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반경 2km 내에 스타벅스가 무려 61개나?

조회수 2018. 10. 30.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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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출점전략에서 창조적 길을 걸었다. 한 지역을 석권하듯 집중적으로 매장을 출점한 후에 인근 지역과 위성도시로 진출하는 허브앤스포크(Hub & Spoke) 전략을 사용했다. 허브앤스포크 전략은 자전거 바퀴에서 비롯됐다. 자전거 바퀴를 보면 한가운데 허브(Hub)가 있고 바퀴까지 가느다란 바퀴살(Spoke)이 펼쳐져 있다. 허브에서 뻗어 나온 에너지가 부채살처럼 바퀴에 전달된다. 원형의 영향력이 형성되며 전진하는 것이다.

허브 & 스포크 전략

‘허브앤스포크 전략’은 대략 여섯 가지의 전략적 우위점을 가지고 있다.


1) 브랜드의 가시성과 인지도를 단기간에 향상시키고 2)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3) 지역에서 마케팅을 수행할 때 대상자와 대상지를 압축해 효과를 높일 수 있으며 4) 경쟁 브랜드의 진입에 강력한 장벽을 만들 수 있다. 5) 종업원을 채용하기 쉽고 종업원이 갑작스럽게 나오기 어려울 때도 바로 옆 매장에서 인력을 지원하기 용이하다. 6) 물류망 형성에 유리하고 식자재 등 자원조달에서도 가격경쟁력을 발휘해 비용절감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  


(허브앤스포크 전략은 한 지역을 석권하듯 집중적으로 매장을 출점한 후에 인근 지역과 인접 위성도시로 진출하는 것이다)

허브앤스포크 전략의 진정한 원조는 ‘월마트’다. 1970년대 초반 월마트 창업자인 샘 월튼(Sam Walton)에게 친구가 물었다. “고향에다 첫 점포를 여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그래도 아칸소의 가장 큰 도시이자 주의 수도인 리틀록(Little Rock)에 점포를 열지 않고 작은 마을인 벤턴빌(Bentonville)에 점포를 연 이유가 뭔가?”


“리틀록에 점포를 하나 개설해서 거대한 백화점 브랜드와 경쟁하는 대안과 경쟁이 전혀 없는 시골에 점포를 하나씩 운영하는 대안이 있다면 어느 쪽을 택해야 하겠나?” 샘 월튼이 다시 물었다. 당시 샘 월튼은 아칸소와 오클라호마 시골지역에 2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중이었다. 샘은 “다음 분기에 비슷한 지역에 18개를 추가할 계획이라네!”라고 말했다. “올해 안에 18개나 더 연다고?” “아니, 분기마다 18개씩 열어나갈 계획이라네!” 샘 월튼의 출점전략이 오늘날 월마트 제국의 기초가 된 것은 당연하다. 

잠재시장 데이터베이스

매장 입지는 어떻게 정하는가?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인터뷰에서 질문하자 하워드 슐츠는 이렇게 답했다. “오로지 출점만을 담당하는 부동산팀이 별도로 있다. 현지 팀이 시애틀 본사의 담당부서와 함께 협력하면서 입지를 선정한다. 짐작하겠지만 우리는 지난 40년간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를 비롯해 이상적인 매장 입지에 대한 고유의 통찰력과 지식을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매우 고도화된 모델을 개발해 왔다. 이런 통계수치와 지표들이 지난 수년간 해외시장에서 거둔 성공 경험들과 접목되면서 해당 시장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와 높은 예측력을 확보하게 됐다.”

출처: flickr ⓒ omgltsvale
(스타벅스의 매장 입지는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를 이용해 신중하게 선정한다)

스타벅스의 출점전략은 겉멋든 홍보용 개념이 아니라 실천적 경영의 산물이다. 스타벅스의 표적시장은 도시의 전문직 지식근로자이며 20∼45세의 고소득 개인들이다. 스타벅스의 핵심고객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인가? 스타벅스는 북미지역에서 인구사회 데이터를 총망라해 ‘잠재시장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초창기 부하직원들이 만들어온 ‘잠재시장 데이터베이스’에 따른 출점순위에 대해 스타벅스의 CCO인 아서 루빈펠트는 전혀 만족하지 못했다. 스타벅스만의 독특한 인구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했다. 루빈펠트가 가장 주목한 것은 ‘4년제 대학교 졸업자’다. 루빈펠트가 파악한 미국의 대학교 졸업자는 새로운 문화에 개방적이고 새로운 식당이나 커피점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좋아하며 소득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루빈펠트는 잠재성 상위 60개 시장에 하나씩 또는 상위 30개 시장에 2개씩 점포를 개설하려는 1차원적 접근을 버리고자 했다. 이런 경우에는 3∼4개의 잠재시장에 10∼20개씩 점포를 집중적으로 여는 것이다. 브랜드의 집중력을 고밀도로 확보해 앞서 소개한 6가지의 전략적 효과를 모두 누리려는 역발상을 취한 것이다. 

출처: DBR
((좌측)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 (우측) 루빈벨트 스타벅스 CCO)

스타벅스 전략의 한국 버전

북미지역에서 성공한 스타벅스의 ‘허브앤스포크’ 전략을 한국에서도 적용했을까? 2017년 10월 기준으로 서울시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은 모두 435개다. 스타벅스 코리아 웹사이트의 매장주소를 모두 컴퓨터 지도에 얹어 보았다. 2003년 스타벅스 코리아 CEO 미팅 이후 매장위치는 꾸준히 지도에 옮겨 살펴왔다. 매년 매장의 위치가 변경되고 있다. 커피전문점 시장은 무수히 많은 경쟁자가 등장했고 소비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일부 매장은 계약기간이 끝났을 것이고 그 사이 경영방침이 바뀌기도 했을 것이다.

출처: DBR
(<지도1> 서울 지역 스타벅스 매장의 공간 밀집도)

서울에 소재한 435개 스타벅스 매장은 강핵 1곳, 중핵 6곳, 약핵 8개로 압축된다. 스타벅스의 클러스터(Cluster) 현상은 결국 15개의 소권역으로 밀도를 형성하고 있다. 강핵지역은 종로와 을지로가 만나는 강북의 중심업무지구(CBD·Central Business District)다. 그 다음으로 주목할 지역은 강남의 테헤란로 일대다. 작은 중핵지역으로는 종로구와 성북구가 만나는 혜화동 일대, 서대문구와 마포구가 만나는 신촌 일대,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구로구와 금천구가 만나는 디지털단지 일대다.

스타벅스가 선택한 핵심시장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DBR
(<지도2> 서울시 상장기업 본사 밀집분포)

전국의 약 2000개의 상장회사 중에 서울에만 757개의 본사가 있다. 37%가 서울에 모여 있다. 서울 전역에서 다시 상장기업 본사의 위치를 살펴보자. 위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4개 지역으로 압축되는데 1) 종로·을지로 2) 강남 테헤란로 3) 여의도 4) 구로디지털단지 등이다.


<지도 1>과 <지도 2>를 번갈아 살펴보면 757개의 상장기업의 분포와 434개 스타벅스의 밀집도가 놀랍도록 일치한다. 일부 지역에서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으나 핵심지역에서 공간패턴은 벗어남 없이 유사한 흐름을 보여준다. 루빈펠트가 북미시장에서 적용한 ‘고학력 사무전문직’을 겨냥한 출점전략이 태평양 건너 한국의 수도 한복판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출처: 인터비즈
(한국에서는 종로, 강남, 여의도, 구로 4개의 큰 허브에 집중적으로 스타벅스를 출점하고 대학가, 쇼핑몰 근처로 뻗어나가며 입지를 확장시켰다)

루빈펠트는 특정 지역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GIS 지도를 따로 출력해서 현장담당들에게 미리 전송한 후 다음과 같은 항목에 대해 준비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상업지에 거주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수준과 주택규모 및 주택형태, 스타벅스의 개념에 적합한 주·야간의 인구규모, 상업지역 내의 기업체 수 등에 관한 것이다.


스타벅스 신규 점포를 개설하기 전에 온라인으로 스타벅스 제품을 주문하는 고객의 분포와 밀도를 GIS로 분석한 후에 밀집도가 형성된 한복판에 점포를 개설한다. 매장이 없는 조건에서도 온라인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꾸준히 주문해온 충성고객들의 품 안에 점포를 열어 개점과 동시에 매출을 극대화하고 실패의 확률을 현격하게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출처: 스타벅스 홈페이지 캡처
(종로, 을지로 지역 스타벅스 매장 분포)

서울의 종로·을지로는 스타벅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지로 선택한 전략지역이다. 위 지도는 동서 2.5㎞ 남북 2.6㎞이다. 서울시 면적(605㎢)의 0.8%에 불과하다. 지도에 표현된 종로·을지로 지역에 스타벅스는 61개 매장을 출점했다. 서울 전체 435개 중 15%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일자리와 지하철 유동객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는 지도의 지역이 서울의 10%에 해당하는 집적도를 보였다. 면적 비율 대비 10배의 밀도라고 하면 스타벅스는 15배의 밀집도를 기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장과 지갑을 연결하다

기업의 비전은 스스로 자신의 업을 규정할 때 분명해진다.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의 비즈니스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우리가 하는 비즈니스는 ‘지갑과 심장’을 연결하는 사업입니다. 유일하게 중요한 숫자는 오직 하나, 한 개의 컵, 한 명의 고객, 한 명의 파트너, 한 번의 짜릿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스타벅스가 ‘심장’과 ‘지갑’을 연결하는 비즈니스라면 출점전략은 ‘고객’과 ‘점포’를 연결하는 브랜드의 형상화 과정이다. 루빈펠트의 철학에 의하면 점포는 브랜드의 공연무대이고 매니저와 종업원은 무대 위의 배우들이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점포는 관객이 좋은 공연을 즐기기 위해 극장을 방문하듯 고객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루빈펠트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입지분석과 출점전략의 포인트는 1) 잠재시장의 우선순위를 가장 먼저 결정하고 2) 핵심시장(Hub Market)의 수요를 파악해 지리적 입지를 규명하는 것이며 3) 경쟁구도에서는 최초의 선도성(First-In)을 중시해 선점전략을 추구하고 4) 시장에서의 포지션을 고려한 최적의 점포 수(Number of Stores)를 중요하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첫 번째 원칙은 첫 점포를 최고의 입지에 개설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고수하라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울림이 있는 루빈펠트의 충고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매거진 DBR 133호
필자 송규봉

비즈니스인사이트 문현지 정리

businessinsigh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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