 그런데 이런 과대포장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났다기 보다는 기간을 두고 조금씩 내용물이 줄어든 결과다.


이처럼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의 크기나 용량을 줄이는 현상을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줄어든다는 뜻의 Shrink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라고 한다. 원가 상승에 시달리는 일부 기업들은 직접적으로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용량을 줄이는 방안을 선택해 소비자들의 반감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슈링크플레이션 사례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출처: 해태, 롯데
(올 4월, 가격은 동결하고 중량을 690g에서 630g으로 줄인 해태제과의 미니 자유시간(좌), 종이곽 포장 제품은 가격이 인상되지만 원통형 제품은 가격 변동 없이 용량이 축소된 롯데제과의 목캔디(우))

이런 모양의 토블론은 진정한 토블론이 아냐!

스위스 알프스산맥을 상징하는 삼각뿔 모양의 토블론 초콜릿.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이 제품은 해외에서는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초콜릿이다. 그런데 2016년, 영국에서 판매되는 토블론 초콜릿의 삼각형 사이 간격이 눈에 띌 정도로 넓어졌다. 맛뿐만 아니라 삼각형이라는 독특한 모양까지 좋아했던 토블론의 팬들은 디자인 변경에 대해 분노했다. 바뀐 모양이 어색하고 바보 같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토블론 공식 페이스북은 새로운 모양에 대해 항의하는 고객들로 몸살을 앓았다. 일부 고객은 "자전거 거치대 같다"며 "차라리 간격을 넓히기보다는 전체적인 길이를 줄이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공식 유튜브 캡처
(간격이 더 넓어진 토블론 초콜릿)

토블론 제조사인 몬델레즈Mondelez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원가 인상 때문에 가격이나 용량을 조정해야 했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들은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원가 상승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가능한 한 오랫동안 현재 가격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영국 내에서 400g짜리 토블론은 360g으로, 170g 짜리 토블론은 150g으로 바뀌었다. 다만 제품의 전체적인 길이를 줄이기보다는 삼각뿔 사이의 간격을 넓혔기 때문에 포장 크기와 디자인은 이전과 동일했다.


토블론 논란이 있었던 당시는 브렉시트(Brexit · 영국의 EU 탈퇴) 이슈가 발생해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급락했던 시기였다. 토블론 이외에도 과자부터 맥주까지 꽤 다양한 품목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영국서 판매되는 토블론이 수입 제품이기 때문에 파운드화 절하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몬델레즈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부정했다. 그러나 왜 유럽 전역이 아니라 영국 내에서만 토블론의 디자인을 바꿨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시리얼, 잼... 이젠 자세히 보세요

출처: 켈로그, 스키피 페이스북
(켈로그의 코코팝 시리얼과 스키피의 땅콩버터)

토블론처럼 용량을 줄이면서 아예 모양을 바꾼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나 박스에 포장되는 시리얼이나 병에 든 잼 같은 경우 은근슬쩍 무게를 줄이기 쉬운 경우다. 용량을 지나치게 많이 줄이지 않는 한 눈대중으로는 변화를 알아차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오래전부터 박스나 병에 담긴 제품군의 경우 슈링크플레이션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16년, 켈로그의 코코팝 시리얼의 경우, 대형 박스는 800g에서 720g으로, 소형 박스는 550g에서 510g으로 용량이 줄었다. 켈로그 측은 "원재료의 가격이 상승해 코코팝에 들어가는 설탕의 양을 14% 정도 낮췄다"면서 "결국 무게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땅콩버터 잼으로 유명한 스키피Skippy는 510g이었던 용량을 462g으로 줄인 적이 있다. 물론 가격은 이전과 동일했다. 콘이나 바 형태가 아니라 통에 담겨서 판매되는 아이스크림의 경우도 슈링크플레이션의 주요 타깃이다. 유니레버가 소유한 브레이어스 아이스크림 역시 과거 야금야금 용량을 줄여서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왜 기업들은 이런 행동을 할까?

출처: 오리온
(오리온 초코파이 바나나맛과 기존 초코파이. 오리온은 '가격은 그대로! 커졌습니다'라며 제품의 용량이 커졌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문구를 포장지에 쓰기도 했다(우측))

왜 기업들은 직접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을 줄여 실질적인 가격 인상 효과를 맛보려는 것일까?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시장 점유율 확보가 대표적인 이유다. 초콜릿 같은 스낵 제품은 경쟁사 간 가격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얼마든지 다른 브랜드로 이탈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반감을 불러오기 쉬운 요소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용량보다는 가격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며, 용량의 변화를 잘 알아차리기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시장 점유율을 잃지 않기 위해 가격은 유지하고 용량은 줄이는 전략을 택해 소비자들의 브랜드 이탈을 막으려고 한다.  


최근에는 직접적으로 가격이나 용량을 변경하기 보다는 제품의 성분이나 기능을 향상시켜서 비슷하지만 다른 제품을 출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오리온은 기존 초코파이의 새로운 버전인 '초코파이 바나나맛'을 출시한 적이 있다. 기존 제품과 가격은 동일하게 책정했지만 개당 중량은 일반 초코파이(39g)보다 작은 37g 정도다.  


원가 상승 때문에 고충을 겪는 기업의 입장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원가 상승이 발생했을 때에는 가격을 올리면서, 반대로 원가 하락 시에는 왜 가격을 함께 내리지 않는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인터비즈 박성지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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