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귀엽다'? 한류 이미지 도용하는 중국계 매장 기승

조회수 2018. 11. 20. 16:4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출처: KIODA 공식 페이스북
출처: KIODA 공식 페이스북

'너귀엽다', '더 지켜봐 달라~', '한국의 최고', 'kioda.kr'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잡화 매장 '키오다(KIODA)'의 로고와 홍보 포스터에 사용된 한글이다. 그런데 폰트부터 단어 조합까지 한국 기업치고는 조잡하다. 사실 이 기업은 한류에 편승한 중국계 유통기업이다. 키오다 외에도 수많은 한류 편승 기업들이 말레이시아에서 현재 성업 중이며, 필리핀·베트남·터키·인도·러시아 등에 다수의 지점을 내고 있다.

말레이시아 인기 매장에 '너귀엽다' 간판이?

출처: KIODA 공식 홈페이지
출처: KIODA 공식 페이스북

최근 몇 년 새 동남아 지역에서 '한류 편승 외국계 유통기업'이 기승이다. 이들은 한국과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인 듯, 한국 기업이 디자인하거나 유통을 관리하는 듯 사칭해 현지 소비자를 속이는 기업으로 중국계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중국산 제품을 '한국의 디자인을 활용'한 제품이라면서 한국 제품의 디자인을 따오고 제품에 한글을 이용해 한국 제품으로 오인하도록 유인한다.


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자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내에서 영업 중인 한류 편승 기업은 총 25개다. 그중 키오다가 17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성업 중이다. 키오다의 공식 로고에는 항상 '너귀엽다'라는 한글이 붙어있는데 'KIODA'는 한글의 '귀엽다'를 음차해 만든 브랜드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서도 한글과 K-POP 소식을 다루며 한국 브랜드인 듯 혼란을 주고 있다.

출처: 각 기업 홈페이지
(한류 편승 기업 '미니굿'이 한글을 사용해 광고 문구를 작성한 사진 (좌) (출처 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 한류 편승 기업들의 로고. 어설픈 한글 표기와 kr, 한복 등 한국 이미지를 차용하기 위한 시도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대부분 한국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우))

키오다 같은 한류 편승 기업은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주로 화장품이나 패션·잡화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한국 드라마의 인기로 소비자들이 한국식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을 중심으로 성업 중인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매장 로고에 한글이나 'KR' 혹은 'KOREA' 같은 문구를 넣고, 매장에서 한복을 입은 점원이나 K-POP 뮤직비디오 등을 틀어놓음으로써 사전 정보가 없는 고객들이 한국 기업으로 착각하도록 유도한다.


KOTRA 무역관에 따르면 또 다른 한류 편승 기업 '미니굿'의 한 이용객은 '제품들이 인터넷에서 봤던 디자인과 굉장히 흡사하고, 읽지는 못하지만 한글이 적혀 있어 당연히 한국 제품이라고 생각'했으며, '실제 한국 제품 중에도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많아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미니굿 측에서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한국에서 생산된 한국 제품이냐?'는 질문에 대해 "한국의 '디자인'을 활용한 제품이지만 '중국'에서 제작된 '중국' 제품이다"라고 답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출처: 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미니굿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 유명 화장품 업체 유사제품. 붉은 원 안에 '녹차 신선한 에멀젼', '희게 깊은 알레르기', '용기호일을' 등 어설픈 한글 표기가 눈에 띈다.)

한국 기업들의 저작권과 국가 브랜드가 도용당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저작권 의식이 모호한 국가인 경우가 많아 단속이 쉽지 않다. 직접적 피해뿐만 아니라 저품질 상품으로 인한 간접적인 이미지 저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이러한 매장은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3국에서 파악된 매장만 해도 약 170여 개에 달하며, 동남아를 넘어 터키, 인도, 러시아, 미국 등으로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해당 지역에 거주 중인 교민들의 블로그 포스팅이나 카페 게시물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류 편승 기업, 한국 기업에게 위기일까? 기회일까? 

'한류 편승 기업' 문제는 한편으로 한국 라이프스타일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에 적극 진출을 고려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류에 힘입어 한국 제품을 모방한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KOTRA에 따르면 실제 한국에서 진출한 소비재 소매점은 많지 않다. 저작권 침해에 대해 단순히 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동남아 시장 확대와 함께 '진짜 한국 기업' 마케팅을 통한 경쟁에 나서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달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필리핀에 진출해 무단 도용 브랜드 '그린티 미스트'와 차별화할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필리핀의 소매 유통시장은 연간 5~6%씩 꾸준히 성장해왔고 2020년에도 6.5%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한 시장이라는 점도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한류 편승' 프레임으로만 바라봐서도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이들 중국계 유통 기업들이 한류를 이용하는 배경에는 역사적인 맥락이 숨어있다. 일례로 베트남에서 중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수천 년 동안 국경을 맞대고 지내면서 영토 분쟁을 벌여온 역사와 중국산 저질 상품이 밀수를 통해 대거 국경을 넘어와 피해를 입힌 반중(反中) 감정이 누적된 탓이다. 

출처: 베트남 총리실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Nguyen Xuan Phuc) 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또한 이들 한류 편승 기업들이 나름대로 현지 시장의 니즈를 잘 파악해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선점한다면 한국 기업들에게 위협적일 수 있다. 베트남에서는 한류 편승 기업들이 전통 재래시장과는 달리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접근성을 확보해 인기를 끌고 있다. 편리하고 패션잡화를 판다는 뜻에서 '패션 편의점'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또한 적지 않은 동남아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계속 찾겠다는 입장이어서, 한류를 적절히 이용하면서도 현지에 맞는 제품 전략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KOTRA 해외시장뉴스 자료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인터비즈 오종택, 강병기
inter-biz@naver.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