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태극기 같은 로고를 만들었을까?

조회수 2018. 11. 5.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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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꽤 지난 일이 되었지만, 선수들의 땀과 열정으로 세계인을 환호케 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또 다른 의미의 탄성(?)이 새어 나오게 한 해프닝이 있었다. 때는 2018년 2월 9일 올림픽 개회식의 ‘태극:우주의 조화’ 공연 도중. 흥겨운 장구 가락을 연주하는 연주자들 위로 빨강, 파랑의 태극무늬가 만들어졌을 때 외국의 SNS 이용자들은 “펩시?!”를 외쳤다.

출처: 트위터 캡처

미국 올림픽 주관 방송사 NBC가 공식 SNS에 “모든 눈이 올림픽 세리머니에 쏠렸다”며 공연 사진을 올리자 “펩시가 올림픽 스폰서냐” “모든 눈이… 펩시에?”라는 답글까지 달렸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거대한 태극문양이 한순간 펩시가 세리머니를 후원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명료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알다시피 태극기의 태극문양과 펩시의 로고가 흡사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태극문양과 비슷한 펩시의 저 로고는 대체 언제부터 시작됐으며,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펩시, 끝없이 변화하는 로고의 역사

사실 펩시의 첫 로고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심지어는 이름도 펩시가 아닌 ‘브래드의 음료수(Brad's drink)’였다. 1893년 약사였던 칼렙 브래드햄(Caleb Bradham)이 자신의 집에서 만든 음료를 판매하면서 펩시의 역사는 시작됐다.


1898년 브래드의 음료는 우리에게 익숙한 ‘펩시콜라’로 이름을 바꾼다. 진정한 의미의 펩시가 등장한 시점이다. 이름이 바뀌었으니 자연히 로고도 새롭게 바뀌었는데, 당시의 로고는 뜻밖에도 오늘날의 코카콜라가 떠오르는 형태였다. 흰 바탕에 빨간색, 장식적인 필기체로 PEPSI-COLA를 흘려 쓴 모습에서 지금의 펩시 로고를 떠올리는 이는 없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장식이 많고 화려한 글씨체가 좀 더 알아보기 쉽고 깔끔하게 변하긴 했지만 흰 바탕에 빨간색으로 정직하게 쓴 글씨는 1940년까지 펩시 로고의 대표적 이미지였다.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난 건 1941년 이후, 흰색과 빨간색뿐이던 로고에 파란색이 처음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원형의 로고 형태도 이때 처음 만들어졌다. 로고에 쓰인 흰색·빨간색·파란색은 미국 성조기의 색깔과도 일치하는데, 펩시가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미국을 지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애국심 강조 마케팅의 일환이었다.(펩시의 로고가 성조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니, 이로써 펩시와 태극기의 관계에 대한 ‘의심’은 풀렸으리라.) 


펩시는 1950년 로고에 또 다른 변화를 가미했다. 로고 배경의 원형을 병뚜껑 디자인으로 바꾼 것이다. 1962년부터는 PEPSI-COLA라는 이름에서 COLA를 빼고 지금의 ‘펩시’로 자리 잡았다. 로고에서도 굵은 글씨로 PEPSI를 강조했지만 여전히 병뚜껑 디자인과 삼색은 유지했다. 


1973년에는 단순, 간소한 디자인이 펩시 로고의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톱니바퀴 같던 병뚜껑 대신 깔끔한 원형을 차용하고 원 밖으로 튀어나와 있던 PEPSI 글씨도 중간으로 옮겼다. 배경 역시 기존의 흰색 대신 아이덴티티 컬러로 자리매김한 빨간색, 파란색으로 채웠다. 태극문양과 비슷한 펩시의 상징 ‘펩시 글로브(PEPSI GLOBE)’ 역시 이때부터 확연하게 드러났으며 이후로도 펩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가장 주된 요소로 남았다. 


또 한 번의 변화가 일어난 건 1991년. 펩시는 기존과는 180도 다른 느낌의 새로운 로고를 선보였다. 배경의 원 안에만 머무르던 (혹은 원 밖으로 살짝 튀어나오던) PEPSI라는 글씨를 아예 위쪽에 따로 위치시켰다. 

출처: Pepsi Revised Story (Pepsi.com, 2011)

이후에도 변화는 계속됐다. 펩시는 1998년 펩시콜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파란색을 주조색으로 하는 새로운 패키지 라인을 발표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파란색 캔과 함께 파란색 배경이 깔린 로고가 등장한 것이 이때다. 이와 관련해 상쾌, 신선한 느낌을 주는 파란색이 청량음료를 주로 판매하던 펩시와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파란색은 전 세계적으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색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중반 서체를 바꾸고 펩시 글로브에 입체감을 주는 등 몇 가지 변화가 이어지졌지만 로고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진 않았다.


펩시 로고가 또 한 번 새롭게 태어난 건 2008년. 글씨를 빼고 기존의 펩시 글로브를 살짝 비틀어 ‘스마일(웃음)’을 형상화했다. 태극문양과도 한층 더 달라진 모습이었다. 펩시는 이 스마일 로고가 밀레니엄 세대의 긍정의 힘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펩시의 리브랜딩을 향한 두 가지 시선

하지만 펩시의 이 같은 로고 변경(리브랜딩) 노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온라인에는 펩시의 새 로고를 희화화 한 이미지들이 퍼져있다)

특히나 2008년 로고 수정을 위해 펩시가 들인 비용이 100만 달러(한화 약 10억7650만 원). 브랜드 전문가 롭 프랑켈은 펩시가 “시간 낭비, 돈 낭비”를 했다며 힐난했고 “비웃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큰 비용을 들인 것에 비해 로고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비판의 주된 근거다.


물론 펩시의 새로운 로고를 ‘가장 기억에 남는 로고’로 꼽은 이들도 존재한다. 브랜딩 기업 시겔+게일 Siegel+Gale은 3000명의 미국인과 영국인을 대상으로 ‘가장 잊을 수 없는 브랜드 로고가 무엇이었는지’ 조사했는데, 그 결과 펩시는 1.5%의 지지를 받아 7위에 올랐다.(포춘코리아 2017년 10월호) 10위 안에 들었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도 있겠지만 경쟁사인 코카콜라가 9.7%의 지지를 받아 4위에 오른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다. (코카콜라 로고 디자인 비용이 0달러라는 것을 알면 더욱 뼈아프지 않을까.)

인터비즈 황지혜, 그래픽 이정아
inter-biz@naver.com

※로고 이미지 출처 Pepsi Revised Story (Pepsi.com, 2011), 로고피디아(logos.wik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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