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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성분 알려주는 '화해'.. 600만 여심 사로잡은 비결

조회수 2018. 11. 28. 17: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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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기능에 소비자가 먼저 반응했다..양대 앱마켓 화장품 카테고리 사용자수 1위 앱 '화해'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페녹시에탄올, 클로페네신. 도통 모르겠는 화장품 성분의 특징과 영향을 소비자가 보기 편하게 설명해 대박을 친 앱이 있다. 버드뷰의 이웅 대표와 2명의 고교 동창이 모여 개발한 '화장품을 해석하다(이하 화해)'가 그 주인공이다. 소비자들은 화장품에 들어 있는 성분이 위험하지는 않은지,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지 등의 정보를 보고 자신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고를 수 있게 됐다. 특히 탈모나 민감한 피부로 고민하던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이 퍼지고 2030 여성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화해는 2013년 출시 이후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꾸준히 사용자 수 1위를 지키고 있다. 올해 들어선 누적 다운로드 600만 건을 돌파했다. 화장품 구입 전후 화해를 사용하는 사람(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은 월 기준 120만 명에 이른다.

남성 화장품 버리고 화장품 성분 분석으로... 핵심은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내기

2010년대 초반. 남성 화장품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러나 높은 잠재력에도 남성 화장품 성분을 분석해주고 이를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화해 운영사 버드뷰 이웅 대표는 노트북 하나를 살 때도 몇 달씩 성능을 비교하고, 또 비교하는 남성들의 습성을 화장품에도 적용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초기 비즈니스 모델은 ‘스펙 비교’를 즐기는 남성들을 위한 화장품 큐레이션 플랫폼이었다. 자연스레 ‘성분’이 눈에 들어왔다. 정부가 시행 중인 ‘전 성분 표시제’와 대한피부과의사회,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들 덕에 성분 정보는 충분했다. 문제는 봐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성분을 표시만 해놓았을 뿐 추가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이를 제대로 제공하는 민간 업체도 없었다.  


‘우리가 여기 뛰어들어 성분을 제대로 분석하고, 쉽게 풀어내 줄 수 있다면 어떨까.’ 이 대표를 비롯한 3명의 버드뷰 창업자들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공신력 있는 협회들의 정보를 잘 모은다면 화장품 성분의 맥락을 이해하기 쉽게 스토리텔링해 줄 수 있으리라고 봤다. 이들은 화장품 성분을 둘러싼 ‘정보 불균형’이라는, 화장품 시장과 전체 소비자를 둘러싼 큰 과제를 설정했다. 화장품 시장의 하위 카테고리인 남성 화장품이라는 키워드를 버리고 '성분 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들 창업자는 우선 화장품 표기 성분에 대한 기준을 고지하는 대한피부과협회와, 화학제품 성분을 분석하는 미국의 한 시민단체인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 등 다양한 단체에서 지침이 될 만한 자료를 수집했다. 이후 이들 단체가 만든 매뉴얼을 기초로 화장품 내 위험성분과 알레르기 주의 성분 등을 보기 편하게 정리했다.


예컨대 “A 화장품에는 20가지 주의 성분이나 알레르기 주의 성분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 시민단체 EWG 기준에 따라 전 성분을 분석한 결과 자외선 차단 성분인 ‘티타늄디옥사이드’는 중간위험도 성분입니다.” 처럼 문장으로 쉽게 풀어서 설명했다. 파일럿 테스트에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었다. 


사실 화해의 앱은 ‘사용성’ 측면에서는 화려하거나 돋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600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이 앱을 다운로드한 것은 이 앱만이 해결해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화해는 “화장품에 도대체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알고 싶다”는 고객들의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끊임없는 업데이트... 소비자들이 올린 리뷰들은 화해의 핵심 콘텐츠'

대표와 직원들은 화장품 회사의 홈페이지를 뒤지고, 매장에 가서 직접 화장품 성분 정보를 메모해오는 등 발품을 팔아가며 성분 정보를 등록했다. 그렇게 3000개 제품의 성분 정보를 모아 2013년 7월 앱 '화해'가 출시됐다. 초반엔 '문의하기' 기능을 메인에 배치해 점차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하루에 성분 분석 문의가 200∼300개씩 쏟아졌지만 이것을 밤새워가며 해결했다.


유명 블로거의 소개로 곧 하루 방문자가 수만 명을 돌파했다. 운도 따랐다. 독성 물질을 포함한 가습기 살균제로 수백명에게 피해를 입힌 ‘옥시 사태’가 우리 사회를 달굼에 따라 화학 성분에 대해 더 민감하고 예민한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화해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계속해서 플랫폼을 업그레이드, 또 업그레이드했다. 지금까지 앱이 출시된 이후 업데이트만 100번 이상. 2013년 앱을 출시한 뒤 2014년 5월 리뷰 서비스를, 2015년 12월 랭킹 서비스를, 2017년 6월엔 커머스 서비스를 추가했다. 어떻게 하면 화장품 정보를 얻고 구매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성분, 리뷰, 랭킹에 이어 매거진 콘텐츠와 쇼핑으로 연결됐다. 

상업적인 리뷰, 불순한 의도를 가진 리뷰 등 신뢰성이 적은 리뷰를 걸러내기 위해 화해는 몇 가지 ‘허들’을 만들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둘 다 기록해 리뷰를 작성하도록 했다. 광고성 리뷰는 적어지고 훨씬 신뢰도 높은 리뷰가 올라왔다. 두 번째 허들로 내가 리뷰를 작성해야만 다른 사람의 리뷰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화해는 콘텐츠 제공자가 영향력 높은 일부 뷰티 블로거 등 소수에 한정돼 있다는 점, 그 집중된 ‘콘텐츠 작성비율’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 두 가지 허들은 효과가 있었다. 여기에 더해 화해 정보관리팀에서는 매일 올라오는 리뷰들에 대해 전체 검수를 시행하고 있다. 자체 알고리즘으로 상업적인 리뷰를 일차적으로 걸러내고, 팀원들이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 브랜드나 제품은 ‘블랙리스트’로 등록해 브랜드 쪽에 시정조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 결과 화해의 리뷰는 성분 분석 정보 못지않은 ‘핵심 콘텐츠’가 됐다. 무려 300만 건 이상의 리뷰가 올라와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는 점이 중요하다. 

'리뷰로 쇼핑'... 화해만의 커머스


지난해부터 커머스 기능도 더해졌다. 화장품에 대한 성분 정보를 확인하고 리뷰를 본 뒤 맘에 드는 제품은 아예 그 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게 플랫폼의 기능을 확장한 셈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화장품에 대한 성분 분석 정보와 리뷰를 제공하는 화해가 제품 판매에까지 나서게 되면 ‘판매실적’ 때문에 객관성, 공정성이 퇴색될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웅 대표는 ‘화해만의 리뷰’는 달랐듯이 커머스도 ‘화해만의 커머스’면 통할 것이라 봤다. 잘 팔릴 만한 제품, 이미 잘 팔리고 있는 제품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화해가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생생한 리뷰를 활용해 새로운 쇼핑경험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화해는 A 제품을 소비자들이 왜 좋아하는지 해당 제품에 대한 리뷰 분석을 통해 파악해낼 수 있다.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예로 들어보자. 텍스트 마이닝 분석을 해보면 ‘수분감이 굉장히 좋다’ ‘화장이 들뜨지 않는다’와 같은 강점이 도출된다. 화해는 광고 문구가 아닌 소비자들의 리뷰에서 찾아낸 이 같은 포인트 중심으로 쇼핑 섹션을 구성했다.  

화해는 수익화를 서두르기보다 차근차근 플랫폼 영역을 확장해왔다. 돈이 되는 광고나 커머스는 2016년 이후에야 도입됐다. 더 빨리 높은 수익을 올리고 싶었다면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화해는 좀 더디더라도 탄탄한 신뢰도를 쌓고 이용자 규모를 키우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는 도리어 화해의 공정성과 영향력을 높여줬다. 그리고 그것은 화해의 수익이 ‘숫자’로 증명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게끔 만들어줬다.


실제로 2015년 말까지 별다른 매출이 없었음에도 여러 기업에서 화해에의 투자와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대기업에서도 진지하게 화해 인수를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화해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는 성분과 같은 화장품 정보에 기반해 쇼핑을 즐기는 ‘적극적이고 준비된 화장품 소비자’라는 특성이 있어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화해는 독립적인 경영권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2015년 말 금융정보기업 나이스그룹 신사업 부문으로 편입됐다.  


초창기만 해도 성분 분석과 리뷰를 공개하는 것에 반발하는 화장품 제조업체들이 많았다. 상표권 침해, 영업 방해,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브랜드도 수두룩했다. 그러나 화해에서 유저들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이 그들 제품의 인지도를 끌어올려 주고, 화장품 구매시장도 모바일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업체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화해에서의 호평을 바탕으로 인지도를 높인 중소 브랜드도 적지 않다. 아로마테라피를 테마로 한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아로마티카’의 경우 브랜드 파워는 약했지만 EWG로부터 안전한 화장품에 선정될 정도로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화해를 통해 천연성분을 사용했다는 점과 사용 후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주목받는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했다. ‘아빠가 만든 화장품’이란 콘셉트의 ‘봄비’ 역시 2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중국까지 진출했다. 역시 화해에서 좋은 평가로 입소문을 탄 브랜드다.

오프라인 스토어 진출도 구상 중...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위해 '데이터' 강점 살려야

이르면 내년 말 또는 내후년 상반기 오프라인 스토어에도 진출한다. 현재 오프라인 드럭스토어에는 단순히 많은 제품이 진열만 돼 있을 뿐 물건에 대한 충분한 정보는 주어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그 자리에서 점원 눈치를 보며 화해를 체크하거나 네이버 검색을 하며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화해는 기존 화해 콘텐츠와 사용자 데이터가 결합된 오프라인 쇼핑 영역을 만든다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화장품 구매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출처: 출처 : 앳코스메
(엣코스메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랭킹별로 볼 수 있다.)

화해의 청사진은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북스'를 연상시킨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해 있다는 점에서 일반 서점과 다르다. 주요 코너에 아마존닷컴에서 별 5개 만점 중 4개 이상을 받은 책들이 전시되며 별 4.8개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은 책들을 가장 눈에 띄는 입구에 배열된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의 ‘앳코스메’가 화해 오프라인 매장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앳코스메’는 리뷰를 등록해 평점을 기록할 수 있게 한 화장품 포털. 일본 여성 1000만 명 이상이 사용할 만큼 대중적인 서비스인 앳코스메는 오프라인 매장 사업도 벌이고 있어 화장품 유통시장에서 목소리가 막강하다. 앳코스메 역시 온라인에서 경험하던 것을 오프라인에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것이 가장 강력한 특징이다. 기존 드럭스토어들이 브랜드 위주로 제품을 진열해놓았다면 ‘각질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매긴 베스트 스킨 1∼5위’ ‘피부톤에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매긴 1∼5위’ 등 온라인상의 랭킹 정보를 가져와 소비자들이 더 쉽게 물건을 고르게 하는 식이다. 모니터를 통해 각종 소비자 리뷰가 흘러나온다. 

"브랜드 때문에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성분을 제대로 알고, 리뷰를 확인하고, 똑똑하게 선택하는 소비자 중심적인 시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웅 대표의 최종적인 목표는 서비스 영역 확대를 넘어 화장품 시장의 구매패턴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사용자 풀이 더욱 확대되면 화해도 확실히 화장품 시장의 한 축을 바꿔낼 것이라는 믿음이다.


화해가 계속해서 지속 가능한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를 선도해가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라는 이점을 살려서 코스메틱 플랫폼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Stitch Fix’와 같이 소비자가 개인의 신상정보 및 선호정보 등을 입력하면 개인맞춤형 뷰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고객 리뷰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 및 전문가 조언으로 추천된 화장품을 ‘토털 뷰티 케어 패키지’로 구성해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기에 광고와 같은 부가서비스를 활용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다면 계속해서 신뢰받는 선도적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31호  
필자 장윤정 동아일보 기자, 최정일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인터비즈 문채영,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미표기 이미지 출처 : 화해 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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