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원인이 인구밀도? 가설검증 해본 美 미시간대 교수

조회수 2018. 11. 28.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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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유독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을까

[HBR] 한민족은 역사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습니다. 흉년으로 인한 배고픔과 외세의 침략, 탐관오리들의 폭정… 기본적인 의식주의 박탈과 안전에 대한 공포 때문에 걱정과 한(恨)이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근대로 넘어오면 일제시대와 6.25한국전쟁, 남북분단, 군사독재라는 엄청난 민족적 시련을 거치면서 내일의 안녕을 기약할 수 없는 불행은 계속되는 듯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197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최근 1인당 GNI가 2만7000달러를 넘어 선진국의 문턱인 3만 달러를 노크하면서 배고픔에서 사실상 해방됐고, 사회안전망도 과거에 비해 탄탄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에 대한 심리적 걱정이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정치파탄, 청년 실업, 고령화, 인구절벽, 북핵, 중국 등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
(걱정은 다시 더 큰 걱정을 부른다)

세계적 경영저널 HBR 최근호에 인구밀도로 인해 사람들의 심리가 변하는 실험 결과가 실렸습니다. 우리가 우려하는 상당수의 일들은 혹시 높은 인구밀도에서 오는 심리적인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아래 실험 결과를 참고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인구밀도가 높아질수록 미래 불안감 커진다

미시간대 리서치 펠로인 올리버 승(Oliver Sng)박사는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과 함께 국가별 및 주(州)별 인구밀도와 교육비 지출, 퇴직금 저축을 비롯한 미래 준비에 있어 각 지역 거주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인지 그 인과관계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거주지의 인구밀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멀리 다가올 장기적 보상을 목표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눈에 띄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 얻은 결과 생물학에서 말하는 ‘생활사 전략’(생명체가 자신에게 한정된 에너지를 성장과 생식에 분배하는 전략)과 인구밀도 사이에 분명 연관이 있었다. 크게 설명하자면 세상에는 ‘빠른 삶’을 사는 종(種)과 생물체가 있고, ‘느린 삶’을 사는 종과 생물체가 있다.  

(인구밀도가 높으면 장기적인 관점에 모든 것을 신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 빠른 삶을 사는 쪽은 지금 현재에 초점을 두고, 일찍 번식해서 후손을 많이 낳고, 자신이나 자녀의 미래에 딱히 투자하지 않는다.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 거주) 

- 느린 삶을 사는 종은 미래와 자기계발, 장기적 관계를 중요시하며 자녀도 적게 낳는다.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 거주)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른 동물들보다 느린 생활사 전략을 추구하지만, 개인마다 차이가 크다. 여기에는 경험적 유전적 이유도 있겠지만 환경에 적응하면서 그에 맞게 진화한 측면도 있다. 인구밀도가 높아서 자원 확보를 위한 필연적인 경쟁이 벌어지면 자신과 자녀가 성공하기 위해 투자를 늘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즉 미래를 걱정하고 보험에 들고 자녀 1인당 더 많은 투자를 위해 출산을 줄인다) 승 박사는 스티븐 뉴버그(Steven Neuberg), 마이클 바넘(Michael Varnum), 더글러스 켄릭(Douglas Kenrick) 등 동료들과 함께 관련 가설을 세우고 검증에 나섰다. 

가설이 맞았을까?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출산율이 낮고 성관계를 갖는 파트너의 수는 적었는데 유치원 취학률은 더 높았고, 눈앞의 문제보다 미래 준비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였다. 미국 내 인구밀도가 높은 주에 사는 사람들 역시 늦게 결혼해서 자녀는 적게 낳았고, 대졸자일 확률과 퇴직연금에 가입한 비율은 더 높았다. 이처럼 미래 지향적인 행동들은 기계의 부속품처럼 서로 맞물리는 구조인데, 인구밀도가 여기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인인 것 같다. 전체 인구수, 경제 규모, 도시화 수준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결론적으로 가설이 맞았다.

'미래에 대비하려는 성향의 사람들이 인구밀도가 높은 곳을 선호하는 건 아닐까'라는 의문을 확인하기 위해 또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미국 전역에서 온라인으로 모집한 참가자들 절반에게 미국 인구가 유례없는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가짜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여줬다. 그런 다음 “돈을 내일 받으면 100달러, 90일 후 받으면 150달러라면 언제를 택하시겠습니까?”와 같이 미래 지향성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나머지 절반인 통제그룹에는 기사를 보여주지 않고 같은 질문들을 물었다. 그런데 기사를 접한 그룹에서 늦어도 보상이 큰 쪽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다. 실험의 효과가 아주 크진 않았지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위적인 방법이었지만 인구밀도가 높아진다는 생각을 유도해서 사람들이 더 장기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으니까.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걱정은 늘어나기 시작한다.)

소음에도 민감하게 반응

신문 보도를 읽는 행위 자체가 사람들로 하여금 고민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더 현명한 결정이 나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이어진 실험에서는 신문 기사를 전부 뺐다. 그 대신 설문에 응답하기 전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나 백색소음이 담긴 오디오 파일을 들려줬다. 그랬더니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은 쪽에서 장기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높게 나왔다. 기업이나 기관은 소비자 마케팅 등에서 이런 경향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연구결과를 실제에 적용하는 방안은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제품과 서비스의 디자인이나 마케팅에는 도움될 것 같다. 복잡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어필하려면 자신들과 아이들이 축적할 수 있는 장래 이익을 강조하는 편이 좋다. 인구가 적어 덜 복잡한 시장에는 빠른 만족과 보상을 제공하는 편이 어울린다.

(조용한 교외에서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낮다.)

사무실을 한적한 교외에서 도심으로 옮기면 직원들이 단기적 관점에서 벗어나 장기적 시야를 갖게 될까? 아니면 좁은 사무실에 모아놓고 웅성거리는 소리를 녹음해서 틀어놓는 편이 나을까? 약간의 효과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몇 가지 유념할 사항이 있다. 첫째, 처음 실시했던 두 번의 연구는 국가와 국가, 주와 주 사이의 차이만 본 것이고 도시와 비도시 지역을 비교하지는 않았다.


인구밀도와 도시화 사이에 상관관계는 있었는데, 도시화를 통제했을 때 앞서의 연구결과가 타당하게 보였다. 둘째, 실험에서 나타난 효과를 학문적 기준에서 보면 크지는 않았다. 셋째, 실험에서는 인구 증가라는 개념을 아주 조심스럽게 중립적 관점에서 제시했다. 인구밀도 때문에 환경이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 상태가 된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신중함을 버리고 빠르게 가는 전략을 선택할 수도 있다. ‘꾸준히 기술과 지식을 쌓아야 유리할까, 아니면 코피 터지게 싸우면서 내 몫을 챙기는 게 나을까?’ 하는 고민에 빠질 것이다. 

도시 인구밀도가 세계 3위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승 박사는 161위인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빠른 삶을 살기 위해 인구밀도가 낮은 곳으로 온 것일까. 이에 대해 승 박사는 "2016년, 32세에 결혼했으니 빠른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에겐 환경적인 밀도가 생활사 전략에 제일 크게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승 박사 연구팀은 대학생들이 높은 인구밀도라는 개념에 40세 이하의 연령대와 다르게 반응하는지를 보려고 두 가지 실험을 추가로 했다.

(다람쥐 개체수가 늘어난다는 소식에 사람들을 심리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같은 종인 인구 증가에 민감하다. 인구증가는 연애계획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랬더니 미국 인구가 증가한다는 가공의 기사를 읽은 대학생들이 ‘다람쥐 개체수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그룹에 비해 장기 연애 관계를 더 선호했지만, 자녀를 일부러 적게 낳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반면 20대, 30대는 아이를 덜 낳겠다고 했지만 연애 형태에 대한 계획을 바꾸지는 않았다. 따라서 인구밀도는 개인적으로 순위를 높게 두고 있는 목표들에 대해서만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한편 승 박사는 몇 년 뒤 자녀를 2명 정도 가질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인구밀도가 높아지고 때문"이라고 했다.


※편집자 주: 이상은 HBR에 나온 내용입니다. 승 박사의 연구 결과는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취업난, 인구절벽, 계층이동 사다리 걷어차기, 빈부격차 심화, 승자독식 등 '헬조선'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분명히 팩트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기는 하지만, 높은 인구밀도에 의해 심리적으로 부풀려진 부분을 없을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출처 세계적 경영저널 HBR 7-8월 합본호

인터비즈 편집부 정리

buisnessinsight@naver.com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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