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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구더기가? 요즘 못 구해서 안달이라던데..

조회수 2018. 11. 9. 10: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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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섭리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다는 것은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의 원리를 응용해 새로운 제품, 나아가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는 것을 말한다. 자연계의 탐구 대상은 주로 동식물이며 이런 대상에서 성분 추출, 원리 모사, 직접 대체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자연을 꾸준히 관찰하고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자연현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또한 '그 현상을 발생시키는 원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자연 속의 천연물질을 그대로 제조하거나 새로운 현상을 만드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나 이미 존재하는 물질이나 원리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찾아내는 일은 비교적 수월하며 새로운 분야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성분 추출/원리 모사/직접 대체의 원리를 잘 적용한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성분 추출

출처: 네이버지식백과 음식백과
타미플루의 주원료가 된 '팔각'(오른쪽)

성분 추출은 생명체가 갖고 있는 어떤 특정 성분을 발견하고 추출해 이를 새로운 부가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중국요리의 향신료로 자주 사용되는 '팔각'이라는 열매가 있다. 이는 중국 토착 식물인 '스타아니스'라는 나무에서 나오는데, 이 팔각을 이용해 한때 세계를 강타했던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Tamiflu)'를 만들었다.


우리가 즐겨먹는 사과도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었다. 1835년 프랑스 화학자였던 피터슨(Petersen)은 사과나무껍질에 있는 ‘플로리진(Phlorizin)’이라는 성분이 혈당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 후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이 효과를 이용해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면서 자연스럽게 혈당을 낮춰주는 '다파글리플로진(Dapagliflozin)'이라는 신약을 개발했다.  


현재 수많은 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항암제나 백혈병 치료제, 심장병 약제들도 풀과 열대우림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경우가 많다. 이렇게 인류에 의해 발굴된 생명자원은 모든 생명체들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이를 적극 이용한다면 향후 창출 가능한 경제적 부가가치가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원리 모사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왼쪽) 엉겅퀴 씨와 깃털 (오른쪽)도꼬마리도 엉겅퀴 씨앗처럼 동물 몸에 달라붙어 이동한다)

원리 모사는 해당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원리를 찾아내고, 이 원리를 제품에 적용함으로써 기존 기술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옷이나 신발, 가방 등에 흔히 사용되는 벨크로 테이프는 원리 모사의 과정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스위스의 조지 드 메스트랄이라는 발명가는 어느 날 우연히 산행을 하던 중 옷에 들러붙은 엉겅퀴 씨앗이 잘 안 떨어지는 것을 발견한다.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생겼길래 이렇게 안 떨어지는 거지?"라는 사소한 의문을 가진 후 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확대경으로 엉겅퀴 씨앗을 유심히 살폈고 그는 갈고리와 고리 모양의 독특한 구조를 발견했다. 

출처: Alexander Klink at en.wikipedia.org
(벨크로의 후크(갈고리)와 루프(고리))

엉겅퀴는 보다 멀리 안전하게 종자를 퍼뜨리기 위해 갈고리를 씨앗에 달아 동물의 몸에 달라붙게 만든다. 여기서 힌트를 얻은 조지는 갈고리와 고리를 만들어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벨크로를 만들었다. 벨크로는 단추로 일일이 채우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때문에 오늘날까지 다양한 곳에 활용되고 있다.


일본 최초의 고속 열차인 신칸센의 개발 과정에도 원리 모사의 방법이 사용되었다. 당시 기술자들은 열차가 너무 빨라 소음이 크게 발생한다는 문제에 봉착했다. 특히 열차가 터널을 통과하면 기압의 변화로 매우 큰 소음이 발생하여 정상적인 운행을 하기 힘들었다.  

출처: 네이버지식백과 두산백과
(물총새와 신칸센)

엔지니어들은 소음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소음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물총새에서 찾게 되었다. 물총새는 물 위를 조용히 선회하다 먹잇감을 발견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다이빙하는데, 놀랍게도 이때 물을 거의 한 방울도 튀기지 않는다. 


이 현상을 꾸준히 관찰한 결과 물총새의 부리 모양이 물속에 들어갈 때 저항을 거의 없애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국 엔지니어들은 물총새의 부리 모양을 본떠 신칸센의 전면 디자인을 수정해 소음을 대폭 줄였다. 또한 공기저항까지 줄여 신칸센을 더 빠르고 에너지 효율이 좋은 열차로 만들었다.  

직접 대체

출처: 네이버지식백과 동물/식물, 게티이미지뱅크
(동애등에를 이용하면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직접 대체는 생명체 자체를 물리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유기성 폐기물 처리에 곤충을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동애등에’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서식하는 곤충으로 가축 분뇨, 옥외 화장실, 음식물 쓰레기 등 지저분한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동애등에의 유충은 유기성 폐기물을 먹이로 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폐자원을 분해시키는 데 이용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10㎏에 동애등에 유충을 5000마리 정도 투입하면 3∼5일 만에 음식물 쓰레기의 80% 이상이 분해돼 부피와 무게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아울러 분해된 쓰레기는 유기성 비료로도 활용 가능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구더기는 재래식 화장실처럼 더러운 곳에서 살아 혐오스러운 곤충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구더기가 중요한 치료용 곤충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구더기가 의학용으로 사용된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나폴레옹 시대 때 부상당한 병사들의 치료하는 목적으로 쓰였으며, 제1차 세계대전과 미국의 남북전쟁 기간에도 부상자들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 이용됐다. 치료약이 부족했던 당시 병사들의 외상 치료에 구더기가 효자 노릇을 한 것이다.  

출처: 네이버지식백과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각광받는 구더기)

1900년대 페니실린이 개발되면서 상처 치료용으로 구더기의 활용가치는 급감했다. 그런데 최근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가 출현하면서 항생제의 대체요법으로 일부 의사들이 구더기를 활용하고 있다. 구더기는 환부에서 썩거나 죽은 세포들만을 먹고 입에서 항생물질을 분비해 생체 조직을 공격하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한편 그 잔해물을 흡수해 환부의 회복을 촉진시킨다.


따라서 환부에는 살아 있는 세포만 남고, 그 위에 구더기가 배출한 항생물질로 상처가 치료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괴사가 진행 중인 상처를 항생제로 치료할 경우 완치될 때까지 수개월이 걸리지만 구더기를 이용하면 열흘 정도 만에 회복이 가능하다. 


물론 모든 구더기가 의료에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하고 치료 효과를 인정받은 구더기는 따로 정해져 있다. 현재 상처 한 군데 치료 분량의 구더기 가격은 수백 달러를 넘어선 상태로 의료 분야의 새로운 고부가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거머리는 현재 치료 목적으로 활발히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구더기뿐만 아니라 거머리, 기생충 등 새로운 의료용 곤충을 찾으려는 시도가 여러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거머리는 2004년 6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품안정청(FDA)에서 의료적 사용을 허가받았다. 피를 빨아 혈액을 순환시켜주는 능력이 제대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자연계의 모습을 관찰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자연을 관찰하라

자연에 잠재돼 있는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주변에서 어떠한 자연현상과 천연물질을 찾아볼 수 있는지를 세심히 살펴야 한다. 그리고 이 현상들의 원리를 규명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해당 영역의 전문가라면 더 유리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존의 연구 결과를 충분히 활용하여 실험과 관찰을 통해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자연을 통한 가치 창출은 어렵지만 그만큼 크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성분 추출의 경우에는 실험을 통해 감춰진 성분을 뽑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고 원리 모사는 끊임없는 관찰을 통해 숨어있는 원리를 발견해야 한다. 이렇게 원리를 발견하면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사업 분야를 찾아야 한다. 황토의 미세한 구멍으로 공기가 통하는 원리를 통해 황토방 된장이나 청국장을 만든 사례는 일상생활에서 적용 가능한 영역을 찾아낸 좋은 예다.  


적절한 영역을 찾아내도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상용화를 위한 사전 테스트를 일정 기간 동안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로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특히 제약 부문은 잘못 만들었을 때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신약을 개발하는데 약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렇듯 자연의 원리, 기능에서 시장을 창출하는 것은 고된 과정을 동반한다. 그러나 이러한 허들이 있기에 성공했을 때 더욱 선구자가 될 확률이 크고, 상용화했을 때 독점할 가능성도 높다. 즉 이윤창출을 하는 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확률이 매우 높은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열린 눈과 마음을 갖고 주변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한한 기회의 보고인 자연은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탐구하는 사람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자연 안의 새로운 가치를 찾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눈과 마음'을 갖는 것이다. 자연현상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곳에 존재하지만 그것을 모두가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과 주변 환경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열린 태도를 가진 사람만이 그 기회를 포착하게 될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73호
필자 김종현

인터비즈 김혜림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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