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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1600만 원짜리 작품 훔쳤는데 무죄?

조회수 2018. 11. 20. 18: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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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도둑질' 시켰는데도 수익률이 300%나 증가한 이상한 호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호주에 있는 아트시리즈 호텔은 전 세계에서 모은 다양한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유명 작품으로 벽면과 홀을 장식하고, 아트 라이브러리와 아트 투어 등 예술과 관련된 각종 체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2011년 말, 이 호텔은 투숙객을 대상으로 '스틸 뱅크시(Steal Banksy, 뱅크시의 작품을 훔쳐라)'라는 게임을 기획했다. 영국의 그라피티 화가 뱅크시(Banksy)의 작품을 아트시리즈 호텔 지점 어딘가에 전시해놓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훔친 고객에게 무료로 그 작품을 주는 게임이었다. 한마디로 고객에게 도둑질을 시키는 해괴한 일을 벌인 것이다. 아트시리즈 호텔은 도대체 왜 이렇게 이상한 게임을 기획한걸까?

출처: 아트시리즈 호텔 홈페이지
(아트 시리즈 호텔은 예술 작품들로 내부를 디자인했다)

무려 1600만 원짜리를 훔쳤는데 무죄?

호텔 투숙객 중에는 샴푸나 슬리퍼 등 호텔 비품을 몰래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아트시리즈 호텔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부분 호텔에선 이런 절도 행위를 '골칫거리'로만 생각했다. 아트시리즈 호텔은 달랐다. '무언가를 훔치고 싶다'라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활용해 독특한 캠페인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고객들로 하여금 유명한 예술작품을 훔치도록 하는 아트시리즈 호텔의 '스틸 마케팅 (Steal marketing)'은 바로 이렇게 시작됐다. 


성공적인 캠페인을 위해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예술작품이 필요했다. 호텔 측은 고민 끝에 그라피티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인 뱅크시(가명)의 작품을 선택했다. 뱅크시는 가명으로 활동하는 베일에 싸인 아티스트였지만 독특하고 풍자적인 작품 덕에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던 상태였다. 아트시리즈 호텔은 캠페인에 사용될 작품으로 2011년 당시 약 1만5000달러(약 1600만 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작품인 'No Ball Games'를 선택했다. 

출처: www.banksy.co.uk
(뱅크시는 2015년 인터넷을 통해 본인의 사진을 공개했지만 복면을 쓴 채 얼굴을 완전히 드러내지는 않았다)

드디어 2011년 12월15일, '스틸 뱅크시(Steal Banksy)' 캠페인이 시작됐다. 진행 방식은 간단했다. 그저 들키지 않고 성공적으로 그림을 훔쳐서 한 달 동안 잘 숨겨두기만 하면 됐다. 무려 1600만 원이나 하는 고가의 그림을 공짜로 수중에 넣을 수 있는 기회였다. '합법적 도둑'이 되기 위한 조건은 단 한 가지. 바로 아트시리즈 호텔에 묵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출처: 아트시리즈 호텔 페이스북
('No Ball Games'는 2009년 런던 토트넘 거리의 벽에 그라피티로 처음 그려졌다)

캠페인 기간 동안 뱅크시의 그림은 멜버른에 있는 3개의 아트시리즈 호텔 지점(Blackman, Cullen, Olsen)에 무작위로 전시됐다. 다만 뱅크시의 작품이 어느 지점, 몇 층에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트위터를 이용해 힌트를 제공했고, CCTV에 촬영된 캠페인 참가자들의 모습을 홍보물로 사용했다. 훔치다가 발각된 참가자들은 '합법적 도둑' 신분이 보장된 만큼 경찰에 잡혀가지 않았다. 그 즉시 그림을 제자리에 갖다 놓고 게임을 다시 원점에서부터 시작했다. 스틸 뱅크시 캠페인은 금방 입소문을 탔고 그림을 훔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호텔로 몰려들었다.

신들린 연기력으로 스틸 뱅크시에 성공한 두 여성

출처: 아트시리즈 호텔 페이스북
(메건 애니(Megan Aney)와 모라 투이(Maura Tuohy)는 결국 그림을 훔치는데 성공했다)

호텔 측은 CCTV와 GPS 추적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도둑 고객을 감시하고 추적했다. 그런데 캠페인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뱅크시의 작품을 코앞에서 도난당했다. 영광의 두 주인공은 메건 애니(Megan Aney)와 모라 투이(Maura Tuohy)였고 두 사람의 직업은 커뮤니티 매니저와 소셜 미디어 전략가였다.  


메건과 모라는 전형적인 수법을 이용해 작전을 수행했다. 두 사람이 아트시리즈 호텔 블랙맨(Blackman) 지점에 숙박하려고 갔을 때 그들은 접수처 뒤에 숨겨져 있던 그림을 바로 발견했다. 하지만 경비가 너무 삼엄해 바로 훔치지는 못하고 다른 방법을 찾고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몇 시간 후에 접수처로 다시 왔을 때 그림은 사라져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각 층 복도를 모두 확인해봤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출처: Naked Communication 공식 유튜브 캡처
(모라 투이(Maura Tuohy)가 주차장에서 그림을 훔쳐서 달아나고 있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그러던 중 그들은 뱅크시의 그림이 블랙맨 지점에서 올슨(Olsen) 지점으로 조만간 이동할 거라는 과거 트위터 메시지를 떠올렸다. 그후 두 여성은 링크드인,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서 실제 아트시리즈 호텔에 근무하고 있는 관계자의 이름을 알아낸 후 그 직원 행세를 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아트 시리즈 호텔 직원이며 No ball Games를 다른 지점으로 옮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두 사람의 훌륭한 연기 덕에 그들은 진짜 직원을 속여 성공적으로 그림을 빼돌릴 수 있었다.

출처: 아트시리즈 호텔 페이스북
(스틸 뱅크시에 실패한 미국의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가 그림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4일 만에 No ball games가 사라지고 난 뒤, 호텔 측은 새로운 그림으로 캠페인을 재개했다. 새로운 캠페인에 참여하길 원하는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 특히 미국의 유명 테니스 선수인 세리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와 호주의 유명 예술가 에이미 쿠퍼(Amy Cooper) 등 여러 유명인사들이 트위터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스틸 뱅크시와 아트시리즈 호텔은 더 유명해지게 됐다.


고객과 도둑 게임을 벌이는 이 신개념 마케팅은 2012년 '클리오 광고제(Clio Award)' 인터랙티브 부문 동상과 '칸 국제 광고제'(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PR 부문에서 황금 사자상을 휩쓸기도 했다.

비즈니스에서도 결국 잘 노는 게 중요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틸 뱅크시는 유례없는 최고의 성공을 거뒀다. 4주 만에 1500개의 방이 다 예약됐는데, 이는 예상치보다 50% 정도 더 많은 숫자였다. 또한 투자 대비 300%의 수익률을 거뒀고, 무려 61개국에서 보도돼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SNS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는데, 트위터에서 약 700만 명이 이 캠페인과 관련된 글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스틸 뱅크시라는 재미있는 아이디어 하나가 아트 시리즈 호텔의 인지도를 크게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매출 증대에도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    


문화 인류학자 호이징거는 인간의 본성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놀이하는 인간”, 즉 인간은 노는 것을 좋아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고, 놀이가 인류 문화의 원형이라는 주장이다. 이제 마케팅 방식은 과거 평면적인 방식이 아닌 입체적이고 다이내믹한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비즈니스 역시 기업과 고객이 벌이는 일종의 상업적 게임이자 놀이다. 잘 노는 기업이 결국 고객의 마음을 얻기 마련이다.    


*해당 글은 DBR 프리미엄 동영상 ‘명품의 법칙_아트시리즈 호텔과 아우디(김용태 김용태마케팅연구소장)’편을 참고해 작성됐습니다. 

인터비즈 박성지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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